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과 촌지
스승의 날과 촌지
  • 이상윤
  • 승인 2009.05.13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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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초당이 정성스럽게 만든 도시락을 들고 스승인 서경덕을 찾아갔다. 그러나 배고프지 않다면서 사양하고 있다. 허초당이 부엌 솥뚜껑을 열어보니 이끼만 듬뿍 끼어 있었다. 일주일 간 계속된 장맛비에 냇물이 불어나 왕래가 끊겨 굶고 있으면서도 제자한테 내색하지 않는 게 스승의 도(道)라 여겼다…

▼사표(師表)라는 굴레에서 자유스럽지 못하기에 교사나 목사 등 師자의 직명을 가진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행동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렇다고 지금의 시대에 서경덕이나 이항복 스승이었던 고훈도같은 고고한 스승 상을 바랄 수는 없다.그러나 사표가 훼손되지 않을 정도의 품격을 유지해야 존재 가치를 지니고 또 존경도 받는다는 생각이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스승의 날을 앞두고 전국 중·.고생 3천2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결과 응답자의 46%가 선생님에 대한 존경심이 과거보다 낮아졌다고 응답했다. 존경심을 점수로 매겨보라는 설문에는 90점 이상이 8.5%에 그친 결과가 보도됐을 때 공감한 학부모들이 많았다고 한다.

▼올 들어 국민권익위원회가 전국 학부모 1660명을 대상으로 촌지에 대한 의식 조사결과 응답자 중 47%가 촌지는 뇌물이라고 답했다. 스승의 날을 앞두고 학교 촌지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가는 게 통과의례처럼 됐다. 며칠 전 촌지 과잉단속으로 교권을 무색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도내에서도 학부모 55%가 촌지 관행에 대해서 심각하다는 인식을 갖고있다.

▼문제는 대가 없는 촌지를 "내 자식 잘 봐달라. 최소한 불이익은 안 받도록 해달라."라는 학부모의 이기심을 담아주는데 있다. 게다가 손 벌리는 교사도 없지않다는 데도 문제가 있다. 전라북도교육청이 촌지 근절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는 보도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이맘 때면 되풀이하는 교육당국의 통과의례일 뿐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한다. 알맹이 없는 대책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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