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김명곤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 김효정
  • 승인 2009.03.1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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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성 대중성 세계성 잘 버무린 축제로 도약"
전주세계소리축제(이하 소리축제)가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이 달 초 조직위원총회를 통해 축제를 맡게 된 김명곤(57) 전주세계소리축제 조직위원장. 중심을 잃고 좌초되기 직전의 소리축제를 맡게 된 그의 두 어깨가 무겁다. 현장과 행정 경험이 풍부한 그에게 거는 기대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상황에 고향인 전주에서 처음으로 공적인 임무를 맡아 일을 하게 된 그는 “조심스럽고 부담스럽다”는 소견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걸어 온 행보에 비춰 봤을 때 이번 소리 축제와 만남도 “새로운 인연이자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바람.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축제 준비로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김 위원장을 만나 소리 축제의 앞으로의 계획과 운영 방안 등에 대해 들어 봤다.

-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어 문화계 안팎의 기대가 높다.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소감은.

▲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공적인 자리를 맡아 일을 하게 됐는데 처음이라 책임감도 들고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오랫동안 위원장직을 고사했지만 주변의 요청과 또 고향에 대한 애정, 소리축제에 대한 애정으로 이번 기회에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직위원장 혼자만의 힘으로 소리 축제의 모든 것을 새롭게 바꾸거나 이끌어 갈 수 없다. 그동안 축적된 축제의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도민들에게 가까워질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 갈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라북도 내의 각계 각층의 협조와 도민들의 응원이 절실하다. 또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들이 소리 축제를 통해 이 축제가 ‘나의 마당’ 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이 보람 있게 참여할 수 있는 축제를 통해 예술가들의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또 지역과 중앙을 연계해 소리축제를 전국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올해 축제의 조직 구성 및 운영 방안과 예산 확보에 대한 구상은.

▲ 예술성과 대중성, 세계성이라는 세가지 요소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달성해 나갈 것인지 아직 고민중이지만 우선 전문성을 갖춘 실무진에게 구체적인 사항들을 전적으로 맡길 생각이다. 기존의 총감독 1인 체제를 벗어나 예술 감독과 상근 프로그래머, 전문 사무국장등 3두 마차 체재로 시스템을 튼튼하게 구축할 계획이다. 또 기존 9일간의 축제 일정을 5일로 조절했다. 너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보니 내용이 산만하고 집중화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개막과 함께 주말을 정점으로 축제를 마무리 지을 생각이다.

전문위원회와 연구위원회의 기능도 강화해서 서울과 전주의 인재들이 함께 모여 축제를 가꿔 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축제를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 보고 새로운 정보 교환을 통해 축제를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예산의 경우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축제 평가가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도출되면서 예산에도 영향을 미친것 같다. 그러나 축제를 보는 시각은 매우 다양하며 이 시각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축제를 살려 낼 수 있는지에 대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은 전북도와 지속적인 논의를 통해 추경 예산에 편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예산 규모였으면 한다.

- 지난해 소리 축제가 호된 뭇매를 맞았다. 도립국악원과 소리전당과의 통합 문제도 현재 지역문화계에서는 이슈다. 이에 따른 견해는.

▲ 그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단순히 소리축제 단독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여러 상황들이 얽혀 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지만 우선은 조직위원장으로서 안정적인 시스템안에서 축제가 운영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고 싶다.

- 그렇다면 역대 소리축제를 살펴 보면서 축제에 대한 평가를 내려본다면.

▲ 초창기에 정체성 문제로 논란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후 2∼3년 후부터 그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쓴 흔적들이 보인다. 좋은 아이디어도 많았고 좋은 프로그램도 많았다. 그러한 과정을 거쳐 소리 축제가 차근차근 발전 해 왔다고 보고, 관객 숫자나 수익 등으로 평가될 수 없는 축적된 성과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국악과 판소리라는 소외된 장르를 모티브로 꾸준히 축제를 열고 만들어 온 것은 대단히 소중한 자산임에도 이러한 부분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한 안타까움이 있다. 축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단기간에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관계 기관이나 도민들이 애정을 갖고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 차후 소리 축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 예술성 대중성 세계성을 추구하다 보면 각 분야별 요구 사항들이 나올 수 있다. 그러한 요구사항들을 잘 수용해서 국내 공연은 물론이고 해외 공연까지 수준 높은 작품들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 참여형 프로그램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이냐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 부분은 관객뿐만 아니라 예술가들도 포함되는 이야기로, 우선 예술가들이 단순히 일회성으로 자신들의 공연만 하고 떠나는 것이 아닌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서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젊은 세대들을 위해 오늘날 우리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야기나 창작 판소리 등 국악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더 확대하고 인터넷을 이용한 적극적인 홍보도 병행 해 나갈 것이다. 국악이 중심이지만 서양 음악도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고 국악의 현대화와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고민들이 선행될 때 진짜 축제 다운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 임기가 1년인데, 사실 1년이란 시간이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든다. 1년 동안 어떻게 축제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궁금하다.

▲ 전 위원장의 잔여 임기만 약속했기 때문에 1년을 맡게 됐다. 그러나 임기가 길고 짧은 것을 떠나 이 자리에 있는 동안 소리축제가 장기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게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전문가 3인을 중심으로 개편한 사무국을 중심으로 1년 동안 운영해 보고 그 밑에 팀원들도 전문성을 살려 인재들이 와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도 중요하지만 내년 준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또 내년은 소리축제가 10주년을 맞는 의미 있는 해이다. 축제의 미래를 생각하며 그 초석을 다져 놓는다면 어떤 조직위원장이 와도 축제를 튼튼하게 이끌어 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제 축제의 핵심적인 방향성은 만들어진 것 같다. 향후 10년을 바라보면서 축제의 비전을 세우고 전통 판소리와 국악을 통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우리 음악을 알릴 수 있는, 더불어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배출 될 수 있는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김명곤 조직위원장은

전주 출신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뒤 ‘뿌리깊은 나무’ 기자, 서울 배화여고 교사, 전국민족극협의회의장, 극단 ‘아리랑’ 대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특히 ‘마법의 동물원’, ‘완판 창극 춘향전’ 등 어린이 연극에서 창극에 이르기까지 공연 무대를 통해 배우이자 연출가, 극작가 등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영화 ‘서편제’를 통해서는 우리 소리에 대한 대중화에도 기여했으며 이 작품으로 청룡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00년부터 6년 동안은 국립극장장을 지내면서 책임운영기관제의 성공 사례로 꼽힐 만큼 리더쉽과 행정 추진력을 인정 받았으며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 지내면서 현장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췄다. 문화 현장 출신으로는 이창동 감독에 이어 두번째로 장관직을 맡았으며, 예술가적 기질로 감성과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 강점이지만 업무 추진에 있어서는 치밀하고 엄격한 편. 가족으로는 부인 정순옥씨와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효정기자 cherry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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