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진안 백운면 흰구름배구동호회
31. 진안 백운면 흰구름배구동호회
  • 권동원
  • 승인 2009.01.13 14: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서브 날리고 블로킹 뚫으며 情 새록새록
배구 공을 향해 몸을 날리고 뛰어오르는 사람들의 이마에 구슬땀이 송골송골 맺힌다.

‘꽝! 꽝!’ 공을 때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메운다.

강하게 스파이크한 배구공이 블로킹을 뚫고 상대코트를 가른다.

50이 넘은 시골아저씨가 '화이팅' 소리와 함께 강서브를 때리고 수비수가 넘어지면서 받아 세터에게 띄운다.

다소 어설프지만 하나되어 배구를 즐기며 활기가 넘친다.

김기옥 회장은 “배구는 선후배간 친목뿐만 아니라 건강관리에 최고입니다”며 "자칫 움추러들기 쉬운 한 겨울밤 배구연습으로 하루의 피로를 풀고 있다."고 말한다.



진안 백운면 흰구름배구동호회.

나이를 뛰어넘어 20대 청년부터 50대 장년까지 17명으로 구성된 일명 논두렁 배구단이다.

회원들은 주로 논농사와 인삼을 재배하는 농민들로 구성되었으며, 공무원도 포함되어 있다. 박진석, 박성민씨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로 한 동호회에서 배구를 한다. 매주 화, 금요일 두 번씩 모여 건강과 우의를 다진다.

연습이 있는 날 저녁식사를 마치고 백운초등학교 강당으로 모여 2~3시간 연습한다.

몇시에 만나느냐는 질문에 "그냥 저녁 먹고 시간나느데로 나가면 만나게 된다"며 산골사람다운 여유가 베어있는 대답을 한다.

동호회는 농사일을 끝낸 농민들이 저녁에 배구공을 가지고 모이는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특별한 계기가 없이 농촌의 저녁시간 별다른 소일거리가 없어 배구놀이를 해보자고 백운초등학교 강당을 빌리면서부터 시작된다.

배구를 잘하는 사람도 없이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모여 연습하며 즐기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동호회가 결성된 것은 지금은 고인이 된 업창섭씨가 주도해 지난 2000년 3월 흰구름배구동호회를 탄생시켰다.

연장자인 엄씨는 후배들이 좀더 좋은 분위기에서 배구를 즐기는 여건을 마련해주기 위해 동호회를 창단한 것.

인자한 웃음으로 후배를 다독거리며 화합을 이끌고, 운동에 필요한 배구공, 유니폼을 지원하며 맏형 노릇을 해왔다.

백운면사무소에 근무하는 박의권씨는 "동호회를 창립하고 유니폼을 입고 연습을 하게되니 내가 마치 배구선수가 된 느낌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러나 배구실력은 늘지 않고 이리저리 헤매는 논두렁 배구단의 전형적인 모습이었으나 회원들은 상을 타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기에 고향 선후배간 같이 뛰며 구르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특히, 연습을 끝내고 동네 수퍼에 둘러앉아 마시는 시원한 가맥 한잔은 흰구름동호회의 멋이 되었다.

운동이 끝나고 마시는 시원한 맥주를 잊지 못하는 동호회로 유명하다.

김종현씨는 "배구가 좋고, 선후배들이 좋아 체육관으로 향하지만 어느 날은 운동이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을 떠올리며 체육관을 갈 때가 있다."며 "배구에 대한 이야기와 지역의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나누는 재미가 더해지면 맥주 맛은 최고에 달한다. 그러나 과음을 없다."고 말한다.

침체기도 있었다.

5년전 동호회를 이끌던 엄창섭 회장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흔들렸다.

연장자인 박진선, 김기옥씨가 나서 후배들을 다독거리며 재건에 성공 오늘에 이르고 있다.

농촌지역의 젊은이들이 모인 배구동호회가 단순히 운동을 하는 모임에 그치지 않는다.

회원들의 애경사는 물론 백운면 전체의 크고 작은 일에 내 일처럼 발벗고 나선다.

지역을 이끄는 기둥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

회원들은 눈 오는 날 아침이면 어김없이 제설도구를 들고 소재지로 모인다.백운면 내에 있는 고갯길 제설작업을 하기 위해서다.

회원들이 가지고 나온 로더가 달린 트랙터와 눈삽으로 눈을 밀고, 트럭으로 눈을 옮기며 깔끔하게 눈을 치운다.

정송마을 양재림 이장은 "눈 오는 날이면 배구동호회가 고갯길 눈을 깔끔히 치우고 있어 눈 오는 날도 이들을 믿고 차를 운전해 소재지를 나간다."며 대견스런 표정이다.

가을에는 땔감을 모아 어렵게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이 따뜻한 겨울을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또 면에서 일손이 필요한 풀베기, 방역작업에도 동호회원들의 참여는 당연하다.

유태종 면장은 "흰구름배구동호회 창립 당시부터 백운면사무소에 근무하면서 지켜봤으나 회원들의 면면이 훌륭한 인격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지역에서 덕망받는 모임이 되고 있다."며 "이들의 협조가 있어 백운면이 활력을 찾으며 발전한다."고 말했다.

심심풀이로 모인 논두렁 배구단이 요즘 선수출신이 합세한 여타 배구단을 누르고 관내 각종대회를 휩쓸고 있다.

1~2명의 개인선수의 역량에 승부가 판가름나는 아마추어 배구에서 선수출신이 포진되어 있는 어느 팀과 싸워도 밀리지 않는다.

뛰어난 선수는 없지만 실력이 늘어 초등학교 강당의 천정이 낮게 보였다.

시설이 완벽하게 갖추어진 진안읍 문예체육관을 찾아 연습하고 다른 팀과 연습경기를 한다.

정천, 추천, 마련, 정진 클럽 등과 연습경기를 가지며 실전을 익히며, 모자란 부분을 채운다.

순수 아마추어 흰구름배구동호회가 진안에서는 여는 내로란 팀을 제치고 우승과 준우승을 반복하는 강팀으로 변모했다.

창단한 2000년부터 진안군 체육 회장기 배구대회에 참가했으나 성적은 예선탈락의 수모를 거듭했다.

그러나 2006년 3위에 입상하더니 다음해인 2007년과 2008년 연속 우승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염재수 총무는 "진안군 홍삼 배 전국배구대회가 전국 규모의 대회로 부상하면서 찾아오는 팀이 많아지면서 우리도 보답하는 의미로 진안을 방문한 팀이 소속된 지역에서 열리는 배구대회에 참가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라며 "전라북도 내에서 열리는 대회는 모두 참가하고 있으며 통영, 옥천 등에서 열리는 대회에도 참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안지역에서는 실력을 자랑할만 하지만 전국대회에서는 갈고 닦은 실력이 통하지 않은 단다.

그래도 즐겁다. 운동이 재미있으며, 좋은 선후배가 있어 더 좋다.

17명 회원들은 오늘도 배구코트를 뛰며 함성을 지른다.

"흰구름화이팅"


■ 김기옥 동호회장

"요즘 부쩍 향상된 배구실력에 신바람나는 동호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배구를 통해서 건강과 함께 지역의 선후가 우의을 다지는 모습에 뿌뜻합니다."

흰구름배구동호회 김기옥 회장은 회원들이 모여서 배구를 할 때가 가장 재미있단다.

"우리는 배구동호회를 앞서 백운면에서 태어나 살고있는 동호회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먼저 생각하면서 운동을 즐기는 것이죠. 그래서 인지 회원이 아닌 친형제같은 느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며 "우리끼리 즐기던 배구가 여러대회를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배구에 대한 열정이 더 커지고 있다."고 말한다.

김회장은 평소 화, 수요일 일주일에 2번씩 연습하나 대회출전을 앞두고는 이틀에 한번씩 나와 강써브와 브로킹하는 모습을 보면 후배 회원들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눈을 치우거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는 모든 일을 제치고나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회장으로써 지역의 선배로써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단다.

10년전 산골의 깊은 밤 소일거리 찾아 시작한 배구모임이 단단한 동호회로 변모했다고 회고하며 "날이 갈수록 황폐해져가는 농촌지역 백운면이 흰구름배구동호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동호회의 활동이 백운면이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진안=권동원기자 kwondw@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