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임실 신평생활사 박물관
5.임실 신평생활사 박물관
  • 김경섭
  • 승인 2009.02.0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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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주민들 기증 유물 옛 정취 물씬
임실군 신평면이 관리하는 신평생활사박물관에서는 비록 문화재적인 가치가 있는 유물을 볼 수는 없지만 조상들의 지혜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생활용품과 농기구 등 다양한 유물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2002년 12월 면사무소 직원과 지역 주민에게 기증받은 유물을 중심으로 개관된 신평생활사 박물관은 시·군 단위가 아닌 면 단위에서 운영하는 전국 최초의 박물관이다.

당시 생활복지관으로 활용했던 건물에 들어선 생활사박물관은 연면적 410㎡(1층 225㎡, 2층185㎠) 규모로 이곳에는 지역 주민들이 기증한 농기구와 생활용품, 고서, 도자기 등 모두 650여점이 전시되고 있다. 전시된 유물에는 기증자 이름이 표시되어 있다.

유물 유형별로는 생활용품류가 350점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 농기루류 70점, 사무용품 60점, 고서류 50점, 고가구류·도자기 각각 10점 등이다. 이와 함께 전시관에는 신평면 역사와 12개 마을의 유래 등을 담은 대형 액자도 비치돼 있다.

지난 2002년 12월 24일에 개관한 생활사박물관에는 지역주민과 초·중학교 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군부대 등에서 한 달 평균 200여명이 찾고 있는 등 현장체험 학습과 문화공간으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평생활사박물관

신평생활사박물관은 지난 2002년 당시 신평면장으로 근무했던 최성미(61)씨의 열정에서 비롯됐다. 공무원 퇴직후에도 전북역사문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는 최 전 면장은 그해 5월부터 문화예술에 조예가 깊은 임실 운주사 주지스님의 자문을 받아 선조들의 삶과 지혜, 문화적 가치가 있는 유물 수집에 나섰다. 유물 수집에 나선 최면장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놋쇠밥그릇 등을 기증하고 주민들을 대상으로 박물관 개관을 위한 당위성을 집중홍보하여 1947면 민선 면장이 사용했던 면장 관인, 고문서, 생활용품 등을 기증받아 개관했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유물 80%는 신평면 주민들이, 나머지 20%는 신평면과 인접한 관촌면 주민 등이 각각 기증했다.

기증된 생활용품 등 각종 유물은 원형 그대로 전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신평생활사박물관은 신평면 주민들의 60∼80년대 생활상이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최성미 전면장은 “생활사박물관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졌다”며 “생활사박물관은 비중 있는 역사적인 가치는 적지만 언제가 사라져버릴 생활용품 등을 한데 모아 전시함으로써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의미있는 공간이다”고 회상했다.



◆1층 전시실

1층 전시실에 들어서면 70∼80대까지 농촌에서 쉽게 볼 수 있었던 농기구가 전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농기구는 농작물과 풀, 나무 등을 베는 데 사용했던 낫과 물건을 담을 수 있는 짚으로 만든 망태, 소에게 먹일 풀과 짚 등을 써는 도구인 작두, 소죽을 끓여 담는 구유, 밭을 갈 수 있는 밭쟁기, 소를 이용해 곡식 등 농작물을 운반할 수 있는 소길마, 병충해 방제에 사용했던 지레대 분무기, 논과 밭을 매는 데 쓰이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농기구인 논 호미와 밭 호미, 퇴비를 옮기는 농기로 사용하고 있는 사지창(포크) 등이다.

이와 함께 가을추수에 사용했던 홀태, 수확한 곡식을 두드리는 도리께, 곡식의 탈곡이나 논에 물을 품어 올릴 수 있는 발동기, 수거식 변소에 저장되어 있는 인분을 운반하는 도구인 똥장군, 등 농경사회에서 사용됐던 다양한 도구가 전시되어 있다.



◆2층 전시실

2층 전시실에는 60∼70년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무쇠 솥과 전화기, 전통혼례에 사용했던 사모관대 등 다양한 생활용구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곳에는 물레 등 삼베를 짜는 기구와 새끼를 꼴 수 있는 새끼들, 볏짚을 이용하여 가마니를 만드는 도구인 가마니 바디와 바늘대, 나무를 자를 때 사용하는 톱과 도끼 누에를 치는데 쓰였던 잠박과 누에 섶 틀 등 현재 사라져 가고 있는 생활용구가 전시되어 있다.

또 60~70년대에 사용했던 전화기, 등사 용구 등 사무용품과 전통혼례에 사용했던 사모관대와 함, 가사 도구류와 조선 초 고문서, 구 화폐인 천원권과 500원, 100원, 10전, 현재 사용하고 50원부터 500원 동전, 활과 화살, 탕건 등도 전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신평면 지역에서 출토된 하가 구석기 유물을 비롯해 신평면 용암리 진구사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시대 만들어진 연화무늬수막새와 기와, 향로, 조선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 은수저, 가야시대에 제작된 경질토기 등이 전시돼 학생들의 현장학습 공간으로 한몫을 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실생활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는 짚신과 고무신, 풀무, 쌀뒤주, 떡살무늬판, 목화씨앗이, 베를 짤때 날줄을 늘이고 실꾸러미를 넣어 씨줄로 사용하는 복통, 쥐덪, 가마니 갈고리, 등잔과 호로으 호야등, 홍두께, 다리미와 인두, 갓 등도 전시돼 조상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야외전시장

박물관이 위치한 신덕면사무소내에 설치된 야외전시장에는 해방 후 사용된 인력 소방차와 곡식 탈곡에 사용된 발동기, 공중전화기, 연자방아, 비석과 학독 등이 진열되어 있다.

김경섭기자 kskim@



◆박춘수 면장

“신평생활사박물관은 일상에서 계승된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신평생활사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박춘수 신평면장은 “이곳은 12개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만들어진 문화공간이다”며 “생활박물관에 대한 주민들의 자부심을 높이고 쉼터로 활용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박 면장은 이어 “종전 생활복지관으로 쓰여던 곳을 박물관으로 이용하다 보니 장소가 협소해 유물을 체계적으로 전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박물관이 학생들의 체험현장과 주민들의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군 차원의 예산지원 확대 등을 통한 리모델링과 전문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학예사 배치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박 면장은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이 개최한 특별기획전에 이곳에 소장중인 23종류 27점의 유물을 대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며 “생활사박물관이 다양한 유물을 갖출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도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임실=박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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