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타살 배후는?
정치적 타살 배후는?
  • 이수경
  • 승인 2009.06.04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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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한 지 만 14일이 지났고, 1주일의 장례기간 동안 5백만 명의 국민들이 노무현 대통령 서거를 슬퍼하며 추모의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까지 오불관언(吾不關焉), 내가 알 바 아니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는 국민을 하늘처럼 섬기겠다는 대통령이, 주인인 국민에게 취할 예의가 아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마친 고인과 그 유족에게는 더더욱 예의가 아니다. 이 대통령이 설령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더라도 이에 대한 사과를 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 사후대책을 진두지휘하는 것이 대통령의 본분에 합당한 일일 뿐만 아니라 고인과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하물며 이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의 억울한 죽음과 깊은 관련이 있는 직접 당사자이다. 말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가기에는 지금의 사태가 너무나 심각하고 위중하다.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기는커녕 오랜 지기이자 후원자로부터 단지 돈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대가성이 입증된 것도 아니고 증거가 나온 것도 아닌데 수사 초기부터 ‘입증되지 않은 혐의사실’을 중계방송 하듯 공표하고, 심지어 소환조사까지 했다. 그가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할 때까지 20여일 동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해 스스로 무리한 수사라는 것을 입증하였다. 친구와 아들, 딸, 사위에다 심지어 부인까지 토끼몰이 하듯 몰아가며 전방위 수사를 했는데 아무 혐의가 밝혀진 바 없다.

견딜 수 없을 만큼 억울하고 분했지만 그보다도 그토록 궁지에 내몰리고 정신적 핍박을 당하면서도 노무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무력감이 그를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이명박 정권의 정치적 탄압과 정치보복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죽음이라는 극단의 수단만이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검찰은 수사의 당위성과 정당성을 주장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범죄사실이 전혀 입증되지 않은 무리하고 가혹한 수사였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는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지난 1월의 용산 철거민 참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밀어붙이기 식의 국정운영 기조와 맞닿아 있다. 검찰과 경찰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충실히 따른 것뿐이다. 결론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보복적 무리한 압박수사로 인해 정치적 타살을 당한 것이고, 그 배후는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에다가 대한민국 모든 국민들의 눈물과 슬픔, 분노까지 겹치게 한 과오를 인정하고 국민앞에 사죄해야 한다. 5백만 국민의 분향과 전국민의 눈물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그 눈물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연민이고 슬픔이지만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분노와 경고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차제에 반성하고 뉘우치면서 국정운영을 국민과의 소통으로 전환시켜가야 한다. 어렵게 구축해온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에게 고통과 실망만 안겨주면서 민주체제를 위협하는 MB악법도 즉시 철회해야 한다. 검찰과 경찰, 국세청, 감사원 등 국가 권력기관 역시 정권의 기관이 아닌, 국민의 기관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사죄와 국정운영 기조의 전환만이 나라와 국민을 살리고 대통령 스스로 살 수 있는 길이다. 만약 이번에도 이 대통령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건 민주적 대통령의 지위를 포기하고 반민주 독재자의 길을 가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가 될 것이다. 또한 ‘이명박 정권은 살인정권’이라는 오명에서 절대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적으로 반민주 독재정권은 정권퇴진 투쟁을 벌일 수밖에 없는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했으며 독재자는 비참한 말로를 맞이해왔다. 여전한 조문의 물결과 탄핵이후 다시나선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가벼이 보는 우를 범하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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