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여름철 건강과 보리
<최성욱 농협중앙회 구례교육원 교수> 여름철 건강과 보리
  • 이수경
  • 승인 2009.07.22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더위에 음료수와 아이스크림 등 찬 음식을 찾게 되는 계절이다. 잠깐 시원한 느낌을 즐기려다가 장이 탈나기 쉬운 계절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여름철 생활수칙을 보면, 배는 항상 따뜻하게 해주고 찬 음료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한다. 찬 음료나 빙과류를 먹게 되면 바깥 날씨와 달리 속이 냉해져 쉽게 탈이 나기 때문에 냉장고에서 방금 꺼낸 차가운 음료보다 실온에 30분 정도 두었다가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여름철 차가운 에어컨 바람도 장 기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무더운 날씨라도 배가 드러나는 옷을 입거나 이불을 덮지 않고 자는 것은 좋지 않다. 너무 더울 경우 배에 얇은 수건만이라도 덮고 수면을 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평소 장 건강에 좋은 음식을 알아두고 섭취하는 것도 여름철을 슬기롭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다. 장 기능이 떨어지는 여름철에는 식이섬유 섭취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 식이섬유는 대장에서 수분을 흡수해 변의 양을 늘리고 장운동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제철 채소와 해조류, 콩류에 식이섬유가 많다.

흰쌀밥보다는 쌀눈이 있는 거친 잡곡이 장 건강에 더 좋다. 흰쌀밥에 함유된 섬유소의 양은 1g인데 비해 보리밥과 현미는 5~8g 정도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잡곡은 장운동을 돕고 노폐물을 빨리 배설하게 한다. 물론 부드러운 쌀밥에 비해 먹기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따라서 곡물을 여러 종류보다 한 가지씩 첨가하고 밥을 짓기 전에 1시간 정도 불린 후 하면 좀 더 부드럽다. 또 과식을 피해야 한다. 평소 적정량의 음식을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여야 장에 가스가 차지 않는다. 잡곡류 중 보리밥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보리밥은 전쟁 후, 어느 것 하나 풍족한 게 없던 시절에 가난한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 주던 고마운 먹을거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가난의 상징’이 아닌 ‘웰빙의 시작’으로 변신한 '보리밥'이 되었다. 젊은 여성들의 다이어트 미용식과 소화도 잘되고, 당뇨에도 좋은 웰빙식품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지는 보리(귀리)를 10대 건강음식으로 선정하였다.

또한, 보리ㆍ 현미 등의 잡곡이 심장동맥이 막히는 것을 막아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병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웨이크포레스트 대학 멜렌 박사팀이 28만5000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6-15년간 진행된 7개의 연구결과 나타난 사실로 잡곡 섭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심장마비나 뇌졸중 발병 위험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웰빙 붐’을 타고 보리와 호밀 등 잡곡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농민들은 재배를 외면한다.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콤바인으로 추수할 때 660㎡(200평) 기준으로 논벼는 기계품삯이 4만원이지만 보리는 6만원이나 된다. 게다가 보리를 베는 작업은 벼보다 훨씬 까다로워 콤바인 기계 소유자들로부터 보리 수확 부탁을 거절당하기 일쑤다. 또 정작 수확을 해도 도정을 해줄 방앗간마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멀리 있는 방앗간까지 싣고 가야 하는 운임비 역시 만만치 않아 결국 보리를 재배한다 해도 농민들이 손에 쥐는 소득은 별로 없는 셈이다.

요즘처럼 무척 더운 여름은, 겨울에 자란 '보리 한곡(寒穀)밥'에 막 담은 어린 열무(熱無)김치는 이름부터 시원하다. '보리밥'에 물 말아 곁들인 된장ㆍ고추도 그 맛이 진미이며, 여름철 건강을 챙기는 비결이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