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연 전주MBC 사장
장태연 전주MBC 사장
  • 이지현
  • 승인 2009.07.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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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방송은 도민 삶에 공헌할때 존재가치 있다"
훌훌 벗어 던졌다. 서열과 격식, 권위적 보수성 따윈 버린 지 오래다. 작고 소박한 것이 좋다. 높은 곳보다는 낮은 곳이 마음 편하다. 그래서 부임 인사 관행도 여지없이 깼다. 힘있는 기관보다 관심 밖에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곳을 누볐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장 전용 에쿠스 차량을 매각하고 소형 아반떼를 장기 렌트했다.

하지만, 권위주의를 벗어던진 그의 시도는 곱지 않은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저 그만의 성실함과 몸에 밴 겸손함, 그리고 일에 대한 뜨거운 열정으로 ‘지역방송은 권력기관이 아니다. 지역민의 삶에 공헌할 때 비로소 존재가치가 있다’고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의 진정성은 통했다. 사명에 충실하지만 자신을 낮출 줄 아는 그의 온화한 리더십이 마음을 이끌었다.

오십 평생을 서울토박이로 살아왔지만 오히려 ‘전북을 껴안자’고 외치는 지독한 책임윤리 중독자 전주 MBC 장태연(53) 사장을 만났다.<편집자 주>



-취임 직후부터 기존의 관행을 깬 파격적인 행보로 눈길을 끌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실천한 것뿐이에요. 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고 기본에 충실할 때 지역방송이 바로 선다고 생각했어요. 도민과 가까워지고 싶었죠. 검은색 대형 승용차를 타고나가면 누가 선뜻 접근할 수 있겠어요. 2년간 적자가 발생한 전주MBC 사장으로 절감을 몸소 실천하자는 취지였지만 누구나 편안하게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어요.



-지방근무는 처음인 서울토박이가 생각하는 지역방송의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그동안 서울에서만 근무하고 또 생활해 왔기 때문에 지방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전혀 몰랐어요. 지역현안에 대한 무지함을 떨치기 위해 그늘진 곳을 먼저 찾았습니다. 지역방송의 존재근거는 지역에 있으니 당연히 지역에 공헌을 하는 게 옳아요. 권력기관이 아닌 지역민의 풍요로운 삶에 봉사할 때 가치를 발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동안 지역방송은 턱없는 권위의식에 매몰돼 신뢰를 많이 잃었어요. 그래서 재래시장과 소외지역 등 각계각층이 삶의 터전을 꾸리고 있는 현장을 찾았고 바로 여기서 지역언론이 해야할 일의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알게 됐죠. 할 일이 정말 많다는 것도 발견했습니다.

-‘전북 껴안기’를 주장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인가.

▲서울에서만 살다 온 사람이 왜 갑자기 지방을 외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도민에게 힘과 희망을 불어 넣어야 지역이 잘 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어요. 하지만, 전북의 경우 예향의 도시로써 감성이 풍부하고 교육 수준이 높은데 반해 스스로 자신감을 상실한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지역과의 밀착과 도민에게 힘 불어넣기였습니다. 도민들의 기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에서였죠. ‘청춘전북’과 ‘지역신문 구독하기’, ‘지역대학 살리기’, ‘재래시장 살리기’ 캠페인을 곧장 실천에 옮겼습니다.



-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열정을 가지고 사는 것 자체가 행복한 일이잖아요. 역동적인 전북을 만드는 것으로 청춘만한 소재가 없다고 봤죠. 지역과의 밀착과 도민에게 힘을 불어넣기 위해 ‘청춘전북’ 캠페인을 시작, ‘북앤허그(Book & Hug)’를 내세웠죠. 청춘처럼 젊고 희망찬 전북을 만들기 위해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매주 한 번씩 서로를 안아주는 따뜻한 전북을 만들자는 것이었죠. 지성과 감성이 풍부한 전북인의 특성에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지역신문 구독하기’ 역시 지역언론이 죽으면 지역이 죽는다는 생각에서 비롯됐어요. 지역신문의 낮은 구독률 또한 중앙과 지역간 불균형에서 파생된 결과물이죠. 지역을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지역신문이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문제의식을 가진 담당 PD가 해당프로그램을 제작해줘 너무 고맙죠.

‘전통시장 살리기’도 마찬가지에요. 캠페인 방송이 시작되면서부터 상품권 판매액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별것 아니지만 사내에서도 전통시장 상품권을 선물하거나 푸근한 정을 찾아 일부러 그곳에 가서 식사를 하기도 해요.

마지막으로 지역의 인재가 외부로 유출되지 않을 때 그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지역대학 살리기’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지난봄부터 전북대와 미디어센터를 공동운영하고 있고 전주대와는 음식관련 사이트 오픈을 코앞에 두고 있어요. 군산대 호원대와는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중이고요. 전주MBC도 공정성을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인재를 채용할 계획이고 지금은 미디어센터와 인턴, 방학을 통한 견습활동을 통해 인재 육성에 앞장서고 있죠. 지역방송이 지역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정말 기쁩니다.

-프로그램 개편을 통해서도 ‘전북 껴안기’에 앞장서고 있는데.

▲지난봄에 실시된 개편의 핵심을 ‘지역’으로 정하고 지역과 호흡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신설했어요. 도민의 행복지수만은 최고이길 바라는 마음에서였죠. 지역출신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프로젝트 ‘한 번만 떴으면’과 지역문화계를 6mm 핸디캠으로 비춰보는 ‘디지털 문화관’, 지역민의 생활사를 다루는 생활사 다큐멘터리 ‘하루’ 등이 대표적이에요. 지금은 가을개편을 준비중인데 현재 방영중인 프로그램의 보완점 및 신설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한창입니다. 9월께나 윤곽이 잡힐 듯하지만 전체 방송의 25% 범위 내에서 진행이 될 것 같아요. 로컬 방송이 한자릿수 시청률에 머물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지역이 녹아있는 지역밀착형 콘텐츠를 개발해 지역민의 삶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실천하는 경영인으로서 회사 경영에도 열정을 다한다고 들었다.

▲매달 간부 사원들에게 책을 한 권씩 나눠주고 월말이면 토론회를 해요. 전주 MBC 사장은 적어도 이곳에서 배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부하고 실력을 배양하라는 뜻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익숙하지 않은 탓에 사원들의 반발도 있었지만 지금은 이해하고 따라줘서 너무 고맙죠. 또 공영방송은 효과와 효율, 탁월함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공영방송이 선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충실한 서비스 정신과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중요하기 때문이죠. 지난해 불어닥친 글로벌 경기침체로 광고수익이 많이 줄었지만 커피 전문점과 여행사 등을 자체적으로 운영한 덕분에 어느 정도 성과를 올렸다고 봐요. 전주 MBC가 추구하는 가장 큰 꿈과 이루려는 성과는 가장 행복한 전북도민과 사원, 선호도 1위는 사람 키우기, 행복지수 1위 전북, 전북인을 되살린 방송사로서 역할을 다하자는 것입니다.



-취임 16개월을 맞았다. 앞으로 계획은.

▲전북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진 곳이에요. 이를 찾는 것은 도민들의 몫이지만 지역방송은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면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확산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작환경과 경제적인 열악함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잘된다’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겁니다. 또 사원은 물론 지역민과의 격의 없는 양방향 대화를 통해 ‘시청자시대-행복의 중심 전주MBC’를 만들고 싶습니다.



대담:김경섭 사회부장

정리:이지현기자

대담일시:2009년 7월 20일 전주문화방송 사장실



<장태연 사장 프로필>

△출생지: 서울 마포(1956)

△학력: 한양대 통신공학과, 미국 뉴욕시립대 브루클린 대학원 텔레비전 제작 석사(MFA)

△경력: MBC TV PD(스타 24시·화요일에 만나요·이주일의 웃으며 삽시다·가요초대석·쇼 네트워크·경찰청 사람들·그사람 그 후·1318 힘을 내· 다큐멘터리 이야기 속으로·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연출), 예능국 CP, 예능국장, 사장 특보 겸 사무국장, 기획조정실 사회공헌팀장, TV 제작본부장

△수상: 한국방송대상 청소년 TV작품 우수상(1996)

△저서: 방송사 구경(2004)

△가족관계: 민언옥씨와 1남

△취미: 일하기, 책읽기, 사색하며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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