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수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자원식품과장> 식품클러스터의 틈새시장을 찾자
<김인수 전라북도 농업기술원 자원식품과장> 식품클러스터의 틈새시장을 찾자
  • 정재근
  • 승인 2009.05.20 14: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국산 식품의 위해성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에 중국 ‘칭다오 웨이지만 푸드스터프’사의 사골국물에서 클렌부테롤이 검출되었다. 이미 수입돼 검역을 통과한 육수 827톤 중 496톤은 시중에 유통되어 회수가 불가능하다는데 이 클렌부테롤이란 약품은 천식약 원료로 기준치 이상으로 복용할 경우 발열과 근육경련 같은 부작용을 일으켜 우리나라는 이 약물의 식용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잊어버릴 만 하면 터지는 이러한 사건들은 소비자들의 고품질 농산물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통신, 택배 등 유통체계의 발달도 지역에서 생산되는 가공식품의 수요와 맞물려 틈새시장을 더욱 확대하고 있는 형편이다.

여기에 가공을 통해 농외소득을 올리려는 농업인의 욕구가 보태져 우리나라 농업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농림수산식품부나 농촌진흥청에서도 그 대책들을 마련하느라 절치부심하고 있다. 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하는 농가창업 및 소득원사업은 지역내 유무형 자원의 산업화를 지원하되 지역클러스터산업과의 중복을 피하고 지역에는 아예 없거나 특히 그 지역에 많은 것, 또는 그 지역의 독특한 특징을 가진 것들 중 지역사회가 자율적으로 아이템을 선택, 사업계획을 수립, 제품개발, 생산, 가공, 마케팅까지 일괄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지역별 특화된 분야의 지원은 투자의 효율성과 사업별 연계가 불러오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킴으로써, 고용창출과 지역 총생산 증가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데 보탬이 된다. 이 사업이 기존의 농수산물가공유통사업과 다른 점은 농업기술센터가 예산과 지침만이 아닌 농가의 창업계획수립에서부터 마케팅까지 밀착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지속적인 사후관리로 사업의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1992년부터 시작된 농가 소득원 사업은 올해까지 총 84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경영상태가 우수하고 신제품 런칭 및 생산설비 증설이 요구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품질향상 및 포장개선지원비용이 추가로 지원된다.

2009년의 경우 국비 및 도비 10억 7천 만원이 투자되어 15개 겸업농가가 창업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농가창업 및 소득원사업으로 창출되는 경제적 이득은 얼마나 될까? 익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최영자씨는 2008년도에 도비 2천5백만원을 지원받아 25평 남짓한 누룽지제조공장을 지었다. 공장 이래봤자 반자동 제조설비 1대와 건조기 1대가 전부다. 부부가 함께 일하고 3명 정도를 일용으로 고용한다. 지금은 시작한지 얼마 안 되어 1주일에 3번 6시간 정도 기계를 돌린다. 이들 부부가 쌀 20kg을 포대로 팔았을 경우 들어오는 돈은 4만원 남짓, 하지만 누룽지로 가공해서 팔 경우는 40 만원 가량이 된다. 단순계산만으로도 10배 이상의 금액차이가 난다. 최영자씨 같이 가공품의 원료를 본인이 직접 생산 공급할 때 그 부가가치는 극대화된다. 비근한 예는 또 있다. 아래의 도표는 복분자를 신선식품으로 판매할 때와 가공제품으로 판매했을 경우 부가가치 차이가 얼마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복분자를 벌크가 아닌 1kg이하의 소포장으로 판매하거나 선별, 정선을 거친 것만으로도 판매가격은 높은 차이를 보인다. 한과제조기술이 있다면 그 가격차이는 무려 24배나 된다.

지난해 말 익산시 왕궁면 일대 700ha가 국식품클러스터로 지정되었다. 2015년까지 총사업비 15조원을 투입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이 있는 곳이다. 완공에 맞춰 메이저 기업들이 입주하고 기타 지원기반시설이 들어서는 것만으로 식품클러스터가 완벽해 지는 것일까? 큰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기 위해선 많은 나뭇잎이 있어야 하듯이 식품클러스터에도 작은 나뭇잎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익산 식품 클러스터가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나파밸리를 보자! 프랑스 와인를 누르고 비약적으로 성장한 미국 와인 산업의 본산이 나파밸리이다 물론 양’에서가 아니라 ‘질’에서 미국 최고라는 점이다. 나파밸리의 생산량은 미국 와인 생산량의 5%에도 못 미치지만 뛰어난 맛과 향으로 미국 ‘최고’와인 생산지가 되었다. 남북으로는 48km, 동서로는 8km 정도 면적내 309개 와이너리 집합촌내에는 로버트 몬다비 같은 유명 와이너리도 있지만 대부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소규모의 와이너리가 나파밸리의 나뭇잎 역할을 하고 있다.

전북식품클러스터의 나뭇잎 역할은 누가 해야 할까? 전북농업기술원에서 추진하는 농가 직접 생산가공 유통시스템의 목표는 도내 14개 시군의 식품자원이 산업적으로 연계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식품클러스터의 나뭇잎이 되어 주는 것이다. 소규모 농가창업은 경영주 자신이 노동력을 탄력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사업체에 대한 가계 의존도가 낮아서 외부여건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잉여 농산물의 가공을 통해 농산물의 소비 및 출하시기를 조절, 농산물의 급등락을 방지하고 고용기회를 창출, 지역인구를 유지시킴으로써 지속적인 농촌발전을 가능케 한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원은 창업된 농가의 내실화와 보다 많은 농가의 참여를 위해 지역의 농업기술센터가 주축이 된 창업보육센터를 설립 활용, 농기업 창업보육사업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