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복잡성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집약할 수 있을 것이다. 예전에도 복잡한 현상은 있었지만 되도록 무시해 왔을 뿐이다. 아니 무시한 것이라기보다는 피해 버렸을 뿐이다. 컴퓨터가 없던 당시로서는 그 복잡한 양상을 어림으로나마 상상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도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우리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정보가 범람하는 불확실성의 시대인 요즘은 사소한 정보하나가 엉뚱한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뉴턴은 이러한 ‘하찮은 요인’들을 배제함으로써 근대과학의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것은 수많은 자연현상 가운데 지극히 간단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성공이었다. 이제 과학자들은 복잡한 자연현상을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지 않고서는 안 되게 되어 있다. 카오스 전문가의 눈으로 보면 뉴턴의 천재성은 천체운동에 대하여 완벽한 해가 가능한 영역만을 선택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뉴턴역학에서는 수많은 별들은 나비효과를 일으키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에 설명하기로 하자.
괴델의 불완전성정리는 몇 개의 단순한 공리로 수학의 체계를 세울 수 있다는 믿음이 환상임을 보여 주었다. 21세기의 수학은 프랙털 기하학의 창시자인 만델브로와 같이 복잡한 것은 복잡한 그대로 파악하는 새로운 수학의 혁명가들에 의하여 새롭게 태어날 조짐이 보인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를 읽어낸 미국의 페이겔스는 과학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하고 앞으로 과학의 주류는 복잡성의 과학이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견하고 있다. 뉴턴의 고전 역학, 결정론, 계량경제학 등이 단순성의 과학이라면, 반면에 프랙털 기하학, 카오스이론, 홀론이론, 분자생물학, 가이아 이론 등은 복잡성의 과학이다. 여기에 덧붙여 페이겔스는 21세기에는 복잡성의 과학이 정치, 경제, 문화, 군사적으로 강대국을 구분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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