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규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
<김남규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
  • 한성천
  • 승인 2009.09.0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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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은 가능할까. 관광객이 넘쳐나고, 시장주의와 상업성의 요구가 갈수록 팽배해가는 요즘에 다소 느림과 절제라는 비효율적 개념이 한옥마을에서 작동될 수 있을까. 또 슬로시티가 지정된다면 토착주민이 함께하고, 실제 주민생활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유지해낼 수는 있는 것일까.

이런 가운데 전주시는 한옥마을 명품화사업의 일환으로, 국제적인 전주한옥마을을 꿈꾸며 2010년 6월 국제 슬로시티가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속도전에 밀려나는 토착주민의 공동화를 막고, 한국적 도시마을의 ‘특화와 절제’로 성공한 한옥마을을 만든다는 것이다. 탄소와 자동차 등 첨단의 지역특성에 전통문화와 느림이 더해진 ‘슬로시티 전주한옥마을’이 전주를 더 전주답게 만드는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최근 여름방학동안 전주한옥마을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있다. 장사가 안 되던 가게도 이제는 살 것 같다고 한다. 주말이면 인사동 부럽지 않게 사람들로 북적거려 어깨가 부딪혀 걷기도 불편해 은행로와 태조로 그리고 문화체험시설은 불편지수까지 높다고 하니 관광객 증가를 마냥 즐거워해야만 할지 잘 모르겠다. 올 휴가철 23일 동안 관광객 수가 무려 46만8000여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과8월, 한 달 평균 10만여 명이 다녀간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이 증가한 것이다.

한옥마을은 이제 새로운 대안여행지로 뜨고 있다. 문제는 열섬과 열대야가 형성된 한옥마을은 바람 한 점 없을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걷는 길 한옥마을이 오히려 걷기가 참 불편한 곳이라는 불평도 나온다. 여기에 휴가철에는 시장처럼 북적북적해 천천히 걸으면서 체험하고 즐겨야 하는 묘미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자칫 한옥마을 속살을 놓치고 가는 아쉬움은 없지 않을까 ?

어쨌든 한옥마을은 생활사 박물관처럼 사람이 살아가는 사람냄새와 리얼리티의 흔적이 있는, 느리게 흐르는 실개천 같은 고향이고 향수이다. 도심의 어느 곳과는 다른 친근하고 고향지수가 많은 정신적 편안함이다. 슬로시티 가입은 이런 한옥마을의 정체성을 최대한 담보해내는 역할로서 그 기대가 큰 것이다.

슬로시티 녹색관광 운동은 1986년 슬로푸드운동의 연장선상에서 태동하여 지금은 세계 16개국 116개 마을과 도시에서 참여하고 있다. 맥도날드 햄버거의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전통음식, 유기농산물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성이 깃든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슬로푸드운동에서 비롯됐다.

슬로시티는 자연, 인문, 전통, 고유한 자원 환경 등의 보호와 조화로 지속가능한 인간사회를 지향하는 살기 좋은 마을가꾸기이다. 가입 조건도 까다롭다. 세계적인 보편성과 전국적지명도를 갖춘 특성과 고유 문화자원 있는 마을로 인구 5만 명 이하의 도시와 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다. 문화유산 지키기, 전통수공업, 유무형의 장인들, 주민주도의 마을가꾸기, 자전거도로나 차량통행제한 등의 요건을 지속하여 만들어가야만 한다.

전주한옥마을에는 비빔밥과 한정식 등 슬로푸드가 있으며 닥나무를 손수 벗기고 쪄서 가공하여 건조한 재래식 종이공장이 있다. 한방문화센터에 가면 우리식의 한방, 약령, 웰빙의 고유한 건강지혜가 있다. 주말이면 우리소리나 가락을 들을 수 있는 소리꾼과 공연을 볼 수 있다. 한옥, 한식, 한지, 한소리, 한방, 한복 등 전통문화가 생활 속에 녹아 있어 세계 어느 곳에서도 흉내 낼 수 없는 우리만의 한스타일 슬로시티이다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한스타일 콘텐츠를 연계한 거점구축과 슬로시티가입을 통해 외연을 확대하는 한옥마을의 꿈을 세계화하고 있다. 한스타일의 문화콘텐츠를 녹색관광과 ‘유유자적한 풍요로운 마을’로 융합하여 한옥마을의 품격과 가치를 높여 줄 것을 고대한다.

물론 넘쳐나는 관광객들의 현실적 욕구로서 ‘관광지와 주거지’의 모순이 갈등하고 충돌하면서 만들어가야 하는 어려움도 뒤따를 것이다. ‘빠름과 느림’의 공존에서 주민들의 삶을 담보하는 슬로시티 지향점은 지역민이 즐거워야 한다. ‘주민들의 삶의 질이 무언가’하는 내부의 성찰과 조건의 확보를 통한 개선작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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