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제가 복잡할수록 우회적 역발상 필요
논제가 복잡할수록 우회적 역발상 필요
  • 소인섭
  • 승인 2009.03.05 17: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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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관점의 차이



새 학기를 시작하려는 요즈음 귀여운 쌍둥이를 유치원에 보내는 이종일님은 값싸고 질 좋은 유치원이 집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며칠 전 초등학교 예비소집을 마친 수현이네 집도 마찬가지다.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수현이 엄마는 아이의 점심 문제와 학교를 마친 후 보내야 할 시간들에 대해 머리가 개운하지 않다. 다행히 금년부터 1학년에게도 희망자에 한해 점심급식을 해주기로 결정한 학교운영위원회에 엄청 고마워하고 있다.

그뿐인가? 영재교육을 충실하게 받은 혜성이는 일반계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것인지 아니면 특수한 목적을 가진 고등학교에 진학해야 할 것인지 의문이 많다. 특히, 이제 막 대학입시를 마친 지혜누나를 보면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서울의 어느 대학교 입시에서 특목고 출신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했다는 지혜누나의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사정을 보며 교육을 딱! 이것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이종일님, 수현이 엄마, 혜성이, 지혜와 같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교육을 정의할 수 있는 해답이 숨어 있다.

이러한 면에서 김인중님이 쓴 <안산동산고등학교이야기>에 나오는 몇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내성적인 학생은 생각이 진지해서 좋다. 사교성이 적은 학생은 정직하고 과장되지 않아서 좋다. 소심한 학생은 실수가 적고 정확해서 좋다. 질투심이 많은 학생은 의욕이 넘쳐서 좋다. 말이 많은 학생은 지루하지 않아서 좋다. 자신감이 없는 학생은 겸손해서 좋다. 직선적인 학생은 속정이 깊어서 좋다.’는 내용이다. 구구절절 맞은 말이 아닌가? 그런데 많은 학부모들은 자신의 아이가 내성적인 것, 사교적이지 못한 것, 소심한 것, 질투심이 많은 것, 말이 많은 것, 자신감이 없는 것, 직선적인 것들에 대해 걱정한다.

무술을 배우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이 공격을 당할 때 눈을 뜨고 보는 것을 제일 먼저 연습한다고 한다. 그들에게 학습 효과가 가장 높을 때는 공격을 당하는 순간이다. 결정적인 공격을 당했을 때 화가 난다고 하여 평정심을 잃고 손발을 마구 휘돌려댄다면 상대로부터 더 큰 공격을 당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상대로부터 공격을 당하는 순간에도 고통의 쾌감(?)을 음미하다가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선수가 진정한 승자가 아니겠는가? 관중들은 이러한 선수의 경기에 열광하는 법이다.

논술을 써 나가며 이상적인 대안만을 찾으려든다면 오히려 글이 꼬여 더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논제가 제기하는 문제들이 복잡할수록 더욱 그렇다. 이때 논제가 가지고 있는 결정적인 문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우회적이며 역발상의 사고를 해보자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는 자기가 해답을 가지고 있는 것을 많이 본다. 단지 본인이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글의 서두에 등장하는 이종일님이나 수현이 엄마, 중학생이 되는 혜성이에게도 자신의 교육 문재들에 대해서 이처럼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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