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운석 완산경찰서 정보관> 꽃보다 시위용품 진화
<오운석 완산경찰서 정보관> 꽃보다 시위용품 진화
  • 김경섭
  • 승인 2009.05.25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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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진 그래도 봄꽃에서 여름꽃으로 피고지며 자연은 순리를 따르고 계절의 순환은 순조로웠습니다. 가령 흰 눈이 녹으면서 버들강아지, 산수유, 산당화, 진달래, 애기똥풀꽃, 개나리, 철쭉, 연두색의 가녀린 버드나무 잎이 줄지어 피어나는 질서가 있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계절을 망각한 채 한겨울에 개나리, 한여름에 매화 등의 개화를 보면서 사람들은 계절의 무질서가 환경 탓이려니 하는 정도로 치부하며 살고 있습니다. 환경을 무너 뜨리는건 인간인데도 말입니다.

엉뚱한 비유가 될지 모르지만 집회시위용품도 순리대로 진화(?)를 거듭하다 최근엔 역사를 거꾸로 돌리며 진화가 아닌 퇴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돌멩이, 화염병, 각목, 새 총, 염산으로 꽉 채운 박카스 병, 피켓목, 인도석 조각, 쇳조각, 골프공 심지어는 죽봉까지도...

엊그제 대전에서는 6.25때나 썼던 ‘죽창’이 나오고 말았읍니다. 집회를 통한 의견을 주장하자는 건지 사람을 살상하자는 건지 분명치는 않지만 자연이 순환의 틀을 깨듯 사람들도 과거로 회귀해 시위용품의 진화가 역행(?)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요즈음 신종플루로 세상이 혼란스럽고 정부는 새로운 백신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위용품도 신개념 무기로 돌변하는 현상이 있어 이걸 어떻게 방지해야 할지 경찰도 백신 개발에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것은 신종시위용품인 ‘해충제거용연막제’의 시위현장 출현입니다. 약국에서 한 통에 2000원∼3000원 하는 연막탄인데 캔 가운데 심지에 불을 붙여 던지면 연기가 나면서 시야를 가려 경찰 공권력을 무력화시키는 신종 무기로 백신 개발이 쉬울 것 같지는 않습니다.

TV뉴스에서 신종 연막탄이 터지고 집회현장이 연기속으로 잠겨 드는 장면을 보며 불행했던 한국전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우리 국군 장병들이 자신의 목숨을 던지며 적의 탱크 속에 필사적으로 집어넣었던 화염병과 폭발음이 생각났습니다.

그러나 집회시위는 적과의 전쟁이 아닙니다.

서로가 다른 위치와 상황에서 의견의 충돌일 뿐 상대를 죽여야 승리하는 그런 전쟁은 아니라는 얘깁니다. 사실 10여년 전 우리 고장 출신 경찰청장 한 분이 최루탄 사용금지 명령을 내리고 시위 현장에서 일체 사용하지 않자 신기하게도 화염병도 같이 사라졌습니다.

한국인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저는 민주주의의 완성이라고 외치기도 했었습니다.

길거리에서 매퀘한 휘발유와 신나의 냄새, 고춧가루의 매운 냄새가 없어지며 새로운 시위 문화가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최근 들어 또다시 화염병, 연막탄, 죽창 등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갑작스런 퇴행적 변화가 일어난 것입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해석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저더러 해석하라 하면 ‘적은 밖에 있지 않고 내 안에 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불법시위용품을 사용하는 단체나 개인이 있다면 자신의 안에 있는 적과 싸워 이긴 후 토론의 장으로 나오시라 하고 싶습니다.

변화는 지구상에 오래 살아남는 유일한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불법시위용품의 변화와 퇴행적 진화는 일류 선진국으로 가는 대한민국 국민에겐 반드시 다시 생각해 봐야 하는 매우 중대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입니다.

새로운 계절을 향한 꽃들의 달리기가 아닌 얼마 전 어느 일간지에 표기된 대로 ‘시위용 신무기의 등장’이 역사와 민주화의 길을 무시하고 달리기하며, 한국경제 위기의 현 시점에서 가시와 잡초들이 자라게 하는 그릇된 집회시위 문화가 둥지를 틀게하는 단초가 된다면 불행한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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