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소수 기하학
복소수 기하학
  • 소인섭
  • 승인 2009.07.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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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실생활에서 쓰고 있는 실수의 특징은 같은 수를 두 번 곱하면 0보다 크거나 같은 양수가 된다. 그런데 제곱해서 음수가 되는 수를 우리는 가상의 수인 허수라고 부른다. 그리고 실수와 허수를 합하여 복소수라고 부른다. 2차방정식 x^2+1=0이라는 방정식의 해는 무엇인가? 즉, 같은 수를 두 번 곱해서 -1이 되어야 우리의 방정식이 성립되는데 실수에서는 그런 수가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사각형의 면적이 4가 될 때 한 변의 길이는 2가 된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면적이 2가되는 정사각형의 한 변의 길이는 무리수인 루트 2가 되어 비순환 무한소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만일 정사각형의 면적이 -4가 된다면(실제로는 불가능한 이야기이지만) 한 변의 길이는 얼마일까? 우선 면적이 -4라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만일 제곱해서 -4가 되는 수가 있다면 그런 수는 상상의 수일 것이다. 사람들은 이런 가상의 수를 왜 쓰는가? 라고 질문할 수 도 있는데 수학을 연구하다 보면 이런 허수야말로 가장 완벽하고 사용하기 편리한 수이고 허수는 실수의 그림자와 같은 여러 가지로 불변한 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오늘날 허수는 수학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특히 공학 등 여러 분야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수학자들의 알려진 농담을 빌자면 복소수 공간은 남성과 여성으로 된 양성이 있는 공간이라면 실수 공간은 한 가지 성(sex)이 있는 공간이므로 어느 쪽이 재미있는지는 복소수를 가지고 만든 수학을 공부해 본 사람만이 안다고 한다. 19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기하학의 주된 연구대상이었던 유클리드 공간은 실수에 기초한 기하학인데 복소기하학이란 간단히 말해서 실수와 허수의 짝으로 된 수인 복소수에 기초를 둔 기하학이다. 하지만 수학 전체에서 보았을 때 무엇보다도 복소기하학을 연구하는 중요한 이유는 복소기하학을 통하여 한 가지 수학적인 연구 대상에 얻어진 결과가 전혀 상관이 없을 법한 다른 수학적 대상에서 제기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용된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겉보기에는 기하학과 무관해 보이는 문제도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복소기하학이 쓰이는 예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말하면 지난 1990년대에 350년 만에 해결된 그 유명한 페르마의 마지막 문제가 문제 자체는 자연수의 성질에 대한 것이지만 해결과정에서는 타원곡선이라는 복소기하학에서 나온 중요한 개념을 이용하여 해결된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 복소수에 기초한 공간은 인위적으로 꾸며낸 것이 아니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데 최근 들어 물리학에서는 복소수에 기초한 공간이 우주를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오늘날 수학과 물리학이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통로로도 사용되고 있는 학문은 다름 아닌 복소기하학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복소수를 이용한 복소다양체론 이나 여기에 관계를 도입하여 만든 사영기하학 등은 첨단 고등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고 이러한 이론을 좌표평면상에 만들어 세운 변환이론은 새로운 수학을 만드는 중요한 분야이다. 임의의 유리함수의 적분은 로그와 역삼각함수만 써서 구할 수 있지만 무리함수의 적분은 다른 많은 매우 복잡한 함수들을 써야 한다. 리만은 각 무리함수마다 리만 면이라 불리는 어떤 곡면을 대응시켜서, 무리함수의 적분 문제를 이 곡면의 복소수 구조의 기하학 문제로 바꾼 후, 이 기하학을 이용하여 무리함수의 적분에 관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였다. 이와 같이 복소수 구조를 갖는 공간을 연구하는 것이 복소기하학이다. 리만은 대수기하학, 대수적 정수론 및 복소해석학이 리만 면이란 개념을 통해 연결될 수 있음을 보였는데, 이와 같이 복소기하학은 수학을 하나의 통일된 유기적 구조로 연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최근 이론물리학의 트위스터 이론이나 끈 이론에서 우주를 구성하는 요소로 복소수 공간을 제시하면서, 이론물리학과 복소수 기하학의 많은 부분이 하나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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