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한 불신-국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
정부에 대한 불신-국민의 책임으로 돌리는 정부
  • 김남규
  • 승인 2009.01.1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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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가 체포되면서 보수 언론들은 일제히 ‘불신을 먹고 자란 얼굴 없는 우상’이니 ‘미네르바 한마디에 술렁대는 대한민국’이니 하면서 일제히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미네르바를 ‘거짓말쟁이 경제테러범’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또한 KBS는 ‘생방송 시사360’에서 미네르바를 ‘어두운 지하실의 실루엣’ 등으로 보도해 미네르바를 어둠 속에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연상케 하고, 미네르바의 글을 읽는 성우의 과장된 음성, 미네르바에 대한 시민들의 부정적인 인터뷰를 주요하게 보도해 마치 미네르바를 ‘경제 괴담 유포자’ 수준으로 깎아내림으로써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을 거들었다. 이로 인해 KBS는 시청자 게시판에 2천개가 넘는 네티즌들의 항의 글이 올라오는 등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수 언론들은 미네르바가 ‘31세 무직자’이며 ‘전문대’ 출신임을 부각하면서 미네르바의 글을 ‘허무맹랑한 거짓’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문대 출신-무직자’의 글은 ‘비전문성-사회에 대한 불만과 거짓말’ 이라는 구도를 설정해 놓고 사회적으로 당연히 무시해도 되는 것처럼 몰아갔다. 미네르바를 지지했던 네티즌과 무능력한 정부에 질타를 보냈던 국민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조롱하고 노골적인 비난을 퍼부음으로써 정부와 한나라당, 보수 언론들은 경제 위기의 책임을 미네르바에게 떠넘기고 네티즌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일에 신이 난 듯하다.

정말 소가 웃을 일이다. 미국 발 금융 위기로 인해 환율 방어에 나선 정부는 국민들에게 ‘위기는 없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나 그 말을 믿는 국민은 몇 명이나 될까? 정부는 당시에도 시장에 대한 불신을 스스로 키우면서 그 화살을 네티즌과 국민들에게 돌렸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주식 사면 1년 뒤 부자 된다’는 말을 했다. 정말 ‘악’소리가 절로 나올 말이다. 경제 대통령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발언이었다. ‘허위 사실 유포’로 따지면 미네르바의 책임을 묻기 전에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하지 않겠는가?

시장에 대한 불신이 왜 생겼는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왜 생겼는지는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믿지 않는 국민들이 문제란다. 그래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국정 홍보를 강화하면 국민들이 믿고 따라올 거란다. 때문에 공영 방송 장악하고 보수 언론에게도 방송을 장악 할 수 있도록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는 이른바 ‘집토끼’ 전략에 몰두 하고 있다. ‘집토끼’만 잘 키우면 되지 어렵사리 ‘산토끼’ 잡으러 다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지지율 30% 정도만 유지하면 재집권에 문제없으니 반대자들의 목소리까지 들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부와 한나라당의 대응을 돌이켜 보면 촛불 시민들, 네티즌들에게 그렇게 했고,‘수도권 규제 완화-사실상 규제 폐지’ 역시 그렇다. 호남과 같이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반대 지역 보다 수도권이 먹기 좋은 떡인 셈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은 집토끼 전략의 성공을 위해 제도와 법을 고치는 일에도 몰두하고 있다. 네티즌들에게 재갈을 물려 더 이상 정부에 비판을 가하기 어렵게 하기 위해 ‘사이버 모욕죄’를 신설하고, 정부 부처와 언론사 전담출입 및 정보수집 행위를 사실상 합법화하고 ‘정보 정치’를 강화하기 위해 ‘국가정보원법’과 ‘통신비밀보호법’을 개정하려 한다. 노동자, 농민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의 집회를 무력화 시키기고 불법·폭력집단 몰아가기 위해 ‘불법집단행위에 관한 집단소송법’을, 마스크만 써도 불법인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려고 한다. 은행의 경쟁력 강화라는 미명 아래 재벌의 은행 소유도 가능하게 하는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의 개정, 신문방송 겸영금지 조항을 삭제하여 조·중·동과 재벌에게 언론 지배권을 넘겨주려는 ‘방송법’등을 개정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하랴! 대화와 소통은 없고, 잘못되면 모두 국민들이 정부를 불신해서 그런 것이고,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은 비전문가에 거짓말쟁이로 만들고, 불법집회나 일삼고 때 쓰는 사람들이고, 지방에 사는 사람과 70%가 넘는 국민들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니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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