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기자팀-올 송년 트렌드(수정해서)
도민기자팀-올 송년 트렌드(수정해서)
  • 하대성
  • 승인 2008.12.25 15: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폭탄주와 공식 건배사

2008 송년회는 폭탄주가 대세다. 송년회 시작과 중간, 마무리 시간대에 3~5잔 돌아가는 게 요즘 폭탄주 문화이다. 공평하게 돌아가는 폭탄주, 한 해를 마무리하는 송년회의 의미와 딱 맞는 메뉴인 셈이다.

폭탄주는 50세주(백세주 1병+소주 1병), 백두산주(백세주 1병+소주 2병), 천국의 눈물주(천국술과 참이슬 소주를 5:5로 배합), 소백산맥주(소주+백세주+산사춘+맥주), 드라큘라주(포도주+양주), 벤처 폭탄주(전통술+양주, 문배주를 넣을 경우 더 강력)에서부터 다소 마시기 쉽지 않은 난지도주(각종 음료수+나물 안주+과자+양주+맥주)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송년회에서는 기본적인 5분, 7분 소폭(소주와 맥주), 양폭(양주와 맥주)이 선호된다. 자양강장제를 섞은 황제주, 막걸리와 맥주를 섞은 쌀보리주는 취기와 구토기가 금세 올라와 송년회 분위기를 흐트러뜨릴 수 있다.

폭탄주를 마실 때는 재미난 건배사(辭)를 준비하는 것도 송년회 센스다.

자신보다 연배가 높은 사람이 많이 참석했다면 ‘진달래’(진하고 달콤한 내일을 위하여) ‘당나귀’(당신과 나의 귀한 만남을 위하여) ‘나이야 가라’(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가자’(나라를 위하여, 가정을 위하여, 자신을 위하여) ‘개나발’(개인과 나라의 발전을 위하여)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눔) ‘원더걸스’(원하는 만큼 더도 말고 걸러서 스스로 마시자) ‘초가집’(초지일관 가자 집으로-2차없음)등 잘 알려진 건배사를 활용하면 좋다. 정치와 학벌을 풍자한 ‘위하여’건배사도 재미있다. ‘위하여’(여당 정치인) ‘위하야’(야당 정치인) ‘위하고’(고려대 출신) ‘위하세’(연세대 출신) ‘위해서’(서울대 출신) ‘위하소’(소망교회 출신) 등. ‘하쿠나 마타타(Hakuna matata)’ 아프리카 스와힐리어로 ‘걱정하지 마,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라는 뜻이다. 이것 또한 요즘 같은 불황기에 잘 어울리는 건배사다.

불황이 빚은 숫자송년모임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송년모임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가운데 ‘숫자송년모임’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1차, 2차, 3차, 4차 그 이상까지 술집을 전전하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볼썽사나운 송년회의 단점을 보안하는 새로운 모임 형태를 말한다.

길어지는 시간과 비례해서 늘어나는 비용 부담을 줄이고 조절을 못할 정도로 술을 먹었을 경우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모임이 변색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등장했다.

‘점심을 이용한 111송년회 - 1차로 1번에 낮 1시까지만 하는 송년회’

지난 23일, 전주시 우아동에 위치한 외식업체에 근무하는 김희영(42세)씨는 색다른 송년모임을 맞았다. 회사측은 만만찮은 송년회비 때문에 모임을 생략할까 고민하다 이 같은 대안을 마련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원들이 모여 밥을 먹으며 한해를 마무리 하고 저녁시간은 가족들과 보내도록 배려를 했다. “같은 메뉴일지라도 점심 때는 가격이 저렴해서 부담이 덜했다.”며 연말이라 정산할 것도 많은데 밤늦게까지 이어졌던 지난 송년모임보다 훨씬 만족스럽다며 웃음을 보였다.

‘112송년회 - 1차에 1가지 술로 2시간 이내에 술자리를 끝내는 것’

주량이 맥주 두 잔인 회사원 이현영(27)씨는 술자리가 대부분인 송년회가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올해에는 짧아진 술자리 덕분에 마음이 가볍다고 한다. “술에 취해 기억도 못하는 송년회가 짧고 굵게 실속 있게 끝났다.”고 전했다.

조촐한 송년회 열고 이웃을 돌아보자.

‘119 송년회 - 1차에서 1가지 술만 먹으며 밤 9시 전에 모임을 끝내는 것’

이는 비영리 공익재단 ‘푸르메 송년 캠페인’에서 시작되었다. 송년회 비용을 아껴서 30%를 이웃에게 나누자는 것이 목적이다. 푸르메재단 홈페이지에서는 송년모임 대신 나눔을 실천하는 사진을 신청 받고 있다.

이밖에 ‘폭탄주는 그만! 222 송년회 - 2가지 술을 섞지 않고 2잔 이상 권하지 않으며 2차는 가지 않는 송년회’가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안으로 생각하게 된 송년회의 형태도 가지각색이다. 술자리를 자제하는 것 이외에도 송년모임 회비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에 내거나 전 직원이 연탄나르기 봉사로 뜻깊은 송년을 보내는 훈훈한 소식이 전해지기도 한다.

엄지족 신나는 동영상문자

크리스마스와 신년이 다가오는 요즘이 문자메시지 이용 건수가 가장 많은 때다. 한해를 마무리하며 안부와 기원의 우편 연하장을 보내는 대신 문자메시지를 전송한다. 쓰는데 간편하고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금액으로 비교 해봐도 한 건당 20원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평소에는 연락하지 않았던 지인들까지 챙겨도 부담이 적다.

주로 이용하는 단문 메시지는 용량과 표현 방법에 제한이 있지만 다양한 이모티콘과 기호를 사용해서 기발한 그림을 만들기도 한다. 멀티메일이라 불리는 장문 메시지(MMS)는 배경색, 글씨체, 움직이는 모양까지 넣을 수 있으니 특별한 문자를 보낼 때 유용하다. 새해 첫날에는 일출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동영상문자도 인기가 많다.

손쉽게 신년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그에 따라 희소성이 적다는 것이 아쉽다. 문자폭주로 인해 12월 30일~31일 동안 쉴 새 없이 울리는 휴대전화에 뜻하지 않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김신혜(21살 대학생)씨는 이에 대해 “몇 년 전에는 신년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색다르고 재밌었는데 뻔한 내용으로 새벽까지 계속 울려대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렇게라도 챙겨주는 지인들이 고맙기는 하지만 올해에는 손으로 직접 쓴 연하장을 보낼 계획이라고 말한다.

보신각 종이 울리는 0시부터 급증하는 문자 전송으로 인해 통신사 서버가 마비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보통 이 시기에는 휴대전화 통화량과 문자메시지 전송 건수가 평소 대비 많게는 3~4배 가량 늘어난다. 특히 올해는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의 확대로 영상통화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동통신사들은 올 연말연시에 통화 두절 현상이 빚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연말연시 때마다 매년 최대 통화량을 경신할 정도로 통화 폭주 현상이 벌어진다.”며 “세밑행사나 해돋이 행사가 많은 서울 종각, 정동진, 포항 호미곶 등에 이동기지국 및 이동중계기 배치, 채널 용량을 확대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첫날 0시 1분부터 10분까지 전송된 문자메시지는 3천26만 건에 이른다. 새해인사를 가장 먼저 하려는 ‘엄지족’들로 인해 평소 동일 시간대 대비 400%가랑 늘어난 이용률을 보인다. 이 때문에 전송량이 자정 이후로 집중하면서 제때 발송되지 못한 건수만 천만 통이 넘었던 적도 있다.

이용자들의 문자메시지를 건당 요금 20원으로 계산하면 12월 31일부터 이틀간 문자메시지로만 180억 원이 넘는 수입을 올린 셈이 된다.

다가오는 새해 안부문자를 제때에 도착할 수 있게 보내려면 서둘러서 미리 하는 것이 방법이겠다. 손이 가더라도 직접 쓴 연하장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연하장을 보낸다면 넘쳐나는 문자메시지가 전달하지 못하는 깊은 마음까지도 보태질 수 있지 않을까.

도민기자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