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석고대죄가 먼저다
민주당, 석고대죄가 먼저다
  • 이보원
  • 승인 2009.02.0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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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9일 전주지역에서 치러질 전주 덕진과 완산갑 등 2곳 재선거의 민주당 후보 공모가 그저께 마감됐다. 1차 공모라는 조건이 붙어서 말이다. 전주 완산갑 7명, 전주 덕진 4명, 모두 11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미 중앙당에 구성된 예비후보 자격심사위원회에서 이들 후보 공모자들의 자격심사를 벌일 모양이다.

이달 말 공천심사위의 구성에 앞서 예비후보자들의 당비납부 등 당에 대한 충성도와 범죄경력 등을 사전 심사하겠다는 의중이 아닌가한다. 지난해 4.9총선 때 금고이상 형을 받은 부정·비리 전력자를 공천에서 일괄 배제했던 이른바 ‘박재승 가이드라인’이 이번 재선거 공천에서도 적용될지 주목된다. ‘박재승 가이드라인’이 부활할 경우 현재 1차 후보 공모에서 출사표를 던졌거나 출마설이 돌고 있는 일부 중진 인사도 추풍낙엽이 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문제는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아직도 유효한 민주당의 지역민심을 담보로 과열 공천쟁탈전을 즐기는 듯한 태도다.

재선거 후보자 공모에 1차라는 단서가 붙은 것은 앞으로도 추가적인 공모가 이어질 것임을 함축한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의 공천권에 근접했다고 자신하는 유력입지자나 중진들은 지역의 민심을 살피기보다는 이미 출사표를 던진 입지자들의 공천경쟁을 느긋한 여유로 관망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전북정치 1번지인 전주지역 3곳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2곳에서 재선거가 치러진다는 것은 유권자들에게는 치욕이자 씻을 수 없는 굴욕이다.

그 이면에는 지역민심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 민주당에 무한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선거판세는 어떤가.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고 덕진 출마를 선언한 진보신당 염경석 후보를 제외한 다른 당에서는 아직 이렇다할 인물이 떠오르지 않는 선거 ‘빙하기’를 맞고 있다.

반면에 민주당에는 공천권을 거머쥐려는 입지자들로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며 재선거가 민주당 인사들만의 집안 잔치로 전락하고 있는 느낌이다.

일부 입지자들의 경우 민주당의 공천권만 확보하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라는 투로 아직까지 지역에는 그림자조차 얼씬 않는다.

한마디로 지역 민심을 경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역 민심은 뒷전인 채 ‘마이웨이’식 과열공천 쟁탈전에는 민주당에 그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공천의 문호를 활짝 열어젖히고 보다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을 영입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유도하려는 민주당의 고민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당선은 걱정없으니 최종 공천자 낙점을 최대한 늦춰 선거임박시기에 하자는 태도가 선거분위기를 이전투구로 이끌고 있다.

30여명의 입지자들 뿐만 아니라 선거 캠프에 몸담은 참모진까지 적지 않은 인사들이 서너달씩 공천경쟁에 매달렸다 공천에서 탈락하면 날아가버린 돈·시간은 누가 보상한단 말인가. 그리고 그 후유증은 어떻게 치유하나. 누가 그러라고 시켰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상과열양상으로 치닫는 공천쟁탈전을 수습하고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할 대책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 그게 책임있는 정당의 책임있는 자세다. 그에 앞서 오늘의 재선거를 초래한 책임을 통감하고 석고대죄부터 먼저 하는 것이 그동안 무한사랑을 베풀어준 도민들에 대한 도리일 것이다.

<이보원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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