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렬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바보 노무현’의 죽음과 바보 별님
<이병렬 우석대 행정학과 교수> ‘바보 노무현’의 죽음과 바보 별님
  • 소인섭
  • 승인 2009.05.2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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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낮추어 스스로 바보라고 하시며 그만큼 자기성찰과 겸손이 깊으셨던 ‘바보 별님’ 김수환추기경님이 가신지 3개월도 안돼 바보 노무현으로 불리면서도 힘든 길을 우직하게 걸었던 노무현 전대통령이 갔다. 많은 국민이 날개가 없어서 떨어지셨지만, 그 영혼은 온전히 푸른 하늘을 날고 있길 기원하는 조문의 행렬에 끝없이 줄을 잇고 있다. 그는 역경과 반전으로 점철된 삶을 살았고 봉하에서 태어나 봉하에서 자신의 죽음까지 선택했다.

바보 별님은 ‘인간이 끝까지 지켜가야 할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의 질문에 ‘인간다움’ 이라고 대답했다. 인간에게 진리와 정의와 사랑이 없는 삶은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본다고 말하곤 했다. 특히 정치는 인도의 네루가 말한 것처럼 ‘정치는 국민의 눈에서 눈물을 거두어주는 것이어야 한다’ 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정치는 때때로 국민의 눈물을 거두어주기는 커녕 눈물보다 진한 피까지도 흘리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바보 노무현은 지독히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권변호사로 민주화 운동에 투신했고, 노동운동을 돕다가 구속되기도 할 만큼 정치역정도 파란만장했다.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인권변호사로서 13대 총선을 통해 등원 후 5공비리 청문회 등을 거치며 스타의원으로 부상했지만 곧 비주류의 길을 택해 편안한 길을 갈 수 있는데도 망국적인 지역주의 타파를 외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걸어갔으나, “바보 노무현”의 닉네임을 얻었고 역대 대선 사상 최다득표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대통령 재임시에도 비주류의 삶은 계속되었다. 역사상 첫 탄핵 대통령이 되었고, 지지율도 극과 극을 맛보기도 했다.

비주류의 정치인으로서 재벌과 보수언론 등 기득권층의 집요하고 증오어린 반발에도 어느 대통령도 하지 못한 정책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은 그의 고집스럽고 역사성 있는 철학이었고 수도권 과밀화를 해결하고 소외되고 낙후된 지방발전을 꾀하는 처방에 대한 대안은 수도권대 비수도권의 대결구도가 되기도 했다. 2007년 말 청와대에서 열린 지역혁신보고대회에서 그는 국가균형발전을 지속적으로 가야한다고 하며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가기 때문에 지역혁신역량강화는 지역혁신리더자들의 몫이라고 설파하던 모습이 거기에 참석했던 필자는 지금도 생생하게 들려온다.

파란만장 63년의 삶도 온 국민의 애도속에 29일 국민장으로 치러진다. 25일 새벽에 있었던 입관식에서 남편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다 놓으시고 편히 가시라’는 마지막 말씀을 하셨다고 직접 염불을 했던 정우스님은 전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정신적 지주로 알려진 송기인신부는 ‘홀로 외롭고 힘든 길을 떠났지만 당신을 결코 혼자가 아니며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그리고 오랫동안 당신을 그리워 할 국민이 너무나 많다’ 고 하며 ‘당신이 죽음으로서 지키려 했던 소중한 가치인 민주주의와 정의, 인간존엄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고 덧붙이고 있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사회가 되기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할 과제는 그가 평생 이루고자 했던 지역주의 타파와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다.

‘다놓고 편히가시라’고 명복을 비는 우리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내던지면서 까지 이 세상에서 외치며 갈망했던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참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이웃과 공동체, 그리고 역사를 위하여, 가치있는 뭔가를 이루고자 정치에 뛰어든 사람’ 바보 노무현은 이제 말이 없다. 그가 하고자 했던 지역주의 타파를 비롯한 국가균형발전, 남북화해와 공존노력, 새로운 정치질서 등 많은 과제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야 하는 우리의 몫이다.

한 사람의 꿈은 그냥 꿈으로 남을 수밖에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먼저 꿈을 가지고 그 꿈이 전파되고 확대되어 자신을 불태우며 빛을 내는 촛불처럼 희생의 촛불행진이 강물처럼 되어 흐르면 현실화될 수 있지 않을까요? 바보 별님과 바보 노무현의 죽음이 사람다움이 흠뻑 젖어갈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정신적 자산이 되길 기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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