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석 국회의원> 정치야, 어디갔니…?
<이춘석 국회의원> 정치야, 어디갔니…?
  • 서울=전형남
  • 승인 2009.09.0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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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무조건 등원’을 선언했다. 오늘은 그 쓰리고 아픈 속사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치는 용광로라 했다. 모든 계층을 대변하는 국민의 대표들이 모여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다. 이것이 의회 민주주의의 근간이다.

혹시 로마시대 호민관들의 멋진 연설을 정치의 이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은 카메라에 비친 국회가 지긋지긋하실 줄 안다. 그러나 당시는 암살이 횡행하던 시대였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지금 정치에 칼은 없다.

그럼에도 야만성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의원들의 자질문제 이전에 정치가 각 계층의 이해관계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군주론의 모델이었던 체사레 보르지아는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 죽인 자는 잊어도, 제 밥그릇 찬 자는 용서 못한다.” 이해관계란 그렇게 어려운 것이다.



18대 국회는 최악의 장


정치인들에게 18대 국회는 최악의 장이다. 한나라당은 기득권층을 위해,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해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한다. 주고받고 밀고 당기고…. 이것이 칼을 잊은 의회민주주의자들의 행태여야 한다.

그런데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챙기기에 바빠, 줄 줄을 모른다. 후안무치하다고 공격하면 “다수가 곧 민주주의”라고 대꾸한다. 그 오만에 국민들이 촛불을 들었지만 “표 줬으면 그만”이라고 혀를 내민다.

정적이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숨통을 끊어놓고도 달라진 것이 없다. 서거하시기 전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적 타살’이라며 분노하셨건만 이에는 ‘노망났다’고 응수했던 자들이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자살하라”고 말했던 그 입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는 “투신자살하라”고 말했다. 이쯤 되면 차라리 칼을 드는 것이 정직하다.

자신들을 반대하는 자들을 말도 안 되는 법으로 옭아매고, 법이 없으면 미국에서 판례를 수입해서라도 죄를 묻고, 벌을 주고, 모욕을 가하는 것은, 피보다 상처가 깊다. 그것도 자신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복수라니… 치졸하다.

과거 10년 정부에서는 압도적 다수당일 때도 국민의 여론이 두려운 줄 알았고, 맞서 싸울지언정 노골적으로 언론을 장악하는 일은 부끄러운 일로 여겼다. 소수가 있어야 다수도 존재한다는 진리는 깨우친 탓이다.

최소한 의회를 존중한다면 손 내미는 시늉이라도 할 법한데 청와대는 이런 국회가 “비생산적”이라서 싫다며 아예 등을 돌렸고, 한나라당은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국회로 돌아오라”는 말을 해댔다. 최소한 정신이 있는 자들이라면 비회기중인 8월에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수구?보수언론들도 앵무새처럼 이 말을 받았다.

민주당이 조건 없는 전격등원을 아프게 결정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도무지 대화가 안 되기 때문이다. 수구보수언론들이 진실을 전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장외투쟁의 불씨



대신 민주당은 원내투쟁과 장외투쟁을 병행키로 했다. 1년간의 실정으로 맺힌 국민의 한은 국정감사로 풀 것이다. 거짓서민행보를 입증하기 위해 예산을 뒤집어보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국정기조의 변화, 검찰의 개혁,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회의장, 상임위장을 쩌렁쩌렁 울릴 것이다. 다행히 민주당 4명의 법사위원들이 청와대, 한나라당, 대검찰청을 거꾸러뜨렸던 기억이 몸 속 신경세포 하나하나에 생생히 살아있다. 원내투쟁이 탄력을 받으면 장외에도 그 에너지가 파급된다. 장외투쟁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며칠 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인사를 단행했다. 조직이 조금 바뀌었을 뿐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국민이 그렇게도 안 된다고 했던 이들이 슬며시 자리를 차고 들어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회전문 인사’라고 논평했다. 너무 젊잖다. 아니, 사태의 본질과 국민의 정서를 반영하기에는 미흡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번 인사는 ‘각설이 인사’다. 전직 대통령들을 대상으로 ‘저승사자 놀이’를 했던 저들에게 이 정도 얘기가 과할까?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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