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132)
유산(132)
  • 이수경
  • 승인 2009.03.10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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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석유곤로에 물을 올려놓고 끓이고 있었다.

“풀어서 집어넣어라.”

대두가 입구에 묶인 끈을 풀었다. 순간 대두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 했다. 마대 속에서 살아서 움직이는 것은 뱀장어가 아니라 뱀이었다. 그것도 거의가 독사다. 몸보신이라는 뜻을 알 것 같다. 밀수한 뱀을 끓여먹으려고 하는 모양이다.

“임마 조심해.”

“히히히, 물려 죽어도 괜찮은 놈이다.”

포대를 풀고 있는 대두를 보면서 뱀이 바닥으로 기어 나올까봐 선장이 소리쳤다. 순간 대두의 머릿속으로 번개같은 섬광이 지나가고 있었다. 독사 아니라 그보다 더한 뱀이라도 대두에게는 장난감일 뿐이다. 번개같이 오른손을 뻗어 독사를 뭉텅이로 집어 들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나머지 포대를 감아 쥐었다.

“어어어.”

“너 임마. 환장했냐?”

“시꺼. 이 새끼야.”

대두의 입에서 감히 상상도 못한 소리가 튀어 나왔다. 지금껏 죽은 듯 흐느적거리던 대두가 아니었다. 뱀을 보는 순간 잠재되어 있던 야성이 자신도 모르게 살아났던 것이다.

“뭐야? 너 이 새끼 죽고 싶으냐?”

대두 뒤에 서있던 선장과 기관장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들었다. 대두의 뱀에 대한 실력을 모르고 덤벼드는 어리석은 놈들이었다. 앞서 달려드는 기관장 놈에게 독사 한 마리를 확 던졌다. 긴 끈처럼 일직선으로 날라 간 독사가 놈의 목을 휘감았다.

“악!”

놈이 소리치면서 주저앉았다. 목을 한바퀴 감은 독사가 스르르 밑으로 미끄러져 옷 속으로 파고 들어가 버렸다. 놈이 사지를 버둥거리면서 딩굴기 시작했다.

“야야. 왜 그래?”

“이 씨발 놈들아. 맞아 죽으나 뱀에 물려 죽으나 마찬가지다. 내가 손만 놓고 포대를 풀어버리면 여기 들어있는 수백 마리 독사가 이 배를 점령하는 것은 순간이다. 해 볼래.”

“어이쿠 저 새끼, 벌써 골로 보냈어야 한다니까.”

“죄송합니다. 분명히 개과 천선 했었는데....”

대두가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만추와 함께 나머지 놈들도 벽 쪽으로 밀리고 있었다.

“잘 봐두어라. 비늘에 이렇게 용돌기가 있어서 까칠 거리는 것이 맹 독의 까치 독사라는 것이다. 이놈에게 물리면 곧바로 혈관이 터져 코피를 쏟고 죽는다. 피 터져 뒈지고 싶은 놈 있으면 앞으로 나와봐.”

“아 알았어.”

“너 만추 앞으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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