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이제 교사까지 인턴인가
<장세진 군산여상 교사> 이제 교사까지 인턴인가
  • 이수경
  • 승인 2009.08.24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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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50명의 인턴교사를 모집합니다”

위는 일부 중앙일간지에 실렸던 통광고의 메인 카피다. “초 · 중 · 고교에서 다양하고 특색있는 교육과정의 편성운영을 지원하고 예비교원의 학교현장 체험의 기회를 드리기 위하여” 인턴교사를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광고 하단에는 16개 시 · 도교육청이 작게, 교육과학기술부는 그보다 크게 표기되어 있다.

이후 각급 학교 홈페이지에는 인턴교사모집 안내가 일제히 실렸다. 인턴교사는 학력향상 · 전문계고 산업현장실습 · 특수교육지원센터 · 위기자녀전문상담 · 수준별이동수업학습 · 과학실험 · 사교육 없는 학교운영 등 7개 분야지원을 위해 채용한다. 근무기간은 9월 1일부터 4개월이다. 월 보수는 120만 원. 전체 소요예산은 780억 원이다.

인턴교사는 교직경력 26년째인 나로선 처음 보는 아주 ‘해괴한’ 것이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감히 생각해내지 못했던 기발한 일자리 창출의 실업률 대책이다. 도대체 어느 씽크 탱크에서 나온 묘수인지 절로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는 대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짐작했겠지만 인턴교사제는 이명박정부의 빈곤한 교육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단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화투의 칠싸리 껄짝으로 본 것이 아니라면 감히 할 수 없는, 애들 장난과 다를 바 없는 ‘교육희롱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우선 인턴교사 근무 4개월은 그냥 어영구영할 수밖에 없는 시간이다. 그들의 자질이나 능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소기의 성과를 단시일내 낼 수 없는 교육의 기본적 특성 측면에서 그렇다. 결국 인턴교사는 대학 4년때 4주간 받는 교육실습생(일명 교생), 유급의 교육실습생인 셈이다.

학생들이 당할 들뜸과 혼란도 우려된다. 실제로 일반계고교 등에선 교육실습생을 안받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학교에 머무는 4주 동안 학생들 면학분위기가 산만해지고 그 후유증 또한 만만치 않다는 판단에서다. 교사가 되기 위한 필수과정이지만, 그들이 전문계고나 중학교에 몰리는 기이한 현상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인턴교사라는 비정규직을 양산한다는 데 있다. 교사를 일자리 창출 일환의 한시적 공공근로사업쯤으로 인식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아니 해서는 안되는 일이다. 아무리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국정과제라하더라도 교사까지 인턴이라니, 그 후안무치함을 나로선 표현할 길이 없다.

오히려 정부는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금언을 떠올려야 한다. 인턴교사 채용예산 780억 원으로 지금 턱없이 모자라는 교사의 수를 늘려야 한다. (전교조 주장에 의하면 780억 원은 정규교사 3,120명을 채용할 수 있는 돈이다.) 그것이 소모성 예산이기에 혈세낭비라는 비아냥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정부 당국자는 입만 열면 공교육 살리기 어쩌고 하지만, 인턴교사 같은 단기 미봉책으로는 어림없는 수작이다. 해만 바뀌면 한 학교에서 교사 한두 명이 까닭없이 감축되는 공백과 혼란부터 해결하기 바란다. 뭘 자꾸만 새롭게 내놓는다해서 그것이 대책은 아니다.

과거 참여정부에선 방과후학교에 올인, 교육대책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많아 혼란스러울 지경이다. 설사 그렇더라도 백년지대계인 교육의 주체인 교사까지 대대적인 인턴채용이라니, 그 막고 뿜기가 놀랍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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