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교육환경 비웃는 ‘제초제 운동장’
친환경 교육환경 비웃는 ‘제초제 운동장’
  • 소인섭
  • 승인 2009.04.14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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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운동장에 일반 농약보다 독성이 강한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없애고 있는 현장이 포착됐다.

전주를 비롯한 김제와 완주지역 18개 초·중·고교를 돌아 본 결과 45%에 이르는 8개 학교가 인력을 활용하지 않고 제초제를 사용한 제초작업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학교 교장은 농약 사용을 발뺌하다 현장확인 뒤 비로소 인정했고 보도 뒤 항의하는 교장도 있었다. 또 어떤 초등학교에서는 독성이 강한 두 가지 약을 섞어 살포해 잡초를 제거했다고 자랑하기까지 했다.

최근 미국 국립암연구소는 제초제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때 중년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뇌종양의 하나인 수막종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 2∼3년 전에는 내분비교란물질인 환경호르몬이 검출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생식기능과 면역기능을 교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떤 학자는 기준치와 적정량에 따라 지속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인체에 무해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용준칙을 지켰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학교에서 직접 농약을 뿌렸다고 말한 한 직원은 말 바꾸기를 거듭했고 사용한 농약명을 밝히지 않았다. 과학이나 실과시간을 통해 환경교육을 하면서 정작 관리자들은 제초제를 별다른 거리낌없이 살포해 도덕 불감증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교육당국은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교과부는 ‘학교 교사(校舍) 내 환경위생 및 식품위생관리 매뉴얼’(2006년)에서 ‘잡초의 방제시기와 맹독성 약제 사용 여부를 학교장이 조사하도록 했고 제초방법은 인력을 기본으로 하되 추가로 사용할 수 있다’라고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개념 없이 제초제를 썼다면 잘못이다”면서도 자신들은 할 만큼 했다며 떠넘기는 양상이다. 지난해 무주와 김제의 학교운동장에 제초제가 뿌려진 뒤 도교육청은 공문 한 장 내려보내지 않았다. 학교장이 알아서 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은 교과부와 닮은꼴이다. 한 간부는 “표준 교육비를 활용할 생각은 않고 비용을 줄인다고 제초제를 뿌려 버리는 교장은 생각이 조금 부족한 것 같다”라고 까지 말했다.

도교육청은 친환경 교육환경 조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광역·기초단체와 함께 한 해 100억 원을 들여 유치원과 초·중·고교 식탁에 친환경 쌀을 올리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그린스쿨’이란 이름으로 학교당 30억∼50억원씩 들여 친환경소재로 리모델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친환경 교육환경 사업도 운동장 잡초를 제거하면서 행해지는 일부 학교의 반(反)친환경 마인드로 인해 의미가 크게 퇴색돼 가고 있다.

문화교육부 소인섭기자 is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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