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담배 경작농민 니코틴 중독 심각
잎담배 경작농민 니코틴 중독 심각
  • 익산=소인섭
  • 승인 2009.07.2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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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증세호소 잇따라, 당국 실태파악조차 못해
잎담배 경작자들이 심각한 니코틴 중독을 호소하고 있으나 보건당국은 실태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어 농민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익산과 정읍·김제 지역 잎담배 재배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수확기를 맞아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담뱃잎 진액이 피부에 노출되면서 구토와 두통·현기증·무기력증으로 나타나는 니코틴 중독증(green tobacco sickness)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보건소 등 보건당국은 이에 대한 실태파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의료적 접근이 불가능하고 잎담배를 계약재배하는 엽연초생산조합과 KT&G의 대처는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엽연초생산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수매약정기준으로 도내 엽연초 경작자는 전북조합이 관할하는 전주와 익산·진안·무주·진안지역에서 802명이 1천121t을 생산할 예정이고 정읍조합(정읍·김제·고창) 지역에서는 709 농가가 1천24t을 계약재배중이다. 담뱃잎 수확은 6월부터 8월까지가 적기로 최근 도내에서 담뱃잎 수확에 따른 니코틴 중독 현상이 일부 지역에서 심각하게 나타났다.

익산시 한 모(남)씨는 “아내가 최근 ‘담배지랄’(니코틴 중독)로 두 차례나 입원한 적이 있다.”라면서 “작년보다 훨씬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또 김제 장 모(여)씨도 같은 병세로 김제 한 병원에 입원치료했으며 같은 마을에 사는 두 명도 수확작업 도중 똑같은 증세로 몸져누운 적이 있다. 또 인근 정읍에서도 세 명이 니코틴 중독으로 보이는 증세로 고통을 겪은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경작자들은 중독현상을 보건소나 엽연초조합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했다. 상당수 농민은 그러나 니코틴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어떤 주의사항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 보건당국은 법정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발뺌하기 급급했다.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로 볼 수도 있어 관심을 가질만도 하지만 현재로선 전염병이 아니어서 예방관리나 대처가 어렵다.”라고 밝혔고 익산시 보건소 관계자도 “법정 전염병만 보고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보건진료소 같은 최일선 의료현장에서도 보고가 올라오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또 담뱃잎이 전량 계약재배되기 때문에 지자체와는 상관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독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나 엽연초조합과 KT&G측은 예방약이나 치료약 보급은 엄두도 내지 않고 있다. 엽연초 관계자는 “새벽이슬이 마르지 않은 상태나 비 온 뒤 곧바로 수확하지 말 것과 긴 옷과 고무장갑을 착용할 것도 주문했다.”라면서 “매년 환자가 발생하고 있고 올해 특히 많이 발생해 이를 KT&G에 보고는 했다.”라고 해명했다. 담뱃잎을 전량수매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KT&G측은 담배와 홍삼제품 개발에만 열을 올리고 있을 뿐 인체의학과 약학과 관련된 사항이란 이유로 생산자들의 니코틴 중독 예방약과 해독약 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

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최근 남원 대강면 지역 농민들과 접촉해 본 결과 피부질환까지 나타나는 경우가 발견됐다.”라면서 “작업시 주의사항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독증세가 나타나면 노출된 신체부위를 씻어 주고 몸은 따뜻하게, 머리는 시원하게 한 상태로 휴식을 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익산=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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