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엄마 아빠,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
  • 한기택
  • 승인 2009.03.31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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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학부모라면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어린애를 물가에 내놓는 것처럼 불안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며 학교에서 혹시나 집단따돌림, 학교폭력, 학교부적응 등의 이유로 상처를 받지 않을까 걱정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거리와 교문에 걸려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플래카드를 보고 ‘학교폭력이 이렇게 심각한가?’하면서 걱정도 했을 것이다.

즐거워야 할 학교가 어쩌다 공포의 학교, 폭력의 학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전북지방경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발생한 학교폭력은 총 631건으로 전년에 발생한 576건보다 55건이 늘어났고 이를 유형별로 보면 폭행과 상해사건이 398건(63.1%), 공갈(갈취) 207건(32.8%), 기타 26건(4.1%)으로 나타났다. 또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전북지부에서는 지난해 2837건의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을 하였고 50%의 학생이 1회 이상의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요즈음의 학교폭력은 청소년 차원을 넘어서 그 수법이 지능화, 흉포화, 조직화, 상습화되고 있으며 어른들의 범죄를 뺨칠 정도라는 분석이며 최근에는 나이가 점차 어려지고 여학생의 폭력도 늘어나고 있어 ‘학교폭력의 안전지대는 없다’고 할 지경에 이르렀고 학교폭력 문제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은 피해학생에게 엄청난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줄 뿐 만 아니라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불가능하게 하며 심한 경우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경우도 있고 성인이 돼서도 정상적인 활동을 못하는 사례도 있으므로 예방지도가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그런데 오늘의 우리 교육은 학생들의 적성과 흥미를 무시한 체 성적제일주의와 입시라는 족쇄에 묶여 학력관리에 치중하고 인성교육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으며,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쉬쉬하고 축소하는데 급급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학교폭력 피해학생들 중 약 62%는 ‘신고를 해도 도움이 안 된다’, ‘보복이 두렵다’는 등의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았다는데 큰 문제가 있다. 지난해 전북교육청의 학교폭력 통계가 153건으로 아주 적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된다. 학교폭력을 줄이고 약속과 규칙이 살아 움직이는 ‘학교문화’의 형성을 위해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학교폭력 사건 발생의 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선·후배 상담을 비롯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다음으로 TV와 영화, 인터넷과 휴대전화 등의 매체에서 불륜, 욕설, 청소년 비행, 폭력적인 장면 등이 여과 없이 전달되어 청소년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모방 놀이’ ‘모방 비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음으로 어른들이 앞장서서 막장 드라마에 제동을 걸어야 하며, 신공주와 신왕자로 자라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덕성과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의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문화공간과 여가 프로그램이 부족한 것 또한 문제이다. 청소년들이 여가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문화공간과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하고 지금 있는 문화 공간도 휴일에 개방하는 등 그 효용성을 극대화하는데 힘을 써야 한다.

끝으로 자녀교육에서 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뿐만 아니라 부모의 언행(言行) 하나 하나가 자녀의 인성교육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큼으로 매사에 솔선수범 해야 하며, 내 자녀도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자녀를 매일 잘 관찰하고 예방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괴로워하다가 자살한 어떤 학생의 유서에 “귀신이 돼서라도 너희들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는 원한 맺힌 글과 “엄마 아빠, 학교 가기가 무서워요??라는 이야기를 우리 모두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과부와 도교육청이 학교폭력 예방과 지도를 위해 개발하여 보급한 다양한 자료와 프로그램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도록 학교-가정-사회의 어른들까지 힘을 모아 학교폭력이 없는 ‘즐거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특히 3~5월에 학교폭력이 가장 많이 발생함으로 강력한 예방지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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