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엽 국회의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박수소리 들릴 것”
<유성엽 국회의원>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박수소리 들릴 것”
  • 이보원
  • 승인 2009.06.0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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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망하게 지도자를 한 분 잃었다. 너무 급작스럽게. 우리가 받은 충격은 뭐라 표현할 수 없다. 우리 역사를 되돌아 보건데 많은 임금들의 독살설은 간간이 회자되었으나, 절대권력자 또는 퇴임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건이다.

일각에서는 제왕적 권한이 대통령 한사람에게 집중되는 제도적 문제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이것은 비단 서거하신 노 전 대통령의 비리의혹 뿐 아니라 검찰의 과잉수사 진원지가 청와대라는 추측으로부터 발원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제도적 문제점만이 노 전 대통령의 서거의 본질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등의 국정을 담당하면서도 스스로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기를 거부했다. 최근 그의 서거와 관련하여 검찰과 언론에 책임이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봤을 때 그의 국정철학이 성공하지 못했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제왕적 권력을 거부했지만 후임자는 제왕적 권력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지 이제 1년 3개월여. 짧다면 짧다고 할 수 있는 시간을 돌이켜 보면 정말 어수선하고, 예측 불가능함의 연속이자 피곤함으로 국민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킨 지루한 나날이었다. 경제만은 살릴 것이라고 기대를 모았지만, 경제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을 맞고 있다. ‘국보1호’를 아무런 대비책도 마련하지 않고 방치해 발생한 남대문 방화사건은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었고, 소비자인 국민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문호를 개방한 것은 국민을 분노하게 만들었으며, 무리하고 성급한 진압작전으로 무고한 시민과 경찰이 사망한 용산 참사는 국민을 안타깝게 만들었다. 급기야 퇴임 후 1년3개월이 지난 전임 대통령의 투신자살은 국민을 슬프게 만들었고, 국상기간 중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실험 등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민을 허탈하고, 분노하며, 안타깝고, 슬프고, 불안하게 한 일련의 사건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식 속도전의 국정 운영기조로부터 비롯되었다. 불도저, 밀어붙이기, 경제적 타당성 등 기업인 이명박이 걸어온 길을 보란 듯이 재현하고 있다.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정감’은 도통 찾아 볼 수가 없다.

국민은 도탄지고를 어루만져 주고, 같이 부대끼는 모습을 저 가슴 깊은 곳으로부터 끄집어내는 대통령을 바란다. 지난 국장기간 중 보여준 추모 열기를 보라. 노 전 대통령 재임당시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들이 냉철한 머리로 하는 이 대통령의 정치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하면서 노 전 대통령을 다시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이대통령에게 바라는 것도 바로 그런 모습이다. 아니, 노 전 대통령이 마련한 토대를 디디고 더 높은 가치의 민주주의를 실현해 줄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국정기조는 여전히 불만족스럽다. 현재 야당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과는 차치하고라도, 큰 슬픔과 허탈에 빠져 있는 온 국민들을 위로하는 담담한 대국민 담화 정도는 당연히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영결식이 끝나자마자 시민 분향소를 폐쇄했다. 무엇이 그리 두렵단 말인가? 소통의 열린 정치를 희구하는 국민의 간절한 바람을 모르는 것인가? 아니면 오불관언 외면하는 것인가?

민주주의를 최고의 가치로 알고 나라를 이끌었던 두 대통령은 유독 눈물이 많았다. 한 사람은 어려운 여건에 처해있는 자신에게 변함없이 성원을 보내오는 지지자 앞에서 감동받아 눈물을 훔쳤고, 다른 한 사람은 엄숙했던 영결식장에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던 동지를 잃어버린 아픔과 서러움으로 내뿜어져 나오는 오열을 참지 못했다. 지난 보름여간 우리 국민은 눈으로, 입으로, 가슴으로 울었다. 앞으로 누구의 눈이 더 붉혀져야만 하는 것인가?

옛 성현은 말했다. ‘주위 사람을 즐겁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가까이 다가온다(近者悅 遠者來)’고. 이것이 정치의 본질이다. 노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커다란 숙제를 남기고 떠나셨다. 반목과 질시, 사회적 분열과 대치, 원망과 분노로부터 벗어나 화목과 선망, 사회적 통합과 조화, 사랑과 이해 속에서 명실상부한 민주주의를 꽃피우는 것이 그분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리라.

서막은 힘겨웠지만 국민과 더불어 함께하는 소통의 정치로 역사에 남을 이명박 정부의 폐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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