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원하는 것
국민이 원하는 것
  • 이한교
  • 승인 2008.12.1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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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IMF 사태로 불어 닥쳤던 찬바람을 생각하면 아직도 오금이 절여온다. 졸지에 실업자가 되어 거리에 나앉자던 사람들은 그 아픔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은 불안하다.

어찌 될 것인가. 정말 정부는 철저한 대비를 하고 있는가. 궁금하다. 시원한 답이 없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홍보하지만, 국민은 믿지 않는 눈치다. 자꾸 잘 될 거라 말해야 하는 그 숨겨진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직도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국민에게 접근하는 것이 고루하다.

의사가 환자에게 병명을 숨기는 데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족에까지 숨기려 한다면 그것은 우롱일 것이다. 아니 범죄가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아집 상태가 지속될수록 우리 경제는 파탄 나게 될 것이다. 지금처럼 법집행이 무르고 느려터지거나, 국민의 억울함을 풀 길이 없는 형극이 오래 지속할수록, 우리는 더 큰 아픔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경제가 어렵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그러나 국민은 시큰둥하다. 책임 있는 사람이 그 심각성을 외면하고, 병든 말(言語)만을 뱉기 때문이다. 나라의 중대사를 논하는 자리에서 화려하게 구사하던 말도, 슬그머니 사실무근이라 말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세상에서 믿음은 먼 나라 얘기가 되었다. 능변으로 연기하는 정치가는 넘쳐나지만, 이를 실천하는 지도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먼저 회복해야 할 일은 말의 신뢰다. 특히 지도자의 말은 준비되고 호전적이지 않는 단어만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한번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데도, 잘 생각하지 않고 불쑥불쑥 아무 데나 총을 난사하듯 쏟아내는 말은 우리 경제를 파탄 내는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도자의 말은 조심조심, 가다듬고 고민하고 나서 말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마 IMF 때보다 혹독한 겨울이 닥쳐올지도 모른다. 소비가 위촉되고 문 닫는 가게가 속출하게 될지도 모른다. 금융위기가 한바탕 요동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누구 탓만 하고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이 어려운 때 서로 싸우고 으르렁 댈 수는 없다. 이 어려운 경제 난국을 벗어나려고 100가지 극복종합대책보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국민에게 호소하고, 신뢰를 쌓는 말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황새가 조개와 싸우면 어부만 이득을 본다는 얘기가 있다. 이 어부들은 더 많은 황새와 조개를 얻으려고 세상을 불법(다단계사건, 농산물표시제 무시, 등)으로 도배하려 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면 먼저 정부가 안정되어야 한다. 서로 악을 쓰며 소리를 질러대는 국회정국으로서는 국민을 다스릴 수 없는 것이다.

요즈음 국회를 보면 도대체 누굴 위해 싸우는지 모르겠다. 국민을 위해 예산을 세운다 하면서도, 서로가 국민을 위한다 말하지만, 당리당략에 치고받고 난리다. 보이지 않는 낭떠러지 작전으로 상대를 끝까지 무시하고, 이득이 없으면 외면해 버린다. 마치 같은 방 같은 침대를 쓰고 있으면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위험한 부부의 동거 같다. 이혼조차도 거부하고 끝장을 보겠다는 모습을 보며, 경제의 위기를 극복한다는 것은 먼 얘기처럼 들린다.

이제 2008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경제위기는 2008년에 웃으며 묻고 가야 할 것이다. 국민을 안심시키고, 마음을 얻으려면 서둘지 말고 서서히, 천천히, 조심스럽게, 놀라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달래듯, 국민에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요즘처럼 어려운 때일수록 급격한 변화나 혁신을 얘기하는 것은 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끝까지 포장된 말로 해법을 얘기한다면 새로운 불법이 판을 치게 될 것이다. 이 추운 겨울 대한민국 국민의 삶도 꽁꽁 얼어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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