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호 전북대 체육교육과 교수> 자긍심의 힘
<고영호 전북대 체육교육과 교수> 자긍심의 힘
  • 이수경
  • 승인 2009.07.14 17: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5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2008년 남자 중·고등학생의 흡연율은 각각 5.7%, 18.1%로 전년 대비 각각 0.9%, 1.9%가 늘어났다. 그리고 지난 1년 간 급우나 또래로부터 폭력을 당한 중·고등학생은 12.9%로, 8명 중 1명이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행정안전부의 4월 발표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율 중 청소년 비율은 14.3%(1,035천 명), 성인이 6.3%(964천 명)로 청소년 중독율이 성인보다 두 배 이상 높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우리 청소년들이 흡연, 학교폭력, 인터넷 중독 등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리 청소년들에게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일까? 필자는 청소년들이 스스로에게 긍지를 가지는 마음인 ‘자긍심’이 결여되면서 오늘날 심각한 청소년문제가 야기되었다고 판단한다.

『5백년 명문가의 자녀교육』이란 책이 있다. 이 책에서는 자긍심을 이루는 두 가지 요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하나는 ‘자신감’이요, 다른 하나는 살아오면서 느끼고 경험하는 가운데 형성된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한 감각, 즉 ‘자존감’이다. 자긍심은 자신감과 자존감의 조화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먼저 자신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스스로를 가치 있게 여기고 존중하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남 또한 귀하게 여기고 존중할 줄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자긍심은 문제해결능력으로 연결된다. 자긍심이 높은 사람은 어려운 문제나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끝까지 문제를 돌파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반면, 자긍심이 낮은 사람은 문제를 직면했을 때 쉽게 포기해 버리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은 문제가 불거짐과 동시에 피하거나 포기하는 모습이 대부분이 아닌가? 과연 가정과 학교, 사회 속에서 성장하며 자긍심을 키울 기회는 충분했을까? 필자는 단호히 ‘아니다’라는 답을 하고자 한다.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 자신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 어려웠기 때문에 담배에 의존하고, 타인을 괴롭히며, 현실이 아닌 온라인이라는 또 다른 세상을 찾은 것은 아니었을까?

이런 우리 자녀들에게 지금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긍심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가정과 학교 그리고 사회의 끊임없는 노력과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먼저 가정에서 부모는 자녀와 긴밀한 관계를 통해 자긍심을 회복해야 한다. 서로 마주보고 껴안으며 표현하면서 사랑을 실천하고 스스로가 중요하고 가치 있는 사람임을 인식시켜주어야 자신감과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지금도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엄친딸(엄마 친구 딸)’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모두 비교를 지칭하는 반갑지 않은 단어들이다. 무심코 쓰는 이 단어 한 마디가 내 자녀의 자긍심을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볼 일이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 간의 교류 과정에서 감정이입, 친밀감, 의사소통 등이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이는 학생 내면의 성찰을 도모함과 동시에 자신감, 자기존중에 대한 감정을 갖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감정을 통해 형성된 자긍심은 어려운 문제나 곤란한 상황에서 해결하려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용기와 초석이 된다.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자긍심이다.

사회에서는 올바른 사회적인 가치관을 가진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학벌사회, 외모 콤플렉스 등 비정상적 가치관이 주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자긍심은 잃게 만드는 직접적 원인이다. 외모와 배경이 무기가 아닌 자신이 가진 심성과 능력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또한 위기의 청소년들을 구해낼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도 갖춰야 한다. 이렇게 관계를 맺으며 하나의 존재로 인식되는 과정 속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이야말로 다음 세대를 책임져 줄 건강한 자긍심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

엇나가 버린 태도와 기준이 우리 청소년들의 자긍심을 결여시키고 많은 문제점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답이 없을 것 같은 청소년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가정, 학교, 사회에서의 작은 움직임이 우리 아이들의 자긍심을 되살리고 나아가 이 사회에 만연한 청소년문제를 해결하는 열쇠인 것이다. 모쪼록 우리 아이들의 회복된 자신감과 굳건한 자존감이 조화를 이룬 건강한 자긍심을 다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