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광고출연' 변절'?, 천만에 한국의 'Chumbawamba'
신해철 '광고출연' 변절'?, 천만에 한국의 'Chumbawamba'
  • 관리자
  • 승인 2009.02.12 00: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 출연에 대해 말들이 많다. 네티즌과 일부 언론은 그를 '변절자'라는 극한의 단어를 쓰지는 않고 있지만 '변절'이라며 떠들고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천만에 말씀이다. 신해철의 CF출연은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행할 수 있는 좌파적 상상력의 극치이며, 자신이 믿고 있는 생각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의 실천적 행위다.

가수 신해철이 어떤 생각을 해왔고,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피력해왔는지는 불필요하다. 누구나 알고 있기에 그를 도그마의 잣대로 비난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신해철의 이번 입시학원 CF와 관련된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다른 이야기다.

참고로 필자는 신해철과 방송 프로그램을 딱 한 번 MBC '100분토론'에 함께 출연했으며 지금까지 인터뷰나 기사를 써본 적이 없음을 밝힌다. 또한 신해철과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의견교환이나 생각의 청취가 없었다. 고로 그의 의도가 이 칼럼의 목적과 다를 수도 있다. 이 글의 말미에 다시 한 번 밝히겠지만 이러한 칼럼을 쓰게 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한 것 역시 신해철의 공이라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는 EBS의 '지식채널e'를 통해 알게 된 내용이다. 아마도 신해철에 대해 옹호하고 싶은 사람들 중에 '이상한 밴드의 이상한 댄스음악'을 본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일 듯 싶다.

첨바왐바(Chumbawamba), 영국 노동당 부수상에 얼음통을 붓다

경제파탄이라는 자본주의의 검은 음모가 우리 땅에 드리워지기 시작하던 1997년. 말그대로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X') 그룹의 노래가 알려졌다. 바로 첨바왐바(Chumbawamba)의 '텁섬핑'(Tubthumping)이다. '음반을 훔치거나(기왕 음반을 훔칠거면 큰 음반판매장에서 훔치라는 친절한 설명을 하는만큼 들을 수 있다면 어떤 방법으로든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 듣든 누가나 알고 있는 노래다.

사실 이 노래는 영국 노동당 정부가 리버풀 부두를 사유화하면서 500여 명을 해고하자 이에 맞선 노동자들의 파업투쟁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어진 노래다. 우리로 말한다면 운동가요인 셈이다. 첨바왐바는 이 앨범을 내면서 '텁섬핑은 세상을 바꾸자(그리고 축하주를 마시자)는 외침이다'라는 내용을 앨범 속지에 밝혔을 정도다.

댄스음악이나 권주가처럼 들리는 이 노래를 부른 첨바왐바는 노래를 부르는 것 뿐만 아니라 실천적인 행동가지 한다. 1998년 2월 9일 영국의 브릿 어워드(Brit Award) 시상식 도중 테이블당 우리나라 돈으로 500만원이 넘는 관람석에 앉아있던 영국 노동당의 부수상 존 프리스콧에게 얼음물이 든 양동이를 부었다. 원래 부두 노동자였지만 부두노동자를 해고하는 노동귀족이 되어버린 그에게 '배신자의 몫이야!'라는 외침과 함께 말이다.

지금까지는 첨바왐바에 대한 설명이었고, 이어지는 이야기를 신해철을 떠올리면서 들어보시라.

1982년 결성된 첨바왐바. 멤버를 뽑을 때 연주실력을 따지지 않고 시간을 잘 지키는 능력, 권위에 대한 증오, 착한 마음씨를 기준으로 삼아 멤버를 영입해 왔다. 그래서 일부 멤버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음악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나이트클럽에서도 곧잘 들려주는 '텁섬핑'(Tubthumping)'을 만들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인간성과는 전혀 별개로 이미지와 노래실력만으로 가수가 되는 우리 실정에서는 말이다.

어쨌든 1985년 첫번재 음반 '革, Revolution'의 표지에 '우리의 음악이 단지 즐거움을 주고, 행동을 고무시키지 못한다면 우리의 음악은 실패한 것이다'라고 했던 그들이, 한때 폭탄과 무기를 제조했다고 비난하고 음악계에 악마와 같은 존재라고 했던 EMI와 계약을 맺었다.

팬들은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신해철에 대한 비난과 똑 같았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이런 말을 했다. "우리는 착한 자본가가 있고 나쁜 자본가가 있다는 생각은 순진한 생각이었다. EMI는 무기 산업에서 손을 뗐다. 우리의 일은 선동을 퍼뜨리고 논쟁을 던지고 문제를 만들고 이 천박한 시대에 맞서는 음악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는 더 많은 대중들 앞에 나갈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2002년 제너럴 모터스(GM)가 그들의 노래를 사용하기 위해 계약을 청하자 기꺼이(물론 사전 동의가 있었지만 응한다. 광고료 7만 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약 1억 4천만원)을 반세계화 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는 독립 미디어 센터와 거대 기업에 맞서 반세계화, 기업 감시운동을 전개하는 시민단체에 제너럴 모터스(GM)에 대한 반대 운동에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쾌척한다. 이로 인해 제너렐 모터스는 '자신을 반대한 단체에 7만 파운드를 기증한 바보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조롱거리가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동차 회사 포드(Ford)사가 남아프리카 지역에 사용할 광고 노래를 계약한 뒤 그 돈으로 남아프리카 지역의 반자본주의 운동 단체에 기증을 하고 이탈리아 자동차 렌트 회사 광고에 노래가 쓰인 뒤 받은 광고료는 이탈리아의 아나키스트 방송국을 지원하기도 했다.

첨바왐바가 거절한 곳도 있다. 제너럴 일릭트릭사가 광고음악 사용료로 10억원을 제안했을 때 군용기의 엔진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거절했고, 나이키(NiKE)가 월드컵용 광고음악으로 사용을 요청했을 때 거절을 밝히며 "나이키는 정말 개같은 회사이니까 가능한 많이 당신이 원하는 만큼 훔쳐라"라고 파격적인 이야기까지 서슴치 않았다.

아직까지도 노래를 통해 '혁명'을 꿈꾸는 첨바왐바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신해철의 입시학원 광고모델 논란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은가? 신해철이 첨바왐바처럼 자신이 받은 모델료를 사회나 올바른 교육을 위한 단체에 쾌척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다. 이번 일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비인간적인 교육 행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그것만으로도 신해철은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형태로….

또 하나. 신해철에게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모른다. 없어도 그만이다. 좌파적 상상력으로 그를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말이다.

신해철, 그는 한국의 '첨바왐바'다.

<노컷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