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대한 색다른 해석...감성적 영상 돋보여
돈에 대한 색다른 해석...감성적 영상 돋보여
  • 김효정
  • 승인 2009.04.30 1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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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개막작 ­숏숏숏 2009 : 황금시대
“모든 국민이 전부 1등이고 부자일 필요는 없다”라고 윤성호 감독의 ‘신자유청년’에서 진중권은 말한다. 돈이라는 것이 그렇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것이 바로 돈이다. 또 모두 1등이고 부자일 필요는 없지만 ‘나’는 1등이고 부자이길 바라는 것이 사람의 심리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돈’에 대한 10가지 총천연색 이야기들이 영화제의 문을 열었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가 선택한 개막작은 바로 영화제 자체 기획 프로그램인 ‘숏숏숏 2009- 황금시대’이다. ‘숏숏숏’은 ‘디지털 삼인삼색’과 함께 전주국제영화제의 성격을 말해 주는 대표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젊은 독립영화 감독들을 응원하면서 그들에게 창작 지원과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영화제가 이번 개막작을 ‘숏숏숏’으로 선정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10회라는 의미있는 해에 대한민국의 독립영화 감독 10명이 한 자리에 모여 같은 주제로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 자체도 의미 있는 작업인 듯하다.

영화는 10명의 감독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담아냈다. ‘동전 모으는 소년(권종관)’, ‘페니러버(김성호)’, ‘백 개의 못, 사슴의 뿔(김영남)’, ‘톱(김은경)’, ‘담뱃값(남다정)’, ‘시트콤(양해운)’, ‘신자유청년(윤성호)’, ‘불안(이송희일)’, ‘가장 빨리 달리는 남자(채기)’, ‘유언 LIVE(최익환)’ 등 ‘돈’이라는 보편적이면서도 특별한 주제를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소재로 엮어낸 작품들은 모두 다른 작품이지만 하나의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결론을 향해 간다. 감독들 서로간에 어떠한 커뮤니케이션 없이 자유롭게 만들었다는 영화는 그러나 놀랍게도 10편이 이야기들이 서로의 작품을 뒷받침 해 주면서 상관 관계를 맺어간다.

‘신자유청년’과 ‘유언 LIVE’, ‘시트콤’등은 해학과 풍자가 돋보였으며 ‘동전 모으는 소년’과 ‘담뱃값’은 이 시대 사회의 부조리와 편린들을 쓸쓸한 풍경으로 담아냈다. 조금은 색다른 시각으로 돈을 해석한 김성호 감독의 ‘페니러버’는 사랑과 추억에 관한 이야기로 감성적인 화면이 돋보였다. 이처럼 어떤이에게 돈은 ‘밥’ 이지만 또 어떤이에게는 ‘연인’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도구’가 된다. 이 사회를 구성해 가는 인간 군상들에게 돈이란 단순한 화폐의 기능을 벗어나 여러가지 의미로 작용한다는 보편 타당한 진리를 영화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음으로 풀어냈다. 이번 영화에는 각 편당 500만원이라는 적은 예산이 지원됐다. ‘돈’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면서 정작 적은 ‘돈’ 때문에 힘들어 했을 감독들은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에서도 ‘돈’의 노예가 되지 않았음을 작품을 통해 말해줬다. 적은 예산이지만 감독들의 열정이 만들어 낸 이번 ‘숏숏숏’은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 내면서 우리 독립 영화의 지난 10년을 보여줌과 동시에 앞으로의 10년에 대한 희망도 함께 담아냈다.

하지만 너무 ‘10’이라는 숫자에 연연했던 것은 아닐까. 10편을 하나의 옴니버스로 묶어 내면서 드러나는 어쩔 수 없는 작품별 편차와 그로인해 영화에 대한 몰입도를 방해 받는 것은 조금 안타깝다.

요즘 ‘워낭소리’를 비롯해 독립영화가 조용한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숏숏숏’도 영화제의 울타리를 벗어나 오는 하반기 국내 개봉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 있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크다.

김효정기자 cherry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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