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준 전주지방환경청장> 4대강 살리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
<한상준 전주지방환경청장> 4대강 살리기,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할 때
  • 최고은
  • 승인 2009.08.10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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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자장(子張)과 자하(子夏) 중, 누가 현명합니까?" 라고 물었다. 이 두 사람을 비교해 달라는 자공의 말에 "자장은 지나쳤고, 자하는 미치지 못하였다."라고 공자가 대답했다. "그러면 자장이 나은 것입니까?"라고 자공이 반문하니 "지나침은 못 미침과 같으니라(過猶不及;과유불급)".

논어(論語)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공자가 말한 ‘과유불급’이 어디 이 두 사람에게만 국한되겠는가. 우리나라는 기후특성 때문에 연 강우량의 70% 이상이 여름철인 6~9월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곳곳에서 물난리가 일어나고, 겨울철 갈수기(渴水期)에는 강물이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낸다. 이같이 강수량의 지나침과 못 미침의 계절적 편차가 크고, 산악지형으로 하천유량 변동이 매우 커서 해마다 여름이면 장맛비를 걱정하고, 겨울에는 물부족을 걱정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으니 좀 더 근원적인 물관리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갈수록 홍수뿐 아니라 물부족으로 인한 가뭄의 횟수가 잦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징검다리 식으로 며칠간 맑았다가 하루에 집중 폭우가 몰아치는 ‘스콜(열대성 소나기)성 물 폭탄’의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비록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내리는 빗물을 잘 관리하면 물난리며 가뭄 등을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도 이 연장선상에 있다. 지난 6월 정부가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은 수해복구 위주의 치수대책에서 사전예방 투자로 전환하고, 물을 아껴 가뭄에 대처하기보다는 공급량 자체를 늘려 물부족에 대처하겠다는 개념을 구체화했다.

하천에 물을 가두는 보를 설치해 ‘물그릇’ 자체를 키워 요즘 같은 여름철엔 홍수 피해를 막고, 갈수기에는 가뭄 피해를 최소화해보겠다는 것이다. 강변저류지를 설치 및 노후제방을 보강하는 등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완료되면 홍수조절 용량이 9억 2000만㎥ 정도 늘어나 기후변화에 따른 잦은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간에서는 보를 설치하면 유속이 늦어져 수질이 악화하지 않을까를 걱정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설치되는 보는 기존의 고정보가 아닌 친환경적인 가동보로 물을 수질이나 수량 상태에 따라 수시로 조절할 수 있고, 정체된 물속에서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총인(T-P) 저감을 위해서도 환경기초시설 보강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은 가뭄과 홍수 예방을 위한 것에 그치지 않고, 하천을 자연과 문화가 만나는 친수공간으로 조성하고 하천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2급수(BOD 3mg/L 이하) 이상의 깨끗한 수질을 지닌 하천을 확대하기 위해 수질오염원을 집중 관리하고 생태습지, 저류지 조성 등 다양한 수질개선 대책도 함께 추진될 예정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탈레스는 물을 만물의 근원이라고까지 하였다. 이것이 사실은 아닐지라도 물이 모든 생물의 생존에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임은 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물의 중심인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우려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오해와 우려보다 이미 던져진 주사위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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