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결여된 행동 성과없고 행동하지 않는 사고는 불필요
정신 결여된 행동 성과없고 행동하지 않는 사고는 불필요
  • 소인섭
  • 승인 2009.03.12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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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현상을 보는 눈


미국에서 한국 유학생을 상대로 여행사를 운영하는 재미교포 사업가가 말했다. “한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러 미국으로 온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걱정이 많습니다.” “무엇이요?” “버릇이 너무 없어요.” “아이들이 다 그렇지요 뭐.” “아닙니다. 심각합니다. 눈뜨고 봐줄 수가 없을 지경이에요.” “눈을 좀 감아주시지….” “….” 그는 이거 어른조차 똑같은 것 아니냐는 듯 한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 그의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부모나 학생은 한없이 문제가 있어 보일 것이다. 여러 차례 그가 겪었을 경험들이 고착된 시각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검은 안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은 온통 검게 보이는 법이다. 한 가지 사실을 가지고 견해에 따라 전혀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있다. 보수와 진보가 대표적인 사례다. 통상적으로 보수라 함은 지금 상태에서 발전을 도모하자는 생각이며 진보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사회를 변화시키자는 생각이다.

보수와 진보는 충돌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지금까지의 역사를 두 세력 간 갈등의 전개라고 보아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조선시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집권 세력인 서인이 보수를 표방하며 체제를 유지하려 했다면 실학운동을 하던 남인들이 진보의 편에 서서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다.

보수는 지켜내야 할 명분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며 진보는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이 명확해야 명분을 얻는 특성이 있다. 이것은 남미의 혁명가인 체 게바라와 카스트로의 경우를 보면 알 수 있다. 처음에는 두 사람 모두 진보적인 성향을 가졌었다. 의기투합한 그들의 혁명은 성공을 했다. 그러나 카스트로는 보수의 편에 서야 했고 체 게바라는 또 다른 혁명의 대상을 찾아 떠나게 된다. 진보를 표방하는 수많은 사상가가 카스트로보다는 체 게바라를 잊지 못한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보수와 진보는 서로 공존할 수 없는 문제인가?’란 논제를 끄집어 낼 수 있다. 이 문제를 흑백(黑白)논리로 접근하면 해결방법이 없다. 충돌이며 갈등이고 상처다. 우리는 간혹 보수와 진보가 충돌하는 장면을 많이 본다. 때로는 전쟁까지도 불사해 수많은 사람이 죽기도 한다.

반면에 철학자 헤겔은 정반합(正反合)이란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논술을 공부하는 사람이 주목해야 할 발상이다. 헤겔의 이론대로라면 보수(正)와 진보(反)의 조화(合)를 통해 얼마든지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를 토대로 ‘통합, 중도’이란 개념이 생겨나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보수나 진보의 편으로 치우치고 만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을 보면서 ‘정신이 결여된 행동은 목표가 불명확해서 확실한 성과를 낼 수 없으며 행동하지 않는 사고는 뜬 구름 잡기’라고 생각해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의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는 재미교포 사업가에게 다시 한번 우리나라의 학생들과 부모들을 보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도 정이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눈을 좀 감아주시지요.”하고 정중하게 부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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