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
현실성 있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필요하다
  • 김우영
  • 승인 2009.08.10 14: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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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교육비 때문에 부모의 등골이 휜다는 말은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말은 아니다. 이를 테면,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도 중산층 부모가 아이들을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는 여유 없는 생활을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 일본에서도 치열한 입시 경쟁 때문에 아이들의 학원 교습비가 많이 든다. 그러나 비교해서 말하자면, 우리나라처럼 중·고등학교에서의 학교수업에 대한 괴외비나 교재비로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나라는 드물다.

교육을 통한 경쟁이 일상화 되어 있는 사회에서, 필요한 또는 더 나은 교육을 받고자 하는 요구에 부응하는 사교육이 없을 수는 없다. 사교육이 늘어나는 것은 경쟁 사회에서 당연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학교교육에서 사교육이 일반화되고, 일반 시민들의 사교육비에 대한 부담이 과도하게 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들이 감내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서민친화 정책의 하나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을 꼽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진행하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가는 상당히 의문스럽다. 사교육비를 경감하는 대책은 두 가지 방향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일차적인 방법은 사교육의 수요를 법적·제도적으로 축소시키는 것이다. 10시 이후 학원교습금지, 학원불법영업 단속, 수능과목 축소, 입학 전형 방법의 선진화 등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것의 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본질적으로 사교육은 학교교육과 차별화된 교육을 받고자 하는, 그럼으로써 더 나은 경쟁력을 얻고자하는 욕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규제에 의해서 사교육이 축소되리라고 보는 것은 희망일 뿐이다.

다른 방법은 공교육의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평준화되어 있는 공교육의 질을 사교육과 등등한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뿐 아니라,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교사와 교육의 질을 개선한다는 방안은 어느 정도 성과를 가져올 수는 있지만, 모든 교사들이 유명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들의 능력과 교수 방법을 따라잡기란 불가능해 보인다. 사교육은 앞서 말했듯이, 학교 이외의 교육을 통해서 학교교육을 보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접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외를 받지 않고 학교 수업만을 이수한 후에, 자신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는 다른 배경적 조건들이 마련되기 전에는 진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물론 공교육의 질을 내실화하여, 사교육 수요를 없앤다는 접근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이상적이고,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현재적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우리가 시장적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사교육에 대한 대체 서비스를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사교육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무료 또는 저렴한 양질의 대체 서비스를 공공정책적 차원에 적극 개발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EBS 강의만으로는 사교육비 수요를 대체할 수 없다. EBS 강의 시청은 이미 일반화되고, 다른 사교육으로 그 수요가 대체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EBS 강의와는 차별화된 다른 수준의 다양한 분야의 교수·학습 콘텐츠가 학생들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다양한 교수 학습 콘텐츠에 대한 서비스가 제고된다하더라도, 여전히 교재비와 장비, 장소에 대한 비용은 부담으로 남는다. 특히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이 동시에 모색되어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가 사교육에서 접근 가능한 것과 동등한, 다양한 양질의 교수·학습 콘텐츠에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다면, 경험적으로 볼 때,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문제가 남는다.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과 공부의 방법을 잘 모르는 학생들은,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기가 어렵고, 여전히 강사들과의 직접 대면하는 사교육을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현실적으로 사교육비 경감의 방법으로서 공교육에서 기대하는 것은 바로 자기주도적인 학습능력의 배양이다. 공교육에서 모든 수준의 교육내용을 제공하는 것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공교육에서 오히려 강조해야 하는 것은 공부하는 방법과 문제해결 능력이다.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 때, 그리고 자유로이 다양한 교수·학습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을 때, 사교육에 대한 수요를 경감할 수 있다. 공교육의 진정한 내실화는 고기를 잡아서 주는 교육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강조할 때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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