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의 역습, 괴질의 공포
환경의 역습, 괴질의 공포
  • 김흥주
  • 승인 2009.05.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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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호주에서도 신종 인플루엔자 환자가 공식 확인되고, 미국 내 환자가 2,400명을 넘어서는 등 신종 플루가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멕시코에서의 사망자가 48명으로 늘어나고 미국과 코스타리카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함에 따라 전체 사망자 수도 53명으로 늘어났다.

설상가상, 브라질 남부 지역에서 황열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9일 브라질 보건부에 따르면, 지금까지 북부 및 중서부 지역에서 황열병이 집중적으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남부지역으로 확산되어 올해 들어 43명 감염에 사망자가 16명이나 발생했다고 한다. 신종 플루 사태에 덧붙여 황열병까지, 영화 속에서나 보던 괴질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괴질은 이전에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었던 전염병에 비해 다음 두 가지 특성이 있다. 그래서 괴질이라 할만하다.

첫째, 의학의 발달로도 막기가 쉽지 않은 신종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이며, 이러한 바이러스 병원체는 지난 근대화 시기 인류의 오만한 환경파괴나 대량생산체계와 맞물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하고 있다는 것이다. 흔히 독감 병원체라 할 수 있는 인플루엔자만 하더라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 사스)과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이어 이번에는 돼지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의 변종이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지난해 한 환경학자는 "지구촌 전체가 괴질 공포에 휩싸여 있으며, 환경의 대 역습으로 인류가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라고 진단하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1세기는 미지의 병원체에 의한 새로운 전염병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결핵, 페스트, 말라리아 같은 이미 퇴치된 전염병이 다시 부활하고 있지만 항생제에 대한 내성강화로 치료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욱 위협적인 것은 신종 전염병의 등장이다.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라임병, 한타바이러스, 웨스트 나일뇌염' 등이 현재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6대 신 질병이다.

미국의 경우 1999년 8월 뉴욕시에서 처음 발병한 괴질이 전국 44개주로 확산되어 전미국인이 공포에 떨었던 적이 있다. 이 괴질의 정체는 모기가 옮기는 '웨스트 나일뇌염'으로, 매년 5,000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치사률이 15%에 이르렀다. 유럽에서는 인간 광우병이 전 유럽인들을 공포에 떨게 하였다. 우리도 이러한 광우병의 공포가 지난 해 촛불 정국으로 이어진 바 있다.

둘째, 새로운 질병의 발생보다 더 큰 문제는 신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교통의 발달과 교류의 증가로 인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는 점이다. 중세 페스트는 중국서 유럽까지 확산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러나 2003년 아시아를 강타한 사스는 불과 1주일 만에 30개국으로 번져나가는 번식력을 보여주었다. 이번 멕시코발 신종 플루도 불과 보름 만에 31개국으로 퍼져 나갔다. 이른바 '괴질의 세계화' 현상이다.

괴질의 세계화는 치료의 양극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미국과 멕시코 중심의 신종 플루에 대해서는 세계보건기구의 집중 관리로 타미불루와 AI 백신을 통해 어느 정도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에 에이즈나 황열병과 같은 제3세계 빈국의 수인성 전염병의 치사률은 거의 40%에 가깝다. 미국의 경우 2천명이 넘는 발병자에 비해 사망자는 3명에 불과한 반면 브라질 황열병의 경우 43명 감염자에 사망자가 16명에 이른 사실이 치료 양극화 현상을 말해준다.

인류에게 닥친 괴질의 공포는 인류의 오만한 자연파괴에 대한 환경의 역습으로 볼 수 있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것에 대한 자연의 보복인 셈이다. 변이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은 육류의 대량 확보를 위한 가축의 공장형 사육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집단사육을 위해 항생제를 남용하고, 이러한 남용이 결국은 내성을 지닌 새로운 바이러스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러한 신종 괴질은 전쟁이나 테러보다도 훨씬 더 인류 평화에 위협적이다. 신종 변이는 의학의 발달로서만 해결할 수 없는, 근대 과학에 대한 도전이자 환경의 역습이다. 이제라도 개발ㆍ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환경ㆍ생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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