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치킨게임
민주당의 치킨게임
  • 이보원
  • 승인 2009.03.30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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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재선거의 민주당 덕진공천을 둘러싼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과 민주당의 기싸움이 ‘치킨게임’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선 정동영 전 장관의 입장을 놓고 ‘고립무원이다’,‘퇴로가 없다’는 말이 회자된다.

‘선당후사’원칙을 고수하며 덕진 출마포기와 부천을 출마를 압박하는 민주당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8개월여의 미국체류를 끝내고 지난 22일 귀국한 정동영 전 장관은 출마행보를 강행한다.

귀국직후 고향으로 내려와 지지자들에게 인사한 뒤 선영도 참배하며 ‘결연한 덕진출마 의지’를 다졌다.

‘정치적 모태’에서‘권토중래’, 정치적 재기에 나선 것이다.

자신이 후보로 나선 대선에서 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정세균 대표를 만나 자신의 덕진출마 담판을 시도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도 회동을 갖고 묘수찾기에 골몰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해결은커녕 갈수록 꼬여만 가는 듯한 분위기다.

지난8개월여의 정치적 공백기를 거치면서 당내에 견고하게 구축된 높고 두터운 ‘정치적·현실적’ 벽만을 확인했을 뿐이다.

결국 정 전장관은 지난 주말 전주로 내려와 ‘배수진’을 쳤다.

중앙의 얘기를 들을만큼 들었다는 판단이 선 듯하다.

이제는 자신에 대한 선택권을 가진 지역구에서 민심탐방에 나서 흡사 선거전에 뛰어든 모양새다.

미국 체류 당시 언급했던 ‘지역 어른들과 상의’행보에도 들어갔다. 대선 출마등 정치적 결단이 필요할 때마다 찾았던 광주 5.18민주묘지도 참배했다. 흔들림없는 덕진출마 의지가 읽혀지는 대목이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의 2차 회동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민주당내 파워게임으로 비화하고 있는 정 전장관 출마 갈등은 공천에서 정 전장관을 배제하려한 민주당 지도부가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정 전 장관이 미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덕진 출마의지를 피력하자 민주당은 부천을과 함께 덕진을 전략공천지역으로 서둘러 결정해 버렸다. 정 전 장관의 덕진 출마를 차단하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선제적 포석이었지만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마는 자충수가 됐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라는 오만함이 짙게 배어있다.

정 전장관의 선택이 잘못됐다면 그 심판은 지역유권자들의 몫이다.

이미 덕진에는 민주당 공천을 쳐다보며 무려 6명의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정 전장관의 출마가 마뜩치 않았다면 예비후보들과 경선을 거치도록 했어야 마땅하다.

당선가능성은 둘째치고 예비후보들을 무시한 전략공천 결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동영 출마 선언으로 꼬이기 시작한 민주당의 재보선 전략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

소수 야당의 한계로 단 한 석이라도 새로운 민주당이 자신들의 텃밭에서마저 당선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선거분위기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덕진공천이 진퇴양난에 처한 가운데 5배수 압축 경선을 선택한 완산갑마저 일부 후보의 불참가능성이 제기되며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의 해법이 주목된다.

<이보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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