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정 재경고창군민회 회장> 열심히 산다는 것
<박우정 재경고창군민회 회장> 열심히 산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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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7.03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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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추위가 매섭던 어느 날 오후에 고향 후배 한 사람이 찾아 왔다.

“그동안 보살펴주고 이끌어주신 선배님께 면목이 없다”고 하면서 “열심히 했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말문을 열 때만 해도 조금은 민망해하던 그가 거침없이 늘어놓은 변명은 계속되는 불경기와 실효성 없는 정부정책, 불성실한 근로자, 관청과 대기업에 든든한 후견인을 두지 못한 것을 탓하는 내용이었다.

나는 그 후배의 생각과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수긍하는 듯이 진지하고 성실한 태도로 끝까지 들어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 유용(有用)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가 돌아간 뒤에 “열심히 했다”는 말에 대하여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했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고 하고 자영업을 하는 분들도 “열심히 했는데 장사가 안된다”고 하며, 직장인들은 “열심히 했는데 인정을 받지 못한다”라고 자탄(自嘆)하고 변명(辨明)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또한 지지를 호소하는 공직후보자들과 각종 취임사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열심히 하겠다”는 수사(修辭)이다.

열심(熱心)의 사전적 어의는 어떤 일에 깊이 마음을 쏟음(집중함)이며 어떤일을 함에 있어서 그 일에 정신을 집중하고 모든 역량을 다하여 실행한다는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

열심히 한일이 잘못되거나 인정을 받지 못하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면 상당히 심각한 일이다.

그러나 ‘열심히 했다’는 사람과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 그 일을 본분에 맞게 정신을 집중하고 모든 역량을 다하여 바르게 실행 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학업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친구에 비하여 조금 더 성실하게 공부한 것을 ‘열심히 공부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닌지, 정시에 출근하여 동료보다 조금 더 착실하게 근무한 것을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自問)해 보아야 한다.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고 책임있는 자리에 취임한 각급 공직자들도 그 직무상의 본분에 따라 사심없이 바르고 충실하게 열심히 일 했는지를 수시로 자문하고 점검해 보아야 한다.

친구들이 보기에 미친 듯이 푹 빠져서 잠은 언제 자는지? 밥은 먹고 하는지? 건강은 지켜질지? 크게 걱정할 정도로 공부하는 것이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며, 동료와 상사, 부하까지 감탄할 정도로 유별나게 열성을 다하여 일하는 직원을 열심히 일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많은 경우는 아니지만, 주민들의 뜻에 따라 미래 지향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실질 소득을 증대시키고, 주민 편의 제공을 위하여 열심히 일을 함으로서 사랑받고 추앙(推仰)받는 지자체장들이 있다고 들었다.

지방자치제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굳건히 자리를 잡아가듯이 각급 지자체장들도 직분에 맞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게 되고, 그에따라 주민들로부터 그 이름이 오래오래 아름답고 거룩하게 기억되기를 소망한다면 필자만의 지나친 욕심일까?

권력과 금력, 술수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진정으로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좋은 성적을 얻게 되고 열심히 일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 직분에 따라 지역과 주민을 위하여 열성을 다하는 공직자가 인정받고 추앙받는 세상이 되어 그 후배가 다시 찾아와 자력으로 성공했다는, 조금 길어도 좋은 아름다운 성공담을 당당하게 들려줄 날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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