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읍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40)는 저녁손님 맞이에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연신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한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문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공연을 함께 보기로 약속한 김씨는 서둘러 식당일을 마무리하고 종업원에게 뒷일을 부탁한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젊은시절 영화도 좋아하고 연극도 좋아했던 김씨는 고창으로 시집와선 살림하랴, 아이 돌보랴, 변변한 문화생활을 즐길수 있는 여유를 가져보지 못했다.
장사를 하다보니 가족들과 대화의 시간이 적어 서로간 소원해진 적도 많았던 김씨는 지난해 고창 문화의 전당이 개관하면서 일상에 변화가 일어났다.
한달에 서너번씩 열리는 공연에 맞춰 두어시간의 짬을 내 남편과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함께 공연도 관람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등 가족의 화목을 되찾았다.
고창 문화의 전당이 김씨와 김씨 가족들의 삶을 변화시킨 것이다.
이처럼 고창 문화의 전당은 개관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주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 주는 지역 문화예술의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문화도시를 표방하면서도 정작 영화관이나 변변한 전문 공연장 하나 없었던 고창주민들은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인근 광주나 정읍, 전주 등지를 찾아야 했다.
멀리 이동하는데 드는 비용과 시간적 부담감은 물론이고 역사와 문화의 고장 고창주민이라는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고창문화의 전당이 개관하자 그동안 쌓였던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이 한꺼번에 분출되듯 개관 7개월만에 3만5천여명에 달하는 관객이 문화의 전당을 찾았으며 매 공연마다 80% 이상 객석을 채우고 있다.
대형공연에서나 볼수 있는 공연 2시간 전 줄서기를 비롯해 군 단위 공연장에서는 보기힘든 관객 유치로 타 자치단체들의 부러움도 사고 있다.
그간 문화의 전당은 ‘불효자는 웁니다’ ‘시집 가는 날’ ‘홍도야 울지마라’ 등 악극과 뮤지컬, ‘워낭소리’를 비롯한 최신 영화, 나금추 명인의 상쇠춤, 고창농악 공연 등 다채로운 공연들이 유치해 주민들의 문화적 갈증을 해소해왔다.
이번 8월에는 여름방학을 맞아 온 가족이 함께 즐길수 있는 ‘토끼, 용궁에 가다(6일)’ ‘남진 특별쇼(20일)’ ‘햄릿(29)’ 등 다양한 공연과 트랜스포머 등 최신영화를 상영한다.
고창문화의전당 윤명수 담당은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이 문화의 전당을 빛내고 있다”라며 “더 좋은 공연으로 주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의 전당 일대는 고창읍성, 판소리 박물관과 연계한 친환경생태공원을 비롯한 테마거리가 조성되고 있어 앞으로 이곳 일대가 역사와 문화, 여가가 아우러지는 지역문화의 중심지로 발돋음할 전망이다.
고창=남궁경종기자 ng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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