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개혁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농협개혁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 각오로
  • 장병수
  • 승인 2009.02.20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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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부터 화두로 등장한 농협개혁에 대한 시선이 이제 2월 임시국회로 쏠리고 있다. 정부는 지난 1월 16일 농협개혁위원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농협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데 이어 2월 3일 국무회의에서 농협중앙회장의 임기를 한 번으로 제한하고 선출방식도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전환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심의, 의결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농협중앙회 및 일선 조합의 운영구조와 선거제도를 혁신하고, 이사회가 농협의 대표조직이 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현장 농업인들의 강력한 요구사항인 경제사업활성화를 통한 조합원의 경제적 이익이 우선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혀있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번이야말로 농촌 현장의 목소리가 충분하게 반영되어 농협의 잣대가 아닌 현장의 농업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진정한 농협개혁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개혁은 이해당사자간의 갈등을 치료하고 하나로 화합시키며, 모든 사람들의 명분을 공감할 힘과 명분이 있어야만 성공한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지지하에서 불합리한 시스템을 끊임없이 개선해 나가야만 한다. 세계가 글로벌 경쟁체제로 접어든 현실에서 우리 농업계에도 커다란 위기가 몰려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취약한 농업기반을 지닌 우리 농업의 현실에서 농협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자 희망이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협도 고강도 자구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며, 경제사업활성화를 통한 농촌경제의 활력과 농업인 소득 증대에 혼신의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하는 자는 반드시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헤르만 헤세 작품의 <데미안>에 나오는 글귀다. 새로운 세계로 진입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암시하는 대목이다.

일상에서 달걀의 부화 과정을 살펴보자. 자연적이건 인공적이건 부화를 위해서는 일정한 외부적인 조건과 기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조건이 충족되었을 때 달걀은 서서히 깨어지면서 알이라는 세계 속에 갇혀 있던 생명체는 더 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이 순간 더 중요한 것은 큰 밝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내적인 역동성과 부단한 노력이다. 그렇다. 달걀에 금이 가고, 깨어지기 시작하면 안에 있던 병아리도 힘차게 몸부림을 치며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알이라는 세계를 파괴하며 밖으로 나와 새로운 세계로 진입하는데 성공한다. 반면에 내적인 동력이 부족하거나 노력하지 않는다면 밝은 세상을 보지 못하고 죽고 말게 된다. 결론적으로 볼 때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데 중요한 것은 외적인 조건과 내적인 조건이 충분하게 성숙되고 합치되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최근 농협개혁에 관한 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언론 인터뷰 내용이 떠오른다. "농협 개혁은 농협이 지고 정부가 이기는, 그런 게임이 아니다. 농협·농민·정부 모두 윈-윈하자는 프로젝트다. 이런 진정(眞情)이 전달되면 될 수 있다고 본다. 농민이 주인이 되고 농민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가는 일이니까 꼭 된다고 본다." 진정 농협개혁을 원한다면 한 번쯤 새겨 볼 대목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각자의 입장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한 단계씩이라도 개선될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들의 대동단결하는 모습이다.

금번 입법예고된 농협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중 논의되는 과정에서 그동안 농민단체 및 관계자들에 의해서 제기된 내용까지 충분하게 반영되어 농업인의 농협, 농업인에 의한 농협, 농업인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생즉사(生卽死)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농협, 농업인 및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대동단결하여 농협개혁을 반드시 완성하자! 금번 농협개혁을 성공시켜 농협이 갈수록 졸아드는 우리 농업의 현실을 극복하고 농업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해당사자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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