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 다시 피어라!
꽃아! 다시 피어라!
  • 김남규
  • 승인 2009.06.10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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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아침, 고 강희남 목사님 발인식에 슬픔을 위로하듯 비가 내렸다. ‘송병선 선생은 "나라는 비록 망했지만 의조차 망해서는 않된다"는 말씀을 남기셨는데 그 말씀이 항상 식민지 백성된 내 가슴에 사무쳤다.’ 을사조약에 반대하여 목숨을 끊었던 송병선 선생 등 애국지사를 생각하며 남기신 글이다. 또 ‘내가 대전감옥에 있을 때 꿈에 대마도에서 절식(단식)으로 운명하신 최익현 선생을 뵈었는데 내가 선생을 부액해 모시고 가면서 춘추를 물으니 73세시란다. 그렇다면 나는 선생보다 17개년을 덤으로 살았으니 이것도 하나의 죄의식으로 남는다.’라고 하셨다. 목사님의 민족에 대한 사랑이 선조들이 목숨을 던져서 지키고자 했던 ‘義’와 통해 있으니 우리와 같은 사람이 감히 말을 덧붙이는 것이 예가 아니라 생각한다. 다만 인터넷에 목사님의 죽음을 회칠하고 썩은 냄새나는 언어로 장식하려는 사람들에 의해 고인의 뜻이 왜곡되어 전달되지 않기 바랄 뿐이다.

‘6월 민주항쟁’에 대해 우리 아이들이 물어 왔을 때 나는 이렇게 말해 준다. ‘ 너희들 고무신 시대 알지?’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은 고무신 시대라고 하면 연속극에서 보았던 6~70년대를 생각해 낸다. 그리고 아이들은 고무신 시대를 까까머리에 교복 입은 모습을 연상해내고 나름 그 시대를 상상 한다. 똑같은 교복을 입고 운동장 조회를 하려면 행진곡에 맞춰 마치 군대 사열을 하듯 줄을 맞춰 걷고, ‘열중 쉬어’ 자세로 교장 선생님의 훈시를 받았던 시대! 교련복을 입은 남학생들은 총검술에 제식 훈련을 받았고, 여학생들은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무병 훈련을 받았다. 밤에는 12시 통금 때문에 자유롭게 다닐 수 없었고, 몇 명만모여도 사전에 신고를 해야 하고, 경찰만 봐도 지은 죄 없이 가슴이 두근거렸던 그런 시대가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을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을 수가 없었던 시대를 이야기 해준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열심히 상상력을 동원해 듣는다. 이야기 끝에 현재의 상황과 비교해주면 비로소 이해가 간다는 표정을 짓는다. 물론 87년 6월 항쟁을 통해 한꺼번에 얻은 자유와 권리는 아니다. 대통령 직선제를 국민의 힘으로 얻어낸 사건이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좀 복잡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 지금은 당연한 것이지만 예전에는 결코 당연하지 못했던 사연 있는 자유라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기억해보면 학교에서 살아있는 역사를 배우지 못했다. 역사가들이 써놓은 역사보다 역사 소설 한권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역사 속에서 사람을 만나기 때문 일 것이다. 역사란 ‘과거, 현재 미래의 대화’라는 역사가의 어려운 말보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 이야기가 역사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 학생들이 촛불을 들고 나온 것에 대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 세대의 특징, 정보민주주의 시대의 한 특징으로 이야기 한다. 한편 동의 하지만 단순히 정보를 얻은 것 만으로 그들이 스스로 광장에 나왔다고 보기에 설명이 부족한 것 같다. 그들에게는 80년 광주 민주화 운동과 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경험한 부모세대들이 있다. 그 부모세대들의 겪은 역사에 대한 경험과 교훈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말한다면 무리일까? 인터넷을 통해 얻는 단순한 정보에 의해 감성적으로 촛불을 들은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부모세대에게 듣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이 인터넷 정보와 결합되어 촛불을 들게 된 것이 아닐까?

지금 현재 시각, 6월 민주항쟁 기념 문화제가 열릴 예정인 서울 시청광장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광장 공포증에 사로잡힌 것 같다. 87년 6월 항쟁은 광장 민주주의로 열렸다. 나는 오늘 80년대 중반 경찰들에게 머리채를 잡혀 ‘도와주세요’라고 외치며 끌려갔던 여학생 앞에서 아무 말도 행동도 못하고, 부끄러움과 분노로 가슴을 치며 지켜보아야 했던 전주 오리 광장에 다시 나간다. 6·10 민주항쟁 22주년! 6월 민주의 꽃이 다시 피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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