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스탠다드(Local Standard)를 생각 한다
로컬 스탠다드(Local Standard)를 생각 한다
  • 김남규
  • 승인 2009.05.13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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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았던 4·29 재선거가 끝났다. 전주를 비롯한 5곳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의 결과는 한나라당의 완패로 끝났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민주당은 절반의 승리 혹은 수도권에서의 승리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그들만의 잔치는 씁쓸하기만 하다.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의 입장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재선거의 결과로 얻은 것은 분열뿐이다. 정동영, 신건의원의 복당 여부 그리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동영의원의 영향력이 어떻게 미치는가에 따라 분열과 통합의 어지러운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전주만 놓고 보더라도 국회의원 3명과 자치단체장 2명이 모두 특정 학교 출신이라는 점에서 지역 정치 세력끼리의 합종연횡의 가능성은 더욱 높아 보인다.



이번 재선거의 결과로 보면 민주당의 텃밭에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라는 공식이 무너지기는 했지만 속 내용으로 보면 여전히 민주당계 후보들의 당선과 비민주당계 후보들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1당 독식 체계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젠 낙하산식 공천은 이 지역에서 어렵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선거전 여론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유권자들은 지역 대표성과 도덕성을 후보 선택 주요 기준으로 답했지만 민주당이 전주 덕진에 낙하산 공천을 함으로써 지역 민심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인사가 만사(人事萬事)라 했듯이 정당의 잘못된 공천(인사)으로 인해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은 것이다. 낙하산 인사, 정실인사는 그 자체가 공정성을 위반한 것이기에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공정성의 문제는 인사뿐만 아니라 경제 활동에 있어서도 철저히 고수해야 할 원칙이어야 한다. ‘공정거래법이 제대로 작동만 해도 중·소기업이 살 수 있다’는 말처럼 대기업과 자본의 불공정한 횡포만 막을 수만 있다면 중·소기업이 지금처럼 어렵지 않을 것이다.



재선거 결과가 말해주는 또 한 가지는 도민들이 지역 친화도와 지역 대표성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친화도와 지역 대표성을 강조하다 보면 타 지역 사람들이 볼 때 지역 폐쇄성으로 볼 수 있는 점도 없지 않다. 그러나 뒤집어 놓고 보자. 중앙 정치권과 유력인사에 기대어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사람들을 수없이 겪어보지 않았는가? 지역 실정도 제대로 모르고 주민들의 등을 긁어 주지 못한 답답함을 이제까지 참고 지냈다. 그래서 이제 는 지역 친화도와 대표성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을 지역 폐쇄성이라고만 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문제는 정치권뿐만 아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가 있으면 로컬 스탠다드(Local Standard)도 있어야 한다. 지역 친화도란 단순히 지역사람들과의 인간(친분)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실정에 대한 세세하고도 깊이 있는 이해와, 지역사람들의 감성과 요구를 담아내고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으로 본다면 글로벌 스탠다드 모치 않게 로컬 스탠다드가 지역에서는 인사의 중요한 잣대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도립미술관장 임기 만료에 따라 신임 관장 선임을 놓고 지역문화예술계의 기대와 우려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국제 전시회를 비롯해 서울의 각종 전시회를 유치하는 등 활발한 사업을 통해 도립미술관의 위상을 높여온 것에 대해서 높이 평가하는 듯하다. 그러나 지역 문화예술계의 열악한 환경에 비추어 볼 때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지역문화 예술인들의 전시·공연의 기회를 확대하여 창작 의욕을 높이고 지역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획 프로그램이 더욱 필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도립미술관 지난 5년이 글로벌 스탠다드를 중심으로 성과를 냈다면 이제 2기를 맞아 로컬 스탠다드를 고려한 인사와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기하고, 지역의 친밀도와 지역문화예술계를 대표하여 명실상부한 도립미술관으로 자리 잡아 갈수 있도록 이번 인사에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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