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찮은 요인 거대한 효과
하찮은 요인 거대한 효과
  • 소인섭
  • 승인 2009.07.02 16: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세기에는 초극미의 물질세계를 파헤치는 양자역학의 등장으로 아무리 복잡한 현상도 간단한 몇 개의 기본요인을 찾아내어 연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과학자들의 가슴에 굳게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연구의 대상을 단순화 시키려고 노력하였다. 이러한 연구 태도는 뉴턴의 역학에도 잘 나타나있다. 그들은 모든 물질운동은 인력의 법칙하나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일월식의 정확한 시간, 행성과 혜성의 운동 등 거의 모든 천체의 운동을 단순 수식 하나로 설명했다. 그리고 천재는 복잡한 것을 단순화 하는 혜안을 가졌다고 믿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단순화 시키는 과정에서 집약과 희생이 뒤 따랐다. 이를테면 뉴턴은 행성의 궤도를 결정할 때 수많은 별들의 존재를 무시하고 태양의 인력만을 고려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와 같은 어리석은 생각은 할 수도 없고 그럴 수도 없게 되었다. 하찮다고 생각했던 요인들이 알고 보면 때로는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깨달은 탓이다. 이것을 적절히 표현한 것이 이른바 나비효과이다. 오늘 서울의 나비 한 마리가 일으킨 공기의 작은 요동이 내일 뉴욕의 날씨를 좌우 한다는 비유의 말이다. 슈퍼컴퓨터의 힘으로 아주 정밀하게 관측한 자료로 신속하게 처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기 예보가 번번이 빗나가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는 이런 현상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복잡성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복잡한 현상은 있었지만 되도록 무시해 왔을 뿐이다. 아니 무시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 버렸을 뿐이다. 컴퓨터가 없던 당시로서는 그 복잡한 양상을 어림으로나마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범람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인 요즘은 사소한 정보하나가 엉뚱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뉴턴은 이러한 ‘하찮은 요인’들을 배제함으로써 근대과학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것은 수많은 자연현상 가운데 지극히 간단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성공이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복잡한 자연현상을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안 되게 되어 있다. 카오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뉴턴의 천재성은 천체운동에 대하여 완벽한 해가 가능한 영역만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뉴턴역학에서는 수많은 별들은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자.

괴델의 불완전성정리는 몇 개의 단순한 공리로 수학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환상임을 보여 주었다. 21세기의 수학은 프랙털 기하학의 창시자인 만델브로와 같이 복잡한 것은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는 새로운 수학의 혁명가들에 의하여 새롭게 태어날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낸 미국의 페이겔스는 과학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앞으로 과학의 주류는 복잡성의 과학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뉴턴의 고전 역학, 결정론, 계량경제학 등이 단순성의 과학이라면, 반면에 프랙털 기하학, 카오스이론, 홀론이론, 분자생물학, 가이아 이론 등은 복잡성의 과학이다. 여기에 덧붙여 페이겔스는 21세기에는 복잡성의 과학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으로 강대국을 구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