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하쿠나 마타타
  • 권혁남
  • 승인 2008.12.25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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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년(戊子年)이 가고 기축년(己丑年)이 다가오고 있다.

2008년 한해는 국가적으로 매우 우울한 해였다. 경제를 살리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여망으로 당선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할 때만 해도 이대통령을 지지한 사람들은 희망에 부풀어있었고, 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은 사람들조차도 혹시나 하는 한 가닥 희망만은 잃지 않았다. 그러나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 광우병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로 언론은 언론대로 갈라져 싸우고, 국민들은 국민대로 편 갈라 싸우는 바람에 온 나라가 어지러웠다. 결국 이대통령은 굴욕적으로 국민들에게 두 번이나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시작이 좋지 않았다.

다행히 어수선한 마음을 8월의 북경올림픽이 깨끗이 씻어주었다. 유도의 최민호 선수가 금메달을 따는 것을 시작으로 박태환, 장미란 등의 선수들이 매일같이 금메달을 딸 때 우리 온 국민은 대한민국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고, 급기야 야구가 금메달을 딸 때 온 국민은 ‘대-한민국’을 목 놓아 외쳤다. 마치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 당시 온 국민들이 가졌던 행복감이 또다시 재현되는 듯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행복감도 잠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에서 시작된 경제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나라도 직격탄을 맞게 되었다. 여기저기서 공장폐쇄, 부도, 실직, 구조조정, 주식바닥, 환율위기 등등의 뒤숭숭한 얘기들만 들려올 뿐이고, 이러한 경제침체는 내년에 더 심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들이 넘쳐나고 있다.

우울한 세밑으로 인해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다짐하는 송년모임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고는 하지만 직장동료나 친한 사람끼리 오붓하게 한해를 감사하고 반성해보는 조촐한 망년회가 도처에서 열리고 있다. 이런 송년회에 가보면 꼭 빠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송년건배사이다. 좌중의 최고 어른이, 아니면 각자 돌아가면서 덕담과 함께 멋진 건배사로 한 해를 마감한다.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외치는 건배사는 ‘위하여’이다. 그러나 너도 나도 똑같이 외쳐대는 ‘위하여’보다는 나름대로 차별화되고 의미도 담긴 건배사를 준비해가는 것도 한해를 보내는 자의 최소한의 자세가 아닐까?

그럼 여기서 잠시 평소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건배사들을 소개해보기로 하자. ‘나가자’(나라와 가정과 자신을 위하여/나라를 잠시 잊고, 가정도 내팽개치고, 자신만을 챙기자),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당신멋져’(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져주며 살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지화자’(지금부터 화목한 자리를 위하여), ‘나이야가라’, ‘남존여비’(남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여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함이다),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등이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 최고의 경제연구소인 삼성경제연구소가 2008년에 가장 걸맞는 송년건배사를 발표했는데, 그것이 ‘하쿠나 마타타’이다. 경제연구소가 별걸 다 연구한다고 하겠지만 그 뜻을 알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무슨 주문같기도 한 ‘하쿠나 마타타’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동부 아프리카 13개국이 사용하는 언어)로 “걱정 하지마. 다 잘될거야”란 뜻이란다. ‘하쿠나 마타타’란 말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것은 지난 1994년 전 세계를 강타한 만화영화 ‘라이언 킹’이 계기가 되었다. 이 만화영화의 주제가 중의 하나가 바로 ‘하쿠나 마타타’이며, 이 주제가는 1995년 아카데미 영화상의 주제가 음악상을 받기도 하였다.

아무튼 여러 가지로 우울한 한 해를 잘 마무리하여 보내고, 다가오는 새해에는 모든 일이 다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외쳐보자. 하쿠나 마타타!

권혁남 전북대 신방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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