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가 있어 행복하다
김연아가 있어 행복하다
  • 이한교
  • 승인 2009.04.08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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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상기된 얼굴에 투명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를 본 국민도 눈시울을 적셨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 사람 대한으로…” 시상대 제일 높은 곳에 당차게 서 있는 19살 소녀가 자랑스러웠다. 다부지고, 오달지고, 야무지며 카리스마가 넘치는 얼굴에 흘러내렸던 눈물에 국민은 행복했다.

여자 피겨 세계 싱글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김연아는 우리의 자랑이었다. 우리의 보석이며, 희망이다. 우리의 저력이며, 미래이고, 메마른 대지에 단비와도 같았다. 서로 잘났다고 정치인들이 이전투구처럼 하고 있을 때, 묵묵히 어려운 현실을 극복한 사람, 달콤한 유혹을 누르고 혹독한 훈련을 견뎌 온 사람, 우리에게 꿈과 희망이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가르쳐준 사람, 얼음 판 위에 넘어져 다칠까봐 조마조마하게 한 죄를 빼고는, 한 가지도 버릴게 없는 금쪽같은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손뼉을 치고 싶다. 하나님께 김연아가 원하는 무슨 소원이든 들어주라고 전화하고 싶다. 열흘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는 얘기다.

영국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내용으로 조사한 적이 있다 한다. 으뜸으로 모래성을 쌓는 어린이였다. 두 번째가 하루 집안일을 마치고 아이를 목욕시키는 엄마, 세 번째는 대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외과의사, 끝으로 작품의 완성을 놓고 콧노래를 부르는 예술가라 했다. 이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행복이란 특별한 곳에 있지 않고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는 것이다. 욕심을 부려서 얻어지는 것도 아니며 바로 손만 내밀면 얻어지는 게 행복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특별한 곳에 손을 벌리거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것이 최고의 행복인양 찾으려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돈과 권력 앞에 양심에 반하는 행동과 거짓으로 달콤한 행복을 꿈꾸지만, 결국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눈까지 실명하게 되어 추락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말과 행동은 사회의 등불이다. 이 사회를 이끌고 나갈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데도, 가식과 거짓이 난무하다. 좀 나아지려 나 했던 지난 정권도 돈과 권력 앞에 와르르 무너져 버렸다. 끝까지 버텨보려 발버둥치는 모습들이 측은하다. 하늘을 손바닥으로 가리려 했던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이제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도 공의로워야 할 당신들은 늘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한 입으로 두말하고 다니며, 우쭐대는 모습을 보는 국민은 답답한 것이다. 화려한 말장난에 세상을 지배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당신들을 보는 눈이 괴로운 것이다. 국민은 뻔 한 일을 가지고 시치미 떼는 당신을 외면하고 있다. 국민의 눈을 똑바로 보고 말하길 희망한다. 맑고 투명한 언행으로 가난해도 좋으니 우리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바란다. 떳떳하게, 당당하게, 어떤 유혹에도 굴하지 않으며,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김연아처럼 우뚝 서기 바란다.

수도 없이 넘어지고 온몸에 멍이 들었다 한다. 쏟아지는 세상 유혹을 뿌리치며 하루 평균 8시간씩 연습 하며,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자신과의 싸움을 했다 한다. 그래서 국민은 피와 땀이 눈물이 되어, 투명한 보석으로 알알이 찬란한 빛으로 짙게 묻어 나왔다고 말하지 않던가. 온 국민의 그 순수함에 행복했다지 않는가, 자신을 태워 얻은 값진 승리였기에, 우리는 대한민국의 한 사람으로서 행복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19세의 나이에 스케이트 칼날을 세워 얼음판을 접수 한 김연아가 있어 행복하다. 바라기는 이 순수함이 퇴색되지 않도록,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헛된 행복을 훔치려는 어른들이 없길 빈다. 추한 모습으로 돌아가지 않길 국민은 비는 것이다. 단 한사람이라도 변함없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람으로 남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3월은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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