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자동차 제국의 눈물
미국 GM자동차 제국의 눈물
  • 전희재
  • 승인 2008.12.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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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3년 미국 매사추세츠의 듀리에 형제가 자동차를 처음 선보인 후 500여개의 자동차회사들이 출범했지만 현재는 포드와 GM, 그리고 크라이슬러의 빅3만이 남아있다. 1908년 창립한 GM은 1970년대까지 68년간 세계 제조업 1위라는 부동의 자동차제국 신화를 창조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번영하던 미국경제에서 GM은 열심히 하면 뭐든지 이룰 수 있다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다. 북미대륙의 60만 GM근로자들은 하루 3교대로 일을 했고 작업장은 발디딜틈도 없었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GM자동차는 미국시장의 절반을 넘게 점유했으며, 20년전 만해도 GM의 연간 매출액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액(GDP)보다 많았었다. 캐딜락 고급승용차는 미국 부유층의 표상이기도 했으며, GM근로자는 멋진 차, 좋은 집, 훌륭한 자녀, 안정된 노후혜택을 누리는 성공한 중산층의 상징이었다.

영원한 자동차 제국으로 믿었던 GM은 1980년대 오일쇼크이후 서서히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세계에너지위기시대에 발 빠르게 대처한 일본 도요타등 아시아 자동차업체들은 소형 에너지절약형 자동차들을 미국시장에 발을 디디기 시작했으나, GM은 현실에 안주하면서 에너지 위기시대 도래에 대한 미래전략이 없는 가운데 격렬한 강성노조와 노사분쟁, 고비용 생산구조등을 타파하지 못하였다. 강력한 노조에 고임금과 퇴직자에 대한 엄청난 복지혜택등 회사경영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요구조건을 들어주었다. 점차 어려워져가는 GM은 미국민들의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미국주부들은 기름을 많이 먹고 고장이 잦은 GM차보다는 휘발류가 적게 들고 잔고장이 없으며 중고차 값이 훨씬 비싼 도요타 캠리를 선택했다. 지난 2000년 490만대에 달하던 GM의 미국내 자동차 판매대수는 지난달 11월 전년 동기대비 41.3% 급감한 15만3천404대로 줄었으며 세계 판매시장 1위라는 권좌도 도요타에 내주었다. 한때 북미대륙에 산재한 60만명의 근로자는 8만명대로 줄었고 2002년 70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현재 3달러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12일에는 GM 북미공장의 30%를 가동 중단한다고 발표한바 있다.

파산위기에 몰린 GM은 자금지원을 호소하기 위해 뼈아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지난8일 자동차업계 전문잡지에, 위기에 처한 원인을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탓으로 돌리던 종전과는 달리, 품질문제와 제품개발전략상 실수등을 인정하는 참회의 전면광고를 게재하였다. 과거 자가용비행기로 다니던 회사 경영진들은 미국 의회에 자금지원을 요청하기위해 10시간이 넘는 거리를 직접 운전해 달려오기도 하고, 최고 경영자의 보수도 연봉 1달러로 깎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된 자금을 2011년부터 갚겠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노조에서는 고용보장을 양보하는 한편 2010년까지 출연키로 했던 319억 달러에 이르는 퇴직자 건강보험료 납부를 유예한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미국상원에서 GM을 포함한 빅3자동차회사에 150억달러를 지원하기위한 법률안을 부결시키자 부시정부는 19일 174억달러(약22조40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부시정부는 자금지원조건으로 직원의 퇴직연금을 줄이고 임금을 외국경쟁업체수준으로 내리는 등 획기적인 구조조정방안을 내년 3월말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부시정부의 지원으로 GM등 자동차회사가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내다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올해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크루먼 프린스턴대 교수도 "GM은 결국 사라질 것이다“고 전망했으며, 공화당 대통령후보였던 죤 매케인 상원의원도 ”구제금융이 2~3개월 생명 연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GM의 자구노력의 결과와 내년 1월 20일 출범할 오바마 정부의 지원 정책방안에 GM의 운명은 달려 있다. 지난 68년간 미국 자동차 제국의 영광을 누려왔던 GM은 지구상에서 영원히 살아질지도 모른다는 위기 속에 하루하루를 지탱하고 있다.

GM대우 군산공장이 지난 18일부터 생산 중단에 들어간다고 하고, 현대자동차 전주공장이 IMF이후 10년만에 처음으로 지난 1일부터 잔업과 특근 중단에 돌입했다고 발표했다. GM이 보여온 지난 100년의 역사는 우리 도내 자동차회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상 최대 100억달러의 흑자임에도 불구하고 전 근로자의 자진 임금동결이라는 결단을 보여주며 마른 수건도 다시 쥐어짜서 쓴다는 일본 도요타는 미국 GM자동차가 쇠락의 길을 걷고 있을 때 앞으로 세계적인 자동차 제국을 꿈꾸며 미소를 감추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간 호황을 누렸던 도내자동차 회사들도 미국 GM 자동차 제국의 눈물을 음미하면서 당면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자동차산업으로 우뚝 솟아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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