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들 ‘울∼고 싶어라’
보건교사들 ‘울∼고 싶어라’
  • 한성천
  • 승인 2009.08.27 1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님, 저 좀 때려주세요. 정말 울고 싶거든요.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화도 못 내고 답답할 뿐입니다.”

누가 이렇게 답답해 울고 싶다고 하는 것일까. 부모를 잃어 상심에 찬 자식의 넋두리도 아니다.

학생이 신종플루에 추가로 몇 명이 감염됐다는 뉴스가 연일 터져나오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자 교과부는 교과부대로, 교육청은 교육청대로, 교장은 교장대로 신종플루 확산예방을 주문하고 있다. 모두가 예방지침을 하급기관에 공문으로 내보낸다. 말로 지시한다.

체계적으로 신종플루 확산 예방활동을 펼쳐도 부족한 현실이다. 하지만, 상급기관과 상급자들은 관련 장비나 비품을 지원하지는 않은 채 막으라고 만 하고 있다. 예산권도 없는 보건교사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27일 아침, 교과부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열 여부를 검사하고 발생하는 학교는 즉시 신고와 함께 격리치료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는 정문부터 학생들을 검사하지 않고 있었다.

도교육청도 그동안 매일같이 감염 학생 수를 파악해 발표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학교에 예방수칙 교육을 철저히 할 것을 시달했다. 그뿐이다. 손세정제를 구입해 일선 학교에 보내거나 열을 잴 수 있는 체온계를 지급한 일은 더더욱 없다. 신종플루 확산 예방을 위한 예산을 별도로 편성하지 않았다.

한 보건교사는 이러한 교육행정에 대해 하소연한다.

“개학 전 전교생 학부모님에게 해외에 다녀온 자녀가 있으면 귀국 후 7일간 발열이 있거나 가족 중 이상이 있는 학생은 학교에 연락을 주고 등교를 자제할 것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손세정제를 받았지만 물량이 턱없이 부족해 개별로 추가 구입하는 등 예방에 노력하고 있지만 언제 어떻게 떠질지 불안하기만 합니다. 만약에 터지면 모든 책임은 보건교사들에게만 물을 거 아닙니까. 제대로 지원하지도 않으면서 말입니다.”

이 교사는 울먹이기까지 했다.

또 다른 학교 보건교사는 “우리 학교는 재학생이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학교입니다. 그렇다 보니 방학중 어학연수와 여행 목적으로 외국을 다녀온 학생도 상당수에 달합니다. 개학해 학생들이 학교를 등교하는데 우리 학교에 체온계는 2개밖에 없습니다. 학생이 많다는 것은 발생위험도 그만큼 높은데도 대응은 전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신종플루 예방교육을 했다’고 설명하는 교사가 있지만 그 학교에 다니는 초등학생은 ‘신종플루 예방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교육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신종플루 발생이 몇 일전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당국은 부산만 떨 뿐 상급기관의 지침만 기다리는 수동적 교육행정의 전형을 적나라하게 노출했다.

27일 교과부는 전국 시·도 교육청 보건담당을 불렀다. 내용은 등교시 체열검사 등을 교육하기 위함에서다. 체열검사를 하라고 교과부는 미리 발표해놓고 정작 당일 시도 교육청 관계자들을 불러모은 격이다.

도교육청도 교과부만 바라보고 있다. 이날 체열검사와 관련한 질문에 대해 “교과부에서 특별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는 답변만 반복한다. 또 일선 학교는 “교육청에서 체열검사를 하라는 지침이 내려온 바가 없었다”고 똑같이 답한다.

보건교사들이 울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심경을 어느 정도 이해할 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