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박사의 수학이야기-순식간, 찰라, 허공, 청정의 수
김인수 박사의 수학이야기-순식간, 찰라, 허공, 청정의 수
  • 이지현
  • 승인 2009.09.10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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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알고 사용하는 수는 18세기를 기준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 과 십, 백, 천, 만 까지는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수이지만, 억이라는 단위부터는 10의 8제곱이 되고 조는 10의 12제곱이 된다.

조라는 단위는 국가 예산이나 대 기업에서나 사용되는 수이지만, 좀 더 큰 규모의 예산이 되면 경이라는 10의 16제곱이 사용될 날도 멀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우주공간을 계산하는 천문학적인 수라면, 10의 20제곱인 해, 10의 24제곱인 자, 양이라는 10의 28제곱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심오한 종교의 세계에 들어가면, 구 라는 10의 32제곱, 간이라는 10의 36제곱, 정이라는 10의 40제곱이 사용되며, 특히 불교의 세계에서는 10의 44제곱인 재, 10의 48제곱인 극, 10의 52제곱인 항아사, 10의 56제곱인 아승기, 10의 60제곱인 나유타, 10의 64제곱인 불가사의, 10의 68제곱인 무량수를 사용한다.

18세기 이전에도 이런 명칭은 있었으나, 조부터 10의 8제곱씩 늘어나 무량수는 1에 0을 무려 128개를 붙인 10의 128제곱수가 되었다. 반면에 작은 수도 소수 한자리를 분, 소수 이하 두 자리 수는 리 이고, 호, 사, 홀, 미, 섬, 사, 진, 애, 묘, 막, 순서이고 다음 수인 모호는 소수점 이하 13자리수를 의미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준순, 수유, 순식, 탄지, 찰라, 육덕, 허공, 청정까지가 있다.

우리가 잘 사용하는 말인 ‘순식간’이라는 순식은 소수이하 16자리수를 말하며, ‘찰라’는 소수 이하 18자리 수, ‘허공’은 소수 이하 20자리 수, ‘청정’은 소수이하 21자리수를 말한다. 물론 18세기 이전에는 청정이 없는 대신 정이라는 소수이하 128자리까지 큰 수와 같은 수가 대칭적으로 있었다. 하지만, 실용주의사상이 들어온 18세기 이후 이렇게 큰 수나 적은 수는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는 생각으로 많이 축소되어 버렸다.

이렇게 엄청나게 크거나 작은 수를 실제로 계산되는 방법이 있는가? 또 이런 계산이 우리 생활에 실제로 응용이 되는가? 그 답은 모두 그렇다 이다. 수학자들은 이런 엄청난 큰 수를 쉽게 계산하는 방법을 고심하였고, 이런 계산법이 나왔으며, 이런 큰 수나 작은 수를 계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고안된 것이 이른바 로그계산법이다.

17세기는 수학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17세기 초 네이피어라는 수학자는 로그를 고안하여 발표하였고, 비에트의 지수 표기법을 개선한 해리엇과 오트레드는 대소의 기호화와 체계화에 기여하였으며, 갈릴레이는 이 로그를 응용하여 역학의 기초를 세웠고, 케플러는 행성의 운동 법칙을 발표하였다.

또한 17세기 후반에 데자르그와 파스칼은 순수 기하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직각좌표계를 창안한 데카르트는 해석기하학을 창시하였으며,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유명한 페르마는 현대 정수론의 기초를 확립하였고, 호이겐스는 확률론 등의 분야에서 두드러진 업적을 남겼다. 또한, 17세기말 뉴턴과 라이프니츠는 이전의 많은 수학자들의 기초 위에서 하나의 신기원을 이루는 창조물인 미적분학을 창시하여 근대 해석학을 열었다. 이와 같이 수학 연구의 새롭고 다양한 분야들이 17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로그의 개념은 슈티펠의 책에서 처음 시작되어 스코틀랜드의 수학자 네이피어에 의해서 본격적으로 연구되었다. 그는 1614년 ‘경이적인 로그 법칙의 기술’에서 처음으로 로그 계산법에 관해 설명하였다. 오늘날 수학에서 사용되는 로그와 진수라는 낱말은 바로 네이피어가 만들어 낸 용어이다. 그러나 실제로 셈이 이용할 수 있는 로그표는 10을 밑으로 하는 상용로그를 고안한 브리그스에 의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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