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남성과 인공정자
고개 숙인 남성과 인공정자
  • 장선일
  • 승인 2009.07.14 1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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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거지악은 과거 중국을 비롯한 우리나라 등 유교문화권에서 아내가 일곱가지 잘못을 하면, 남편이 일방으로 아내와 이혼할 수 있다는 “공자가어”에 나온 말이다. 그 중에서 아이를 낳지 못한다(無子)는 것은 두번째 큰 죄로 시부모를 비롯한 시댁의 성화에 씨받이를 들여 아이를 낳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씨받이를 들여도 아이를 낳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을 것이다. 그런데, 남자기 아이를 못나면, 양자를 대려다가 키우는 뻣뻣한 남성에 대한 관용에 비해, 여자가 아이를 못나면 내쫒김을 당해야만 했다. 유난히도 예의범절이 강조되었던 조선시대의 이야기지만, 오늘날에는 이러한 인식이 줄어 뻣뻣한 남성에 대한 관용이 사라지고 있다.

요즘 남성들은 고개 숙인 지 오래다. 과도한 경쟁구도의 현대사회에서 직장에서의 역할, 그리고 아빠와 남편으로서의 역할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빠져있다. 이러한 이유로 각종 만성적 성인질환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 남성들은 직장에서 능력 없다고 퇴출당하고, 돈벌이가 부실하여 자녀의 사교육비 충당 못한다고 가정에서 내밀리고, 게다가 성생활을 못한다고 이혼이라는 아내로부터 극단적 법정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게 오늘날 남성의 현실이다.

덴마아크의 슈미드(Schmid, L) 교수에 따르면, 산업화된 선진사회에서 불임인구는 약 17-28%에 달하고, 그 중에서 56%는 의약의 도움을 청하고 있는 상태라 한다. 그리고 나예르니아(Nayernia) 교수에 의하면, 7쌍 중에 약 1쌍정도는 생식에 문제가 있고, 남성들 중 30-50%가 빈약한 정자로 수정에 실패할 수 있고, 이중에서 1%는 무정자증으로 아예 수정조차 할 수 없다고 한다. 과거에는 5%에 지나지 않았던 불임문제가 산업사회로 발전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 원인은 상기에서 언급한바와 같이 극심한 스트레스와 더불어, 환경오염, 생활습관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몇 일전 남성의 불임 시술법으로 인공정자가 소개되어 헤드라인을 장식한 연구결과가 있었다. 영국 뉴캐슬대 나예르니아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5일째 된 남성 배아에서 남성 염색체를 가진 줄기세포에 레티노산(retinoic acid)과 성장인자(EGF와 FGF) 등 특수한 물질을 투입해 배양함으로써 정자를 만들어냈다고 7월 7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약물처리 후 줄기세포의 일부가 2n에서 n으로 감수분열을 거쳐 머리와 꼬리를 갖춘 움직이는 정자와 유사한 세포를 얻어 그 특징을 밝혀 2009년 7월 “Stem cells and development” 전문 학술잡지에 게재 허락을 받았다. 즉, 남성불임환자의 체세포로 만든 줄기세포 유래 정자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유사 인공정자가 수정하여 정상적으로 세포 분열함으로써 생체가 되기까지는 앞으로 수많은 숙제를 안고 있다. 기술적으로도 향후 5~10년 이상은 족히 걸릴 것이다. 여기에 윤리문제와 법적규제까지 고려해야 되기 때문에 많은 논란과 더불어 종교적인 문제까지 비화될 수 있어 쉽지 않은 연구라 할 수 있다.

인공정자가 만들어지면, “남성이 필요 없어진다”고 극단적인 논리를 전개하는 사람들도 있고, 여성이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라는 표현들도 난무하고 있다. 물론 인간의 끝없는 욕망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이용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길 원하는 불임 남성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꼭 인공정자를 만들어 불임을 해결해야 될까”라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가장 좋은 해결책은 무엇일까?

생체의 복원력을 통해 불임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무정자증 남성을 복원시키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인체의 자연생리적 기전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하고, 이를 통한 인간의 생식능력을 복원시키는 방법이 가장 바람직한 해결책일 것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의약품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극단적인 방법으로 생체를 복제하기보다는 인체의 자연생리적 차원에서 복원을 시키는 쪽으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러므로 생물학적 종의 개념을 기반으로 전통적 윤리 개념에서 인체를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혈행 개선으로도 많은 인체질환을 치료할 수 있고, 심리 및 사회적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책이 많이 있다. 그리고 서구화된 인스턴트 식생활과 각종 오염물질이 난무한 생활 자재 등을 친환경적 방향으로 전환하는 일로 많은 인체질환을 해결할 수 있다. 남성 불임의 경우도 직장의 윤리 및 정치 사회보장제도로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인체의 복원을 촉신시키는 기능성 식품 및 의약품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공정자 생산이라는 과학적 쾌거를 환영하지만, 인체의 자연 생리적 복원을 통한 불임을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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