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128)
유산(128)
  • 이수경
  • 승인 2009.03.04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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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불쌍한 것은 신장을 두 개를 떼어내고 죽어간 사람이다. 놈들의 말대로 두 사람이나 살리고 간 주검은 애도하는 사람 하나 없이 그대로 바다에 던져져 고기 밥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조차 없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실제를 눈으로 보고 있었던 대두는 바보가 되고 말았다. 아니 사지가 떨려 제대로 걸음조차 걸을 수가 없었다. 그날이후 대두는 아무 것도 생각할 수가 없이 머릿속이 허옇게 비고 말았다.

밤낮의 구분조차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날짜가 지나가는 것 따위조차 기억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으로 간이 말라 들어가고 있었다.

놈들은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아니 벌써 몇 번을 더 수술을 했다. 여러 달이 지나 간 것 같았다. 애초에 생각했던 탈출 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당장 매도 무섭지만 눈만 감으면 마취도 없이 배를 갈라 신장을 꺼내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떠올라서 감히 엄두조차 내지를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잘 훈련된 짐승처럼 놈들이 시키는 데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들을 수밖에 없었다. 환한 대 낯에도 자라면 잠을 자고 칠 흙같이 어두운 밤중에 그물을 던지라고 하면 새우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이대로 죽을 것 같은 기분으로 점점 자포자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여름도 거의 지날 무렵이었다. 바다 위에는 어느새 찬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그동안 새우만 잡는 것이 아니고 중국 쪽에서 밀수 배도 여러번 다녀갔다. 가짜 웅담부터 시작을 해서 비아그라까지 가짜라고 이름이 붙은 것은 전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밀수 배가 한둘일까? 그러고 보면 한국 땅에는 모름지기 중국산뿐이라는 결론이 되는 셈이다. 그 날도 중국밀수선에서 물건을 내려놓고 돌아갔다.

하늘이 맑아 유난히 별이 총총한 밤이었다. 밀수품을 받아갈 보급선이 멍텅구리모퉁이에 들어와 멎었다. 물건을 받아갈 선원들이 올라오기 전에 몇 사람이 멍텅구리로 올라오고 있었다. 일행 중에 여자도 끼어 있다. 오늘도 신장 이식 수술이 있는 것일까? 한데 옷차림이 아니다.

“어서 오십시오.”

선장이 앞서 올라오는 사내에게 허리 굽혀서 인사를 했다. 놀랍게도 박만추였다.

“회장님 잘 모셔라.”

여자와 함께 뒤따라 올라오는 사내를 가리켰다.

“회장님을 모시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회장이라고 불리 운 사내가 선장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얹으면서 중얼거렸다.

“바람이 꽤 차구나.”

“그래도 상쾌한 바람입니다.”

“한더위에 한번 나올 것을 그랬구나.”

“제 불찰입니다.”

“아니다. 밤낚시뿐이라면 이 밤에 여기까지 왔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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