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봉 전주덕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여름 단상
<박상봉 전주덕진경찰서 생활안전과장> 여름 단상
  • 김은희
  • 승인 2009.06.30 14: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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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보리밭을 가로질러 뛰어보기도 하고 하이얀 찔레꽃 향기에 취해 거닐어 보기도 하고 담장을 힘없이 기어올라 핀 장미의 아름다움에 푹빠져 보기도 하던 그 시간이 지나 이젠 본격적인 여름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죽죽 내리 쏟던 소나기가 감쪽같이 그친 뒤 영롱해진 대기 속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쳐다봤을 때 갑자기 구름이 열리며 그 너머 넓은 길이 뚫리는 광경을 본적이 있는가.

한여름 무거운 잠에 짖눌렸다가 어디서 들려오는 꽃다운 음악에 스르르 깨어나며 등골이 오싹해지는 소슬한 기쁨을 맛본 적이 있는가요....

어스름 저녁 후두둑 몰려와 어느새 격량을 이루며 모든걸 휩쓸어가는 장맛비 속에 반짝이며 튀어 오르는 수천의 물방울 같은 피아노 협주곡을 들어본 적이 있나요.

가만히 있어도 등에 땀이 맺히고, 조금만 움직이며 오금에 뜨거운 기가 솟아 참기 어려운 여름이다.

바깥에 나서보면 못 견디게 눈이 부시면서 존재의 의미자체가 자취없이 실종된 것 같고 어떤 날 저녁에는 「뭉크」의 「검은 절규」가 생각나기도 하는 계절이 여름인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수북해지는 들깨밭이 메마른 호박줄기 같은 내 영혼을 비웃고 콘크리트 담 아래 소박하게 피어나는 달리아가 가보지도 못한 이국의 도시를 그리게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여기가 아니면 어디드니 내가 아니면 다른 무엇이든지 가고 싶고 되고 싶어 하는 계절이 여름이다.

그래서 혹자는 발가벗은 몸으로 뛰어들기도 하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인도로 가기도하고 없는 돈에 유럽배낭여행을 떠난 사람도 있드라고, 모두 잔인한 「카뮈의 태양」아래서 존재의 구조나 의미를 참아보려고 하는 안타까운 몸부림들이다.

이런 때 조용히 집안에 앉아 “들판의 들과 꽃들과 잿빛 건물들이 가슴속으로 여미여 들어온다. 어둡고 황량한 그의 가슴속의 벽에 맑은 물방울이 맺혀 주르르 흐른다. 기껏해야 감성적인 후회, 아름다운 이미지에 대한 욕망, 꽃이 활짝 핀 이름 모를 들꽃들, 늘 다른 사람들에 대한 우월감,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자원, 그래서 삶과 그 자신에 대한 불만, 허탈감에 빠진 하품, 선율의 물보라를 맛보게 해준 많은 방도들…”

큰맘 먹고 장만했지만 이런 저런 일에 쫓겨 몇 년을 잊고 산 덩치 큰 전축의 먼지를 닦고, 좋은 판이라는 친구의 추천에 한꺼번에 구입한 시디를 꺼내어 음악을 튼 다음 길 떠나는 마음으로 그 melody를 따라 가보는 것이다.

그 길의 끝이 어딘들 어떠리. 이곳이 아닌 곳에 내가아닌 사람으로 서있어 볼 수 있다면….

그리고 가늘 길에 장마에 쫓겨 온 호랑나비 한 마리를 만날 수 있다면…. 이제 비방과 멸시 등의 인간 허울들을 벗어던지고 순수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이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무더위와 장마에도 불구하고 고생하는 덕진경찰서 지역경찰 여러분의 건승을 빕니다.

덕진경찰서 지역경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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