교원평가제도가 능사는 아니다
교원평가제도가 능사는 아니다
  • 김우영
  • 승인 2009.09.14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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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교총의 발표와 최근 전교조의 발표를 보면 수년전부터 논란이 되어 왔던 교원평가제가 마침내 법제화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반대해 왔던 법안을 교총은 무조건 수용을 하겠다고 하고, 전교조는 대안적 수용을 발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역시 교원평가제에 긍정적이다. 수년 전부터 교원평가제를 준비하여온 교과부로서는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강행을 시행하겠다고 하니, 어쨌든 2010년은 교원평가제의 원년으로 기록될 것이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의 시행이 곧 우리나라 교육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기대를 갖는 것은 매우 성급한 것 같다. 새로운 교원평가제가 과연 그것이 기대하는 긍극 목적에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기 때문이다. 교원 평가는 지금도 근무평정과 성과급평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각각 인사와 성과급에 반영이 되고 있다. 새로운 교원평가는 아직 확정적이진 않지만, 이들 평가와는 다른 교사능력개발평가라는 또 다른 평가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제도의 핵심은 교사의 수업지도와 학생지도, 교감과 교장의 학교운영을 평가하며, 교사는 교장, 교감, 동료교사의 다면평가와 학생의 수업 만족도 설문조사, 학부모의 자녀생활에 대하 만족도 설문조사로 평가를 받게 되어 있다. 또 평가를 위해 단위학교에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교원능력평가관리위원회를, 교육청에는 교감교장능력개발평가위원회를 설치하고 평가결과는 교원연수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서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교원의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유도함으로써 학교의 교육 능력을 증대시키자는 목적이다.

교원의 전문성을 신장시키고 학교의 교육 능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으로서 교원평가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그러나 회의적인 사람들은 교원평가제도가 곧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교 교육 능력 증대로 이어지리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것의 도입을 정당화하는 많은 논리들이 우리교육의 과제인 공교육의 정상화, 학력신장과 사교육의 배제라는 목적의 선결문제로 교원평가제도를 삼는 것은 그러한 문제의 원인을 단순히 교사의 전문성 부족과 평가제도의 부족으로 돌리는 몰매쯤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공교육에서의 학생들의 학력 저하와 사교육의 증가가 과연 교사의 전문성 결여와 평가제도의 부족이라는 관점에서만 볼 문제인지 의심스럽다. 기존의 평가 제도가 비효율적이고 유명무실하게 시행되고 있다면, 새로운 평가제도 역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와 엄정한 보상의 시행이 중요한 것이지 평가의 주체를 늘리는 것만이는 관점에서닐 것이다. 공교육의 비정상적 원인도 평준화 교육, 학교교육과정의 획일화, 학교 운영의 자율성 부족 등에서 더 찾아야 할 것이다.

며칠전 사교육이 없는 공교육의 매우 성공적인 교육모델로 평가되는 완주군 화산중학교의 교육프로그램에 대해서 들을 기회가 있었다. 화산중학교의 성공은 학생의 성취도에 따른 수준별 학급 운영, 개인별 교육과정에 따른 맞춤교육, 다양한 특기 적성 교육 등에 있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교장선생님의 확고한 교육철학과 교사 평가, 특성화한 교육과정, 다양한 초빙교사, 계약직 교사의 채용 등을 통한 자율적인 학교 운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가 공교육의 정상화에서 말하자면 위의 모델에서 시사하듯이 평준화교육, 획일적인 교육과정, 학교운영의 타율성에서 먼저 벗어나게 해야 한다. 이질적 수준의 학생들을 학년별로 한 학급에 몰아넣고, 이들의 성취도를 동일하게 향상시킬 수 있는 교사의 전문성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특히 기능적인 교과의 경우는 학생들이 성취도에 따라서 학년과 무관하게 반을 편성하여 거기에 맞는 교사를 배치하는 수준별 교육이 가능해야만 한다. 그것이 학생들의 성취도와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하는 첩경이다.

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개인별로 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제공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에서 만이 아니라, 초빙교사나 계약직 교사를 운용하거나, 학교 내에서의 교육프로그램 외에 학교 밖의 교육프로그램도 정규교육과정에 도입할 수 있는 자율적인 학교운영 시스템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이것 역시 학교 교육 능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평가제의 도입이 실질적으로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교 교육 능력의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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