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꺾인 새만금
날개 꺾인 새만금
  • 이보원
  • 승인 2009.06.17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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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기대가 이번에도 산산조각났다.

실용적 대안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이명박 대통령의 추진의지도 소용이 없었다.

배추밭으로 전락한 김제공항 대신 추진해 왔던 군산공항 확장. 새만금 쪽으로 쭉 뻗은 활주로만 만들면 가능한 사업이려니 기대 또한 컸던 게 사실이다.

결과는 참담했다.

어디 가서 하소연을 해야 할까.

‘교통오지’,‘항공 오지’라는 ‘딱지’를 원죄처럼 붙들고 살아야 하는 걸까.

‘새만금 사업으로 인해 발생할 미래수요는 정부가 확정한 계획이 아닌 만큼 항공 수요에 반영할 수 없다.’

군산공항 확장사업 용역을 맡아온 한국교통연구원이 내세운 명분과 논리다.

3천5백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인적이 끊긴 유령공항으로 전락한 강원도 양양공항. 1천1백억 원을 투입했음에도 비행기도 뜨기 전에 동남권 신공항 논란에 휘말린 울진공항.

전국의 지방공항이 만성적자에 허덕이는 판에 수요도 불명확한 지방 공항을 또 하나 추진하는 것이 가당키나 하느냐는 뜻이다.

재수없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 깨진다는데 바로 그 꼴이다.

공항 오지인 전북이 공항다운 공항 하나 추진하나보다 했더니 문닫는 지방공항이 속출했다. 군산공항 확장 사업 용역기관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거 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하지만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것과 무엇이 다를까.

적자투성이로 문을 닫은 양양공항이나 울진공항 등 다른 공항들의 전철 때문에 군산공항의 미래 수요를 반영할 수 없다는 것이 전북도민들 입장에서는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주는 얘기로 들리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새만금이 나를 부른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새만금을 방문한 자리에서 광활한 새만금을 바라보며 호쾌하게 부르짖은 멘트라고 한다.

그만큼 새만금이 보유한 잠재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국가 통치자가 그 가치를 인정할 정도로 새만금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이 될 핵심프로젝트다.

새만금 특별법을 통해 농업용지 대 복합개발용지의 비율이 7대3에서 3대7로 전환됐다. 중동의 신흥경제 허브로 급부상한 두바이를 뛰어넘는다는 것이 새만금이 꿈꾸는 미래다.

그리고 그 꿈의 실현은 바로 시간과 인프라 싸움이다.

국내외 자본의 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스피디한 내부개발과 항만과 공항 등 인프라 구축인 것이다.

비행기도 갈 수 없는 교통오지를 당신같은면 투자하겠다고 돈싸들고 오겠는가.

삼성과 LG등 국내 굴지의 재벌들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전용기까지 갖추고 지구촌을 누비는 시대다.

촌각을 다투는 경제대전에서 기업들의 경쟁력은 시간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군산공항 확장의 표류를 우리는 납득하지 못한다.

새만금 개발을 당초 보다 10년 앞당겨 2020년 완공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립서비스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없다.

환황해권 경제 허브를 꿈꾸는 새만금의 비상은 바로 날개(공항)에 달렸다. 날개 꺾인 새만금에 과연 미래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보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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