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관련법 제·개정 논란과 정보환경에 대한 이해
국정원 관련법 제·개정 논란과 정보환경에 대한 이해
  • 이수경
  • 승인 2008.12.17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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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정보원의 직무범위와 관련한 법 개정을 둘러싸고 여야 및 시민단체들 사이에 찬반양론이 일고 있다. 국정원에서는 21세기 무한경쟁시대에 정보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시민단체에서는 국정원의 직무범위를 확대할 경우 과거와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인권을 침해할 것이므로 반대한다는 입장인 것 같다. 어찌보면 양측의 입장이 대립되는 것처럼 비쳐지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국가발전을 염두해 둔 것으로 그 나름대로 타당한 이유가 있다 하겠다. 그러나 우리나라 산업화과정 만큼이나 질곡의 역사를 걸어온 국정원의 과거사를 살펴본다면 국정원 관련법 정비가 왜 이토록 시급한지 자명해진다고 할 수 있다.

5.16 혁명세력이 국력결집을 위해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를 창설하던 1961년 당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세계에서 최하위 수준인 76불이었다. 박정희 정부가 근대화에 박차를 가하던 1977년도에 가서야 국민소득이 1,000불을 돌파하였다.

이 과정에서 정보기관은 혁명주체 군출신의 지휘아래 무소불이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법 정비는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후진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개발독재형 정보기관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민주화와 산업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군사정부가 끝나는 1992년말까지도 정보기관은 법 정비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당시 국민소득이 7,000불을 기록하였으니 정보기관의 법적토대와 정보환경간의 괴리는 점차 커지게 된다.

1993년도 YS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안기부는 법정비는 고사하고 아예 존폐위기를 맞게 된다. 누구도 예상히지 못한 교수출신 김 덕 부장이 취임하고 인적청산을 포함한 광범위한 개혁의 칼바람을 맞게 된다. 1999년 국정으로 개병한 후에도 DJ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정권교체시마다 존폐논란과 함께 항상 법 정비는 기능축소 방향으로만 논의되어 왔다. 말하자면 군사정부 30여 년 동안 법 없이 살았고 문민정부 이후 15년은 견제 속에 살아오다보니 단 한 번도 정보기관 관련법 정비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중앙정보부 출범이후 그동안 우리사회는 농경시대에서 산업화를 거쳐 정보화시대로 급격히 변했으며, 국제환경도 과거 이념대립에서 무한 국익경쟁 시대로 바뀌었다. 이제는 반공 못지않게 과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테러·사이버·구제 범죄와 에너지·금융간은 문제들이 국가생존을 좌우하게 되었고, 생명공학 같은 첨단기술이 국가의 번영을 약속할 만큼 국익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60년대 골격에 묶여있는 국정원으로 하여금 급변하는 정보환경속에서 국익을 빈틈없이 수호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거미줄로 호랑이를 잡아오라고 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부 시민단체들이 국정원의 직무범위 확대에 대해 월권행위와 인권침해를 우려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며, 어찌보면 국정원의 과거사를 돌이켜 볼 때 감내할 수 밖에 없는 업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명실상부한 민주정부가 들어 선지도 15년이 넘었다. 80년대 민주화 세력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국정원 내부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그동안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2만불 시대에 걸맞게 선진화되었으며 여야 모두가 집권경험을 공유한데다 정보기관도 과거의 뼈아픈 학습효과로 인해 불·탈법행위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정치환경이 조성되었다. 각 분야에서 권위주의 문화가 사라지고 인터넷을 포함하여 월권행위를 견제할 수 있는 각종 사회적·제도적 장치도 그물망처럼 퍼져있는 시대이다.

이제는 과거의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국정원 관련법 정비문제를 전향적으로 바라볼 일이다. 본질을 왜곡하는 불필요한 논란보다는 정보기관이 직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국익차원에서 보다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인권침해 소지부분에 대해서는 입법과정에서 공청회 또는 여야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이해의 폭을 넓혀나가거나 제도적 보완장치를 강구해 나가면 될 일이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야기된 일파만파의 금융 불안에서 보듯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국가 경쟁력은 정보역량에 좌우될 수 밖에 없다. 앞으로 보다 심화될 국가간 무한경쟁시대에 정부가 추구해야할 최고의 善 역시 국익증진과 국민의 생명·재산보호가 될 수 밖에 없다.

일본·이태리 등 선진국 정보기관들은 이미 광범위한 국익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 국정원으로 하여금 21세기 정보환경에 맞는 업무시스템을 갖추도록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시대적 요구이자 필요이며, 오히려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김선규 부동산학 박사, 전주대학교 평생교육원 학점은행제 부동산학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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