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행복과 불행
대한민국의 행복과 불행
  • 김복현
  • 승인 2009.04.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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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고 있는 계절이다. 여기에 얼마 전에 열린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남북 대결에서 승리의 기쁨과, 김연아 선수의 피겨여왕 즉위식, 그리고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세계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던 행복시간이 있어서 경제위기의 깊은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안겨준 희망이었기에 국민 모두는 즐거워했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야구와 피겨스케이팅에서 세계의 명품이 나온 것이다.

돌이켜보면 행복 시간이 있기까지는 힘든 고난의 길이었다. 미국이나 일본에 비하면 돔 야구장 하나 없고 야구인구도 빈약하기 그지없지만 우리는 당당하게 해냈다. 지난 북경올림픽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에서 다른 나라가 흉내 내지 못하는 팀워크 면에서 일본과 미국을 능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세계인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그야말로 우리선수들이 보여준 팀워크는 어느 나라도 흉내 내지 못하는 명작이었다. 우리선수들은 선수들끼리 좋은 습성은 물론 나쁜 습성까지도 서로가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은 서로 잘 모르는 생소한 팀에서 활동하다가 갑자기 국가 대표로 선발되어 팀워크를 맞추려하니 잘못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베네수엘라 팀이다. 베네수엘라 팀은 선수 대부분이 자랑스러운 메이저 리그에서 잘나가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으므로 부상 없이 대회를 마치려는 것이 목표인 것처럼 보인다는 비난도 받았다. 또 문제는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심이 결여되었다는 것이다. 우리선수들은 평상시와는 달리 세계무대에 서면 조국을 위해 그라운드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임했다는 선수 개개인의 각오를 들었을 때, 그리고 헬멧이 부서져라 뛰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투혼을 보여주었기에 국민들은 환호와 함께 야구 선수 개개인을 환영하고 반겼던 것이다.

여기에 우여곡절 끝에 감독직을 수락했던 김인식 감독은 “국가가 있어야 야구가 있다”고 했다. 예전 같으면 국가 대표 감독 되는 것이 무조건 영광이라고 말했겠지만 국가를 생각한 그 말 한마디는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주었다. 지금까지 우리선수들은 메이저 리그에서 활동하는 선수라면 마냥 주눅 들어 투수들도 공을 잘못 던지는 것이 예사였던 지난날을 뒤돌아보면 단합된 모습으로 금번대회에서 보여준 당당함은 바로 한국인의 성숙된 기상이라고 보아야 한다. 비록 일본에게 우승 자리는 내 주었지만 세계인들로부터 우승보다 더 귀중한 존경과 국격(國格)을 단숨에 몇 단계나 끌어 올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바로 한국의 가치를 드높인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미국 쿠바 일본의 야구가 세계 제일 강자의 자리인 것은 사실이라고 하지만 세계 최강이 아니라는 것을 보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국제무대에 확실하게 심은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김연아 선수는 2009피겨스케이팅 세계 선수권 대회 여자 싱글부문에서 사상최고의 점수인 207.71점을 획득하여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타의 관중은 물론 세계인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기에 너무도 훌륭했다.

그동안 김연아가 세계무대에 등장하기 전까지는 미국, 러시아, 캐나다, 일본 등, 피겨는 마치 남의 나라 잔치에 불과했던 것을 우리의 김연아가 자랑스럽게 잔치의 주인공이 된 것이다. 주인공이 되기까지는 쉬지 않고 시련을 이겨내며 피나는 연습을 해온 결과이다. 김연아 선수가 걸어온 십년은 그야말로 눈물과 땀과 치욕의 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눈물을 흘리는 김연아를 보면서 우리는 가슴 찡한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는 여왕이 된 이후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완성하기위해 경기할 뿐이다”라는 멋진 말도 남겼다. 지금 깊은 경제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행복시간을 안겨준 야구와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로부터 희망을 일구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행복스러움이 있는가하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발사로 국제사회를 초긴장시키고 있으며 평화와 안정을 바라는 국민들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고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행복을 불행으로 뒤덮으려는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야구와 김연아의 행복스러웠던 모습을 상상하면서 봄이 되면 어김없이 피어나는 꽃들처럼 우리의 미래가 지혜로움이 넘치는 나날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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